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21.해날. 맑음

조회 수 261 추천 수 0 2020.08.13 02:53:41


 

파김치를 먹다 한 사람이 말한다.

-파 대가리가 엄청 크네!

밭에 있을 때는 뿌리였는데

파김치가 되니까 대가리.

있는 자리에 따라 다른 거라.

(지금 어떤 자리에 있건 뭐로 불리건) 괜찮아.

안될 땐 앉은 자리를 돌리고

일어섰다 앉고 그러는 거지.

괜찮아, 다 괜찮아!

 

주말에는 물꼬의 삶에 오직 집중.

사이집부터 욕실 청소를 했고, 욕실 커튼을 빨고.

아직도 들어가지 못한 겨울파카가 보이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밤이면 입었다.

빨다. 이제 들어가렴.

정오에야 밖으로 나가 마당 풀들을 좀 긁고 뽑고.

학교로 내려가 늦은 낮밥을 차렸다.

 

대처식구들 반찬을 해서 보내고.

기락샘은 대문을 나서며 차창을 내리고

습이들에게 일렀다; 잘 있거라, 잘 지내거라.

긴 문장의 편지 같은 말들이었다.

그야말로 장문의 편지글.

 

달골에 다시 올랐다.

돌담 둘레 죽은 풀들을 긁었다.

잔디며 심었던 것들 물도 주었다.

대나무기도처 안에 바닥을 놓기 위해 땅을 다졌다.

둘레 풀도 정리하고.

학교아저씨도 올라오고 준한샘도 와서 거들다.

해지고, 사이집 밖의 소각장에 불도 지폈다.

 

늦은 저녁을 먹었다.

묵밥.

애호박을 새우젓 넣어 볶고,

무채에 오이무침에 토마토도 나왔다.

여름 저녁의 편안한 밥상이었다.

 

연어의 날을 앞두고 할 일들을 적어본다.

주중에 들어오는 이들이 하기도 하고,

일정 앞두고 사나흘 몰아 할 수도.

햇발동 뒤란 풀, 부엌 창 아래 개나무 이발도 좀 하고, 데크의 꽃들도 살펴야지.

창고동 앞 꽃밭 풀들도 정리해야. 석축 사이 풀도.

아침뜨락으로 가서는 지느러미길과 감나무 아래 풀,

항아리화분들 둘레와 다알리아꽃 둘레의 풀도 잡고. 오메가 풀과 아고라풀도.

뽕나무 아래 수로의 돌도 쳐야(멧돼지가 헤집은) 하고,

역시 멧돼지가 뒤집은 대나무 수로도 다시 놓고.

사람들에게 분양하고 나니 더욱 소홀할 수 없는 측백이라.

좀 다듬어주기. 일단은 들머리 얼마 만이라도.

룽따(다루촉)도 새로 걸거나 더해 걸거나, 아침뜨락은 물론 학교 전나무 사이도.

대나무명상터 거미줄도 쳐주어야 한다.

미궁 길도 쓸어야지.

 

오늘도 집안으로 드니 밤 10.

으윽! 뻐근한 어깨.

내일부터는 또 새벽에 대해리를 나가 제도학교에서 보낼 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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