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8.쇠날. 맑음

조회 수 270 추천 수 0 2023.09.28 12:00:50


볕 좋다.

빨래 건조대를 꺼내 먼지를 털고 행주며 걸레며 수세미들이며를 널었다.

담양의 한 한옥에서 맞은 아침이었다.

찻방을 치워내고 마당의 수반에 물을 채웠다.

차를 달였다.

소리꾼들이 왔다.

한 분은 모임 때마다 번번이 김치며 반찬을 챙겨온다.

여름 끝물의 고구마순이며 열무며 깻잎이며들이 맛나다.

그리고 또 남도의 김치를 얻어온다.

그곳 말로 징허게 개미지다(게미지다?)’는 김치.

맛나다라는 의미로는 모자란다.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긴다? 맛이 깊다?

 

볕 좋은 마루에서 소리 연습을 하고,

차를 달여 마시고,

밥을 해서 먹고 돌아왔다.

고속도로에서 두 차례나 사고를 목격했다.

한 번은 그 현장이 채 치워지지 않아 차량 세 대가 찌그러진 걸 보기도.

사람의 일이란, 별일 없음이 자주 고마운.

그대, 안전하시라.

 

오는 길에 속리산 아래 들렀다.

벗이 저녁밥을 내놓았다. 식당이었다.

산채비빔밥을 먹는데, , 병의 뚜껑이 열리며 고추장이 쏟아졌다.

몇 걸음 곁에서 그걸 보았던 일하는 친구가 다가왔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가져다 드릴게요.” 했다.

몸에 밴 친절이었다.

그냥 먹겠다 했다. 밥을 한 공기 더 가져다주었다, “짤 텐데...” 하며.

다시 그곳을 갈 일 있다면 그 식당을 가지 싶다.

기분 좋은 친절이었다.(하기야 친절이란 게 대체로 기분 좋음을 불러일으키네)

다시 찾을 만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6 2022.12.27.불날. 맑음 / 떡국떡을 더한 감동 다섯 옥영경 2023-01-08 259
6515 2023. 1.25.물날. 맑음 옥영경 2023-02-27 259
6514 2023. 2.22.물날. 맑은 낮이었으나 밤비 밤눈 옥영경 2023-03-19 259
6513 2023. 5. 7.해날. 비 옥영경 2023-06-09 259
6512 2023. 5. 9.불날. 맑음 옥영경 2023-06-13 259
6511 2023. 7. 7.쇠날. 비 옥영경 2023-08-02 259
6510 2023. 9.30.흙날. 비 내린 아침 옥영경 2023-10-17 259
6509 2023.11. 7.불날. 갬 옥영경 2023-11-19 259
6508 2022.12.19.달날. 맑음 / 산타가 어른들한테 선물을 주지 않는 까닭 옥영경 2023-01-06 260
6507 2023. 4.30.해날. 맑음 옥영경 2023-06-03 260
6506 2020. 6.30.불날. 장맛비 옥영경 2020-08-13 261
6505 2022.12.18.해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61
6504 2022.12. 4.해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22-12-28 262
6503 2022.12.10.흙날. 흐림 옥영경 2023-01-06 262
6502 2022.12.11.해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62
6501 2022 겨울 청계 여는 날, 2022.12.24.흙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62
6500 2023. 1.29.해날. 흐림 옥영경 2023-03-03 262
6499 2023. 2.10.쇠날. 흐림 옥영경 2023-03-07 262
6498 2023. 5. 8.달날. 맑음 옥영경 2023-06-09 262
6497 2023. 6.10.흙날. 멀리서 천둥치고 옥영경 2023-07-21 26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