2020. 5.20.물날. 맑음

조회 수 86 추천 수 0 2020.08.10 23:48:43


 

떨어진 기온, 주춤한 여름.

달골에서 물꼬를 들리지 않고 제도학교로 향하는 아침.

어제 다급하게 상담을 요청한 부모가 있어

어제 하루를 물꼬에서 보내고 다시 돌아가는 길.

오래 같이 산,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물꼬의 진돗개 장순이는

내가 혹 달골에서 바로 마을 밖을 나갈라치면

차 소리를 듣고 일어서서 기다리다 못내 서운해하며 돌아서더라지.

얼마나 무심한 주인이었던지.

제습이와 가습이도 내 차 소리를 멀리서부터 듣고 컹컹거리는데,

오늘 그들은 어땠을 거나.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제도학교에서 맨발로 마당을 걸었다.

좀 차갑기도 했다.

곧 동료들이 오고, 특수학급에서는 해건지기를 이어갔다.

더러 여럿이 관심을 보이며 수행시간을 물었다.

그렇더라도 수행을 위해서 이른 출근들을 하기는 어려울.

오늘부터 등교 개학 전까지 오전 오후 다 방문수업이다.

물날, 쇠날, 달날, 오전 오후 각 두 시간 4차시, 그러니 하루 8차시 수업을 하는.

오전에는 은별이, 오후에는 한동이.

점심에 학교를 다시 들어가기도 애매해서

랩탑 들고 밖에서 카페나 식당에서 자리 잡고 일해야지 했는데,

마침 분교 아이들의 돌봄공동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일을 하였네. 낮밥까지 먹은.

이렇게 움직이는 줄 모르고 가끔 같이 학교마당이나 숲을 산책하는 동료들이

소통메신저로 오늘도 같이 걷자고 물어왔더라지.

내일은 산책 하자요~”

 

은별.

주에 세 차례 오겠다는 교사는 굳이 밀치고

학습지 교사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 시골마을에서도 학습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을

그렇게 해소하고 있는.

아마도 조부가 살았을 옛집에 그네가 살고 있었다.

아이 넷을 키우며 많은 농삿일을 하는,

너무나 밝은 엄마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위로 딸 셋에 막내가 아들,

특히 둘째 딸아이는 어찌나 밝게 인사를 하던지.

1차시 마을 둘러보기.

밭에서 나고 자라는 것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

풀꽃 들꽃 모르는 거야 그렇다쳐도

마늘도 모르고 감자도 모르고...

찔레꽃도 먹고 찔레순도 먹어봤다.

감나무도 은행나무도 아카시아꽃도 이제야 이름을 익히는 건가.

비탈진 마을길에 앉아 가위바위보로 아카시아 잎 떼며 잠시 앉다.

4학년 교과서는 통합학급 담임이 묶어서 보낸 그대로 구석에 있었다.

꺼내 와서 풀고 구경하기.

국어 수학이야 특수학급에서 하지만

다른 과목은 통합학급에 가서 하는 아이.

미리 전체를 훑어 어떤 걸 배우나 안다면 도움일 테지.

때로 교과서는 너무 어려운 말들이었고, 한편 너무 쉽기도.

아마도 내 수위에서 보기 때문일 것.

그리고 그때의 나는 평균수위일지 아닐지도 모르는.

 

한동.

코로나19로 집에 같이 있던 고3 형아는 등교개학을 시작했다.

집이 텅 빈 것 같어유.”

똑똑하고 잘 생기고 따뜻하고

든든한 큰 손주의 빈자리가 할머니는 얼마나 클까.

집에 들어서며 내가 다 쓸쓸하였는데.

어릴 적 기억들을 자주 불러들이는 이네 가족이다.

나는 할머니랑 둘이서 산 적이 있다.

듬직하지 않았어도 한 존재의 자리가 적지 않았을.

외로울 수 있었을 할머니의 마음을 그때는 헤아리지 못했던.

멀리서 다니며 공부가 벅찰까 하여

학교 후문 앞에 사시던 국어선생님이 댁에서 다니면 어떠냐 내게 권하셨더랬는데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한 것도 아니면서

학교 가까우면 편하다는 마음에 더 솔깃해서 그 날 당장 보따리를 싸서 갔다.

벌써 40년 가까이 된 이야기인가 보네...

할머니도 한동이처럼 큰 손주가 돌아올 쇠날을 애타게 기다리리.

오늘도 1교시는 호숫가 배 위에서 아이랑 노래를 불렀다.

엄마가 있었다면 아이에게 들려줬음직한 노래들.

 

서울시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한다던가.

감염병 전문이며 특수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확인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고

감염병 역학조사, 응급 외상, 호스피스 등 공익성이 강한 특수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것.

설립되면 서울시 12개 공공병원과 다른 지방의 공공의료기관에도 인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

그런데 의사 양성이 문제가 아니라 기피과 할 의사가 없는 현실.

유인책을 아무리 써도 돈 안 되는 과는 안 간다.

유인책이 어떤 게 있을까?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 등 비인기과들 수가를 OECD 수준으로 정상화하면 된다는데.

학비도 저렴하면서

정말 의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를 세우면 좋겠다고도.

그렇지만 의대는 병원이 아니라는 반발도 있다.

어디로 가게 될까, 이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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