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가 있는 대해리와 대해 골짝 끝마을 석현리 경계산에

반달곰 나타났다는 소식.

물꼬의 제습이와 가습이는 자꾸 땅을 판다는데,

개들이 땅을 파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래 전 사냥에 대한 기억으로, 집짓기에 대한 본능으로, 영역표시로,

더워서도, 잠시 어딘가 가고 싶어서도 그렇다고.

심심할 때도 그런다는데, 그것들이 묶여서 얼마나 답답할 거나.

주말에 가면 놀자 해도 

가서 쓰다듬어주는 것다음날 한 차례 운동장 두어 바퀴 산책시켜주는 게 다.

들에 나가 일하며 아이들을 광목천으로 묶고 그걸 나무에 연결해 두었더라는데,

엄마는 얼마나 애가 탈까.

그런 찡한 마음이 그것들한테 드는 거라.

내일이면 물꼬를 들어가나니.

 

제도학교에서는 제도학교에서 또 풍성하고 즐거운 삶이라.

아무도 들어서지 않은 학교(주무관이 일찍 학교문을 열어둠)로 일찍 출근을 해서

수업이며 홀로 준비해얄 것들을 챙기고 있으면

어느새 1학년 아이들이 오고

그들과 1시간여 놀다가 1교시부터 특수아들을 맞고...

3교시는 2학년 남아와 그 담임교사와 상담하다.

그간 특수학급 입급대상자가 아닐까 관찰해왔던.

경계성급 장애가 있는 집안 사람들에게 노출된 탓도 있을 듯하다,

지능도 사회성도 떨어져보이지는 않는다,

개별학습을 좀 해보겠다는 의견.

그 아이를 데리고 주에 두 차례 수업을 해보겠다 제안하다.

 

오후마다 우리학급에 찻자리를 깐다.

오늘은 대여섯이 모였더라.

마침 교무회의에서 한 번 논의했으면 싶던 안이 있었는데,

모두 대략 의견을 조율하다.

내가 수렴해서 교장샘께 언질을 주기로.

치유를 넘어 사랑방 노릇하는 찻자리라.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학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

이 제도학교는 시골 작은 학교라 날마다 전교생이 등교하고 있지만

큰 학교들은 사정이 다른.

부모들이 학교 귀한 줄 알게 됐을겨?”

그러게.

가정에서 아이들의 시간을 책임져야 하고,

일상생활 흐름은 흐트러지고,

급식이며 학교를 기대고 살아야 했던 일부 아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

그나마 학교가 있어 교육격차가 덜했더란 것도 새삼 깨닫고.

그간 학교가 가정과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했던 몫을 많은 부분에서 해왔던 걸 알게 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학습장 너머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우는데 몫을 해왔던 것이다.

학습 뿐이었다면 때로 학원이 더 나을 때도 있잖았던가.

코로나19는 생각보다 길어질지 모른다.

원격시대에 아이들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온라인수업에서 공통된 교육과정을 가르치고,

등교수업에서는 아이들 각 수준에 맞춘 개별화 수업을 진행해야지 않냐는 목소리도.

논의가 본격화될 테지.

언제나 흔들렸고, 그러다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던가.

이 시기에 제도학교에서 보내고 있음은

교육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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