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낮아진 기온.

오늘부터 나흘 예술명상.

한 학기 주마다 한 차례 중학교를 가서 각 학년마다 한 차례 할 수업을

물꼬에서 나흘에 걸쳐 하기로.

그러니까 날마다 구성원은 바뀌는.

3개 학년인데 왜 사흘이 아니라 나흘이냐고?

학생 수가 많은 2학년은 두 패로 나눠.

오늘 7학년 아이들 열둘과 인솔교사와 운전기사 들어오다.

 

밤을 지샜네.

늦게 차를 좀 많이 마신 까닭도 있을세라.

부담이 좀 되기도 했던 걸까?

늘 하는 일이어도 일정을 앞두면 약간의 긴장이.

그러나 언제나 걱정은 아이들이 나타난 순간 사라지는.

잠을 청하다 결국 이불을 걷고 거실로 내려서 40여 분 빈백에 몸을 널었더랬다.

06시 해건지기.

아이들이 들어오는 날이라면 더욱 그들을 맞을 마음을 위해 수행부터 시작하는 일정.

멧돼지 다녀가며 헤집어놓은 옴자의 일부분에 심었던 배추모종,

그걸 다시 뒤집어 놓은 그들,

배추모종을 다시 심으려 준비해놓고 그걸 할 시간은 안 나더라. 접었다.

08:30 예정대로 가마솥방으로.

후루룩 낮밥 준비를 좀 해두고.

나머지는 점주샘이 맡는다.

내가 할 일부터 말해주라.”

맞다. 그래야 그가 움직일 가늠이 되겠지.

일머리를 아는 그라.

이곳에서 함께 일할 때 늘 계획보다 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랄까.

이번은 하얀샘과 학교아저씨와 넷이 진행하는 일정.

 

09시에 부엌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겠다던 시간이 늦어지더니

09:15 옷을 갈아입자마자 아이들 들어서다.

09:30 도착한다던 이들이었는데.

마을 삼거리에 버스를 세워두고 걸어 들어왔다.

오늘 쓸 차를 선물로 들고.

화장실부터 찾는 아이들이 있었고,

덕분에 해우소 안내부터 하였네.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 목소리 크기가 변했고,

교사의 표정변화도 함께했다. 다음이 궁금해진다셨지.

전이시간은 길었다. 여기서 그것만 해도 충분하리. 쉬어가기만 해도 말이다.

그래도 진도 빼고.

가마솥방에서 안내모임을 시작으로 학교 한바퀴,

달골로 올라가 아침뜨락에서 걷기명상,

밥못 계단에서부터 느티나무 동그라미까지는 침묵하며 걸어 내려서서 창고동에서 차명상,

학교로 돌아와 낮밥, 그리고 춤명상, 마지막으로 갈무리모임.

 

낮밥을 맛나게들도 먹었네.

후식으로 떼오오랑주를 준비했으나 말았다.

이미 차도 충분히 마셨고, 밥이 단단했으니까.

밥상을 물리고 책방에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이 햇살처럼 빛나고 있었다.

아이들은 꼭 집중(일정에, 또 침묵에)하지 않아도 뭔가 남는!

하림이가 도움꾼 역할을 크게 했고,

아이들과 온 종필샘이 역시 품앗이샘 노릇으로 손을 보태다.

지효과 경민이 늦게라도 밥상머리공연도 했더랬네.

, 차가 좀 진했더랬다. 사람이 넘쳤으려니.

그래도, 차를 처음 만나는 이도 있었는데, 맛있어들 했다.

오가는 멧길이 신명이 나데.

그런데 맨발로 내려오는 길에 확 다리 힘이 빠지다.

자지 못한 잠 때문이었으리.

 

학교가 예쁘다고 했다.

낡은 게 더러운 건 아니라던가.

그런 걸 볼 줄 아는 아이들이었네.

5시간을 넘게 머물고

16:40 갈무리 글을 끝낸, 나흘 일정 첫날 아이들이 돌아가다.

쉬다가 할까, 바로 할까?”

아래에서부터 정리하고 올라가는 길에 바로 창고동 들러 청소하기로.

차명상을 끝내고 그대로 둔 채 바로 일어나 내려왔으니까.

점주샘은 주로 해놓고 쉬기는 움직임을 택한다.

지나고 나면 언제나 그가 옳다.

잠시 쉬기도 하자던 저녁답이었으나

청소를 끝내고 돌아서니 19,

다시 학교로 내려가 저녁밥을 먹고 달골 오르다.

 

물든 감잎들이 떨어져 내리고,

거기 홍시도 하나씩 고명처럼 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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