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마당에는 감또개와 풋은행알이 떨어지는.

 

등교 발열체크 담당이었다.

백일홍 3색과 잎을 준비하고

주스와 물도 준비해서 상에 놓고 아이들을 맞았다.

아이들은 교실에 가방들을 두고 다시 와

내 곁을 어슬렁거렸다.

정토와 천국의 마당이 그러할 것이었다.

3학년 아이들이 사인을 받으러도 왔다.

아마도 담임샘이 나를 소개했을 것이라.

4학년 아이 하나도 제 엄마가 내 책을 두 권 샀다나.

2학년 아이 하나는 자기도 옥샘 있는 특수학급을 보내달라고

한 주 내내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지.

 

2교시는 1학년 통합수업으로 하는 풍물,

인형 같은 자그만 아이들이 어느 순간 박을 맞추고 있는, 그 합이 찡하였더라.

3교시 4학년과 6학년 국어수업은

손풀기부터 하고 전체 핵심 잡기.

국어 공부라면 그게 절대적일.

 

자폐아 전담 도움샘이 이번 주 부재.

본교 특수샘과 아이 담임샘과 내가 돌아가며 돌보다.

그의 급식 도움은 진즉부터 내가 나섰던 일이었더랬다.

억지로 먹으란 건 폭력이지.

배고프면 먹을 테다.

우리 집 아이 어릴 적 생각하며

숟가락 비행기를 아이 입을 향해 날리다.

, 먹으려 드는 아이.

역시 오늘 움직임이 좀 많아서도 그랬을 거네.

 

개인적으로 물어볼 것도 많아요.”

아직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여교사가 책(<내 삶은 내가 살게...>)을 잘 읽고 있노라 했다.

곧 차 마시기로 했네.

옆반 담임교사는 그랬다.

내 책을 읽는데 옥샘 목소리가 자꾸 들리더라고.

자극이 되어(자식들 앞에 먼저 잘 사는 걸 보여줘야겠다 싶어)

어제는 장을 잔뜩 봐서 2시간이나 반찬을 해두었다나.

“1주일에 두 번만 해도...”

뭘요. 그러다 지치실라. 1주일에 한 번만 하셔요!”

늘 피로에 절여있어 보이는 그가,

그래서 교실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데

오늘은 힘을 내 아이들과 청소를 다 하더라.

책만 해도 끝까지 읽은 책이 없는데 자꾸 다음을 읽게 되더라 한다.

내 책을 마지막 장까지 꼭 읽겠다 했다.

같이 교실을 쓰고 있는 본교 특수샘도 

책을 읽는데 옥샘 목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라 허리를 펴고 다시 앉았더라니.

그리고 나는 오늘 그랬지, 이번학기 이 학교 참 잘 와 있다고.

오늘부터 교보문고 네 지점 연합매대에 광고를 시작했다는

이번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를 낸 출판사 소식도 들어왔네.

 

어제는 공문을 올리고 회수하고 다시 쓰는 과정이 하나 있었네.

뭐든 좋은 뜻으로 시작되었어도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는 게 사는 일인 것 같다는 교장샘의 문자.

때때마다 좋은 결정을 할 수는 없지만

큰 방향에서 선함은 중요하고,

일이 어느 쪽으로 되어가는 방향에서 우리를 공부시키나니.

무슨 일이나 편하게 지침 혹은 의견을 전해달라 말씀드렸네.

친절하게 물어봐주고 늘 잘 설명해주시는 당신이라.

또 이렇게 오늘 그로부터 배움이 있었네.

 

오늘도 물꼬 바깥식구 하나 건너와

대청호를 한 바퀴 돌아보다.

저녁을 먹고 돌아갔네.

제도학교와 비제도학교의 간극을 사람들로 메우는 시간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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