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20.물날. 비

조회 수 314 추천 수 0 2023.10.01 23:57:58


모여 빵을 만들었다. 오늘은 모카빵.

버터를 먼저 녹이는 쿠키와 다르게 다른 재료들 섞은 뒤 버터를 섞는.

그리 만들어보니 알게 된 게 또 있더라.

빵 위에 토핑물을 얹은 것,

그게 갈라짐이 더 많아야(고르게 자잘자잘 금이 가야) 제대로 된 거더라고.

, 당연하겠구나, 아래 빵과 위에 얹은 물이 익혀 팽창하는 정도가 다르니.

그러니까 아래는 빵이고, 위 덮개는 비스킷인.

1차 발효 45, 2차 발효 30(중간 발효도 15),

발효시간이 기니 같이 밥도 해먹었다.

엄마들이 대부분이라 그런 것 일도 아닌.

뚝딱 해서 선걸음으로들 먹고나니 빵이 다 구워졌더라지.

 

한 어르신이 타일 바닥에 미끄러졌다.

살짝 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예전 고관절 수술을 세 차례나 하셨더란다.

좀 쉬다 움직여보겠다셨는데,

한 남자 어른이 말했다.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가서 확인을 하고 댁으로 가는 게 맘 편치 않겠냐고.

... 그럴 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서둘러 댁에 가서 쉬는 게 낫겠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래서 기다렸다 태워다 드려야지 했는데.

119가 왔다.

골절이라 했고, 이삼 주 입원을 해얄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

재수가 없어서...”

아니어요. 또 수술하실 수도 있는데 그만만 해서 다행이지요.”

나쁜 일은 언제든 일어난다.

늘 그것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관건.

119를 부를 생각을 한 게 인상 깊었다. 배웠을세.

 

면소재지 농기계수리센터를 들리는 물날 오후라.

앉아서 미쯔비시 예취기 카뷰레이터(기화기)를 분해하고 조립하고 있었다.

마침 새 것으로 갈아끼우고 곁에 둔 게 있어서.

그때 등 뒤에서 누가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같이 인사했다. 누군지도 모르고, 채 볼 생각도 않은 채.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등만 보였고.

그가 돌아섰을 때야 알았다. 오래 물꼬에서 일했던 이라.

반가웠고, 그제야 인사를.

아까 못 보고 인사하셨구나...”

같이 고생했던 날들은 그런 거구나 싶더라.

혹여 불편할 수도 있을 것들이 껴있어도 반갑기가 먼저인.

고맙다, 나도 멀쩡하고 그대도 잘 살아주어.

 

점주샘이 왔다. 물꼬란 곳이 그냥 놀러온다가 없는 곳.

이번에도 우리는 일 하나 잡았다.

전에 장판 깔았으니 이제 도배 해야징:)’

얼마 전 보낸 문자였다.

장판은 6월 연어의 날 직전 햇발동 1,2층에 깔았던 장판을 말함이라.

하지만 도배는 거기 아니라 구두목골 작업실 C.

, 좋지!’

답이 흔쾌하게 왔고, 그렇게 도모한 일이었다.

저녁거리를 안고 현철샘도 건너왔다.

그래 도배하는데 장판 멤버가 모여야지!’

점주샘의 응답문자였더랬댔지.

하지만 현철샘이 그것까지 할 짬을 낸 건 아니고

마침 비 왔기 그곳 현장이 쉬어 점주샘 온다고 같이 모인.

좋은 사람들과 밥 한 끼 먹는 일, 사는 일이 이런 거다, 그런 생각.

비 내리는 고모령을 듣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2번을 듣는 밤이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6 2023. 1.25.물날. 맑음 옥영경 2023-02-27 259
6515 2023. 2.22.물날. 맑은 낮이었으나 밤비 밤눈 옥영경 2023-03-19 259
6514 2023. 5. 7.해날. 비 옥영경 2023-06-09 259
6513 2023. 5. 9.불날. 맑음 옥영경 2023-06-13 259
6512 2023. 7. 7.쇠날. 비 옥영경 2023-08-02 259
6511 2023. 9.30.흙날. 비 내린 아침 옥영경 2023-10-17 259
6510 2020. 6.17.물날. 살짝 흐린 옥영경 2020-08-13 260
6509 2022.12.19.달날. 맑음 / 산타가 어른들한테 선물을 주지 않는 까닭 옥영경 2023-01-06 260
6508 2023. 4.30.해날. 맑음 옥영경 2023-06-03 260
6507 2023.11. 7.불날. 갬 옥영경 2023-11-19 260
6506 2020. 6.30.불날. 장맛비 옥영경 2020-08-13 261
6505 2022.12.18.해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61
6504 2022.12. 4.해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22-12-28 262
6503 2022.12.10.흙날. 흐림 옥영경 2023-01-06 262
6502 2022.12.11.해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62
6501 2022 겨울 청계 여는 날, 2022.12.24.흙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62
6500 2023. 1.29.해날. 흐림 옥영경 2023-03-03 262
6499 2023. 2.10.쇠날. 흐림 옥영경 2023-03-07 262
6498 2023. 5. 8.달날. 맑음 옥영경 2023-06-09 262
6497 2023. 6.10.흙날. 멀리서 천둥치고 옥영경 2023-07-21 26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