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30.불날. 장맛비

조회 수 254 추천 수 0 2020.08.13 03:09:07


 

, 옥샘 차가 없던데...”

머물고 있는 사택 앞에 두었으니 학교 주차장에 내 차가 있을 리 없었다.

날아왔지, 더 빨리 오고 싶어서!”

아하... 들어가도 돼요?”

아침마다 같이 노는 1학년 둘이 특수학급으로 들어온다.

일찍부터 온라인 연수 하나를 듣고 있었다.

오늘은 마지막 날.

종일, 그리고 밤까지 계속해야 겨우 통과를 하려나.

하는 데까지.

30시간짜리를 겨우 몇 시간 듣고 손을 못 대다 어제부터 틈틈이 열심히 달리는 중.

어제만 해도 저녁7시에 학교를 나섰던.

오늘은 OO누나(2학년)한테 갔다 올게요.

 옥샘은 하시던 거 하고 계세요.”

저들 눈에도 뭐가 바빠 보였나 싶지만

동네 누나랑 수다 떠는 게 더 즐거운 오늘이려니.

곧 돌아온 녀석과 또 다른 녀석을 데리고, 아침마다 같이 노는 그들이지,

체육관으로 가다.

아침부터 활발하게 움직여 힘을 좀 빼고 수업을 하면

(물꼬에서 새끼일꾼들이 몸으로 아이들의 힘을 좀 빼면 교사가 수업하기 훨 수월한 것처럼)

담임이 수업하기에 수월할 테지.

우리는 그곳에서 몸활동도 하지만 말법도 배우고 있다.

무엇을 원하는 게 있을 때 찡찡대는 게 아니라 어떻게 말할지,

또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행동을)하고 싶도록 하는 말하기 그런 거.

곧 자폐아도, 2호차 타고 들어온 아이들도, 달려와 같이 놀았네.

 

어제는 본교 특수샘이 병가를 냈다.

하루 더 쉬다 오실 걸, 본교 교장샘 말대로였다면

우리 학급 수업이 붕 떠버렸을.

오늘은 또 작은 문제가 생기다.

대전에서 오는 특수학급 도움샘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사이에 두고

양쪽 두 학교에서 확진자가 생기고,

그래서 간밤 자정 다 돼 아들 학교에 등교중지 소식이 들어왔다는.

일단 출근을 했지만 돌아가야 할 것 같단다.

하여 이곳 교장 교감샘께 말씀 넣고 이번 주는 출근을 않기로 했다.

어제 병가를 냈던 본교 특수샘께 하루 더 쉬라, 여기 일을 알아서 하겠다,

간밤에 그리 문자 넣으려다 접었지. 알아서 하실 일이기도 했고.

오늘은 괜찮다는 판단으로 일단 오신 도움샘,

아니 오셨으면 땀 꽤나 뺐을 날이었을.

맞춤한 또 하루라!

 

차나 한 잔 하고 가셔요.”

이번 주 오지 못할 도움샘을 찻자리에 앉힌다.

제가 (이 상황에) 차를 마시고 가도 되나...”

옆반 샘이 다식으로 먹으라 호두파이를 들여 주었고,

도움샘은 지난시간 가져다둔 치즈케잌을 어제 다 먹었다고

오늘은 카스테라를 들고 왔다.

세상이 어째도 우리는 밥을 먹고 일을 한다.

이런 상황이나 저런 상황이나 다 사는 일이라,

자, 지금은 차 한 잔!

마침 4학년 국어수업이라 4학년 두 명이 왔고,

같이 앉아 차를 마시다.

어제는 무슨 맛인지도 몰랐는데(자폐아가 동석했던), 부드럽네요.”

그러면서도 묵직함이 있었다.

호두파이도 잘라 다식으로 먹었다.

 

3교시는 2학년 아이 하나 특수교육 대상 여부를 가늠하는 관찰 중.

담임교사가 부탁한 일이었고

세 차례 걸쳐 관찰하겠노라 했던.

오늘은 그 학급내에서의 아이의 소통을 관찰하다.

활달한 아이.

그런데 관성으로 글을 읽는.

맥락을 이어가는데 서툰.

하지만 수업 안에서 그렇다고 일상이 그런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장애가 있다면 학습장애 정도로 보이는.

그런데 그것 역시 엄마와 누나들의 장애에 노출된 탓일지도.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중이라.

이 순간이 한 존재를 규정하는 어마어마한 일이 될 수도.

하기야 교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느 때라고 그런 무게가 아니려나.

나는 아이들 '앞에' 서 있나니 부디 곧게 걷기!

 

어라, 얘는 또 어딜 갔나.

자폐아인 우리 진새가 1학년 교실에 없단다.

본교 특수샘도 보이지 않네.

체육관에 가 있을 확률이 높다.

4학년 체육시간을 챙긴 듯이 들어가서 뛰어다니는 아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본교 특수샘이 체육관에서 데려나오려 애쓰자 아이는 바닥에 눕고

그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가셔요, 제가 할게요.”

특수샘을 보내고 이어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씨름 하다.

눕는 것을 막으려 한다.

말하는 법을 찾게 하려 한다.

의사를 표현하는 긍정적인 방법을 찾게.

밖으로 나왔다.

이쪽으로 가고 싶어요!”

문장을 가르치고 여러 번 반복할 것도 없이 그는 원하는 걸 결국 말한다.

누워 뻗치려할 때도 말로 하라 이른다.

시도하는 아이.

그의 버릴 행동을 대체할 긍정적 행동을 찾아 계속 가르치기.

저도 이제 좀 이 공간을 익혔겠지.

등교개학이 벌써 달포가 되었지 않나.

담임 왈,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크레파스 가져오라고 하니 제 사물함에서 꺼내 책상에 올려놓더라고.

그 아이 머리가 좋다. (사람들이 그 아이를 향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할 줄 안다.

소근육이 약해 제 물병도 못 든다 했지만 한다.

식판을 못 들고 갈 줄 알지만 들고 간다.

자폐아라고 지능이 다 낮은 건 아니다.

서번트증후군처럼 특정 영역에서 천재적이기도 하고.

이 아이는 저가 답답한 게 없는 거다.

엄마가 미리 알아서 너무 많이 챙겨주는 듯도.

제 일이 되어야 아이도 움직인다.

이 아이에게 제 일을 가르치기.

 

급식실 식구들이 건너왔다.

다른 때라면 차를 내리.

내 책에 사인들을 받으러 온.

단체급식에서 개별식단을 내게 자주 차려내 주시는 분들이라.

고기를 먹지 않는 이를 배려한.

오늘은 레몬베이스를 한 통 건네주다.

따지 않고 그대로 남은 걸.

물꼬 살림을 헤아린 것이라.

눈치가 있어야지!”

당신들 눈에도 바빠 보였나 보다.

그때 또 누가 들어선다.

젤 대장 어른. 퇴직하고 기간제로 여전히 학교 강사로 오시는.

명상에 대한 질문들을 하셨는데,

다른 날에 나누자 함.

 

연수를 끝내다. 그것도 들으니 요령이 생기더라.

자정에 마감인 연수였다; 기초안전교육.

6개월마다 들어야 하는 연수였기도 하지만

아무도 하라고는 안 했다.

그런데 물꼬 역시 필요한 연수였던.

그래서도 챙겨 듣고 싶었다.

신청해놓고 못하는 건 또 뭐람.

뭘 하기로 했으면 해야지.

결국 다 했다. 주관식 객관식 시험과 연수후기는

마감 지나서 해도 별 무리는 없었으나 앉은 김에 그 자리에서 하기로.

저녁 8시께 학교를 나서다,

주무관에게 연락해 문을 거십사 하고.

요새는 원격조종도 됨.

 

물꼬 바깥식구 하나 왔다.

여기서 물날 저녁을 그런 만남에 쓰고 있다.

좋은 데 데리고 가서 저녁을 먹었고, 몇 가지 먹을거리를 들여 주고 갔네.

번번이 내가 하는 대접이 아니라 오는 이가 하는 대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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