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 2.쇠날. 도둑비 다녀간

조회 수 382 추천 수 0 2020.11.15 11:46:04


 

아구, 속시원해라!

창고동 구름다리가 깔꿈해졌다.

 

명절에 식구들과 모이면 옳다구나 하고 평소 손이 닿지 못했던 일들을 한다.

하하, 하지만 힘들어서 여기 오고 싶지 않을 만큼은 아니게.

달골 기숙사인 햇발동과 창고동을 잇는 구름다리 아래 곰팡이를 닦아냈다.

비 많은 날 길었던 지난여름을 건너며 아주 시커매진 곳이었다.

물 뿌리고 세제로 닦고 헹구고 솔로 박박 문질러야겠다 했다가

누가 요새 그리 힘든 과정으로 청소하냐 한소리 듣다.

지난 여름계자를 위해 들어오던 정환샘이,

여기저기 청소하며 숨은 곰팡이가 많다 하자 뿌리는 곰팡이제를 챙겨왔더랬다.

아래 학교 구석구석 쓰자던 것인데,

그곳들은 뜨거운 물과 걸레로 해결했던.

 

류옥하다가 사다리에 올라가 곰팡이제를 뿌리면

기락샘이 긴 수도호스를 끌어다 물을 뿌렸다.

어머니는 저리 비켜 계셔요.”

내 손이 다 닿아야 일이 된다 싶은 물꼬에

이리 지켜보기만 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나이 먹는다.

고개를 들고 하는 작업들이 만만찮았을.

옷에도 곰팡이제가 닿아 탈색이 되기도.

조금 모자라는데...”

아들이 곰팡이제 성분을 보고 비슷하게 만들어서 마저 했다.

 색을 되찾은 구름다리였다.


내일은 내일 일을 또 하겠지.

위탁교육 앞두고 창고동 청소도 해야 할테고아침마다 거기서 수행할 것이니,

창고동 지붕 위 낙엽을 좀 치고,

창고동 창문도 좀 닦자.

사다리 온 김에 해야 할 일들도 찾아야겠네.

, 사이집에 난방용 기름도 겨울 깊어 눈 들기 전에 채워두어야겠지.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급증하고,

고향집에 갔다가 친척들의 질문에 속이 상해 상경하고,

오랜만에 만난 식구들이 꼭 한바탕 싸움을 하고...

그렇다지.

그럴 수 있을 게다.

삶터가 멀어 그만큼 삶의 간극도 멀어졌는데

가족 혹은 일가친척의 범주로 한 밥상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일이 쉽지 않을 수.

때로 우리가 가족이라기보다 타인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야 서로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

나만 해도 어미로서 자식에게 말할 때

너와 같은 행동을 한 다른 사람에게도 이리 말할 수 있는가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타인과 가치관이 다르다고 서로 못 만날 것도 아니지만

서로 생각의 격차가 커도 적당한 거리로 얼마든지 좋은 교류가 가능하다,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면.

서로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잘 말하기.

정작 가족에게 안 되는 그걸 타인을 향한다 생각하고 그리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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