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계자 닫는 날, 2008. 8. 1.쇠날. 맑음

조회 수 1990 추천 수 0 2008.08.10 19:32:00

125 계자 닫는 날, 2008. 8. 1.쇠날. 맑음


“그들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계자를 왔고
중고생 때 새끼일꾼을 거쳐 어른이 된 친구들이니
좀 어수선하고 어리버리하더라도
아이들 잘 데리고 들어올 수 있을 겁니다.”
처음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아이들맞이를 맡겼던 계자였습니다.
별 일이 없으면 아마도 올 여름뿐 아니라
나아가 계속 그리할 생각이지요.
그래서 남다른 감회가 있었습니다,
이제 뭔가 한 세대가 넘어간 듯한.

아이들을 바래러 나간 영동역,
한 곳으로 모이기보다
뚝뚝 떨어지거나 멀찍이서 바라보고들 있습니다.
아이들이 들어오는 날도 그러하였다지요.
그게 참 재밌습니다.
이번 계자의 아이들 특징이 또 그러했거든요.
늘 거울입니다.
그래서 역에서 샘들이 돌아오면
오늘은 부모님들 분위기가 어땠냐 묻게 된답니다.
이리 말하니 자칫 무슨 비난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누가 어떻다는 개인적 평가가 아니라
그냥 그 전체 덩어리가 빚어내는 풍경이 그러하다는 얘기입니다.
또, 계자를 시작하기 전 교사미리모임을 하면
샘들을 통해 계자 분위기가 미리 읽혀지기도 합니다,
물론 늘 꼭 들어맞지야 않지만.
계자를 꾸리는 어른들 분위기가
아이들 위로 투영되고 반영되는 거지요.
샘들 분위기 또한 발랄하더니(특히 새끼일꾼들)
역시 계자 내내도 무리가 그러하였답니다.

오늘 아침은 온통 이불을 끌고나와
털고 개고 쌓는 일이 ‘해건지기’였습니다.
다음에 이곳을 쓸 이들을 위해 공간을 준비하는 데
모두 마음을 내서 함께 했지요.
그리고 나갈 채비 다 해둔 뒤 갈무리글을 썼습니다.

밥이 어느 때보다 맛있었다고 감탄에 감탄을 더한 계자였지요.
전문 요리사가 부엌을 맡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저엉말 밥 많이 먹었지요,
고파서 먹는 밥이 아니라 맛으로 먹는.
마루에서 부엌 안으로 맨발로 내려서서 다니기도 처음이었습니다.
어찌나 번들번들하게 청소를 하셨던지요.
한편, 정적인 부분이 좀 소홀했던 계자이기도 했습니다.
아쉬움이야 무엇이건 늘 남기 마련이지요.
다른 기회에 또 만나 그걸 채우면 될 일이겠습니다.

어른들(새끼일꾼들 포함)의 반성도 있었습니다,
특히 오래 만나 익은 공간에서 익숙한 관계들이 빚기 쉬운,
좀은 느슨하고 그래서 좀은 게을러지고
더 나가서는 함부로 대해질 수도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오래가는 좋은 관계는
약간의 긴장과 예의가 있는 것 아닐지요.
한편 쌓여있는 컵을 씻고 작은해우소 바닥에 흘린 물이라든지,
빨래를 개고 똥통을 비우고 씻는 일까지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이들을 통해
또 우리는 많이 배웠지요.
자신을 정말 잘 쓰이려고 와서
말 그대로 잘 쓰인 이들이 빛났습니다.
어디 영준샘 은영샘만이 그러하였을까요.
공사가 더뎌져 일이 밀리는 바람에
계자 준비가 원활하지 못해
역시 여름 첫 일정이 아무래도 원활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으나
문제없이 잘 꾸려졌던 건
역시 모인 어른들이 자신을 잘 썼기 때문일 테지요.
어쨌든 이런 자리는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게 되지요.
아이들에게 그러하듯
어른들에게도 훌륭한 배움터였더랍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고맙지요, 귀한 아이들 보내준 어른들도 온 아이들도,
그리고 같이 한 어른들도.
모다, 모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래에 아이들이 남긴 갈무리글을 옮깁니다.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습니다.
글을 옮긴 차례는 특별한 원칙 없이
쌓여있는 순서대로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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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줄임표 ‘...’ 옮기면서 줄인 것, ‘.....’ 원글에서의 말줄임표로 구별하였습니다.
-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 이가 주(註)를 단 것입니다.

2년 수홍:
내가 자유학교에서 형 누나들가 동생들화고 6일동안 재내면서 보글보글 요리를 하고 먹을 때 맛있었고 민주지산에 올라가고 내려올 때 해건지기는 짜증나지만 그거 덕분에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들이 천미터 넘게 올라간 게 너무 대단한 거 갔다 다음엔 가족가 천황봉을 올가보고 싶다 그리고 손으로 말하는데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또 오고 싶다 끝~

1년 승완:
옥샘은 장구를 잘 쳐요.
부엌샘은 요리를 잘해요.
소희샘은 떡볶이를 잘해요.
태우샘은 물놀이를 재밌게 해요.
태훈샘은 잘 놀아죠요.

3년 한영:
‘다섯골짝 지나 가기(* 지난 겨울 산오름 제목 ‘다섯 골짝 지나 거기!’, 인쇄물에 그대로 적혔던 모양/ 올해는 ‘백두대간 능선길’)’가 가장 힘들었다. 올라가기가 지옥훈련이었다면 내려가기는 사람 죽이는 훈련이었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보니 경치가 정말 멋있었다. 내려갈 때는 뒤에 사람들이 너무 느리다고 해가주고 길을 비켜주었다. 그 결과 많이 뒤쳐져서 거의 꼴지로 도착했다. 하지만 힘들었어도 재미있었다.(끝)

1년 정민:
벌써 물꼬를 떠났다.
끼리끼리가 재미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았다.
친구를 잘 사겼다.
그리고 또 오고 싶다. 옥선생님은 장구를 잘한다.
또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다.
재미있고 즐거웠다. 근대 오늘 집에 가니까 좋다.

1년 지성:
옥셈에게
옥셈이 좋다. 왜냐하면 옥셈어 우리들을 가르쳐주시고 밥하고 반찬을 만들고 해줘서(*물론 잘못알고 있는 얘기죠. 밥은 부엌샘들이 하셨답니다) 나는 옥셈이 좋다.
그리고 나는 옥셈에게 선물을 드리고 십은데 못준다.
셈들이 다 가게를 가지 못하게 해서(*이곳에는 가게가 없지요) 나는 옥셈에게 선물을 못드렸다.
2008년 8월 1일
유지성이 옥셈에게
옥샘이 내가 배가 아을 때 나를 났게 해줬다. 너무 고맙다.

3년 찬영:
벌써 물꼬를 떠나는 날이 됐다. 기차역에서 밥 못먹어 우동, 삼각김밥으로 밥을 때우고 미르와 한영이와 같이 기차 탄 날이 꼭 어제 같다. 정말 시간은 빠른 것 같다. 물꼬에 처음 왔을 때는 어수선하고 낮설었는데 막상 해보니 참 재밌었다. 우리 같이 농사 짓지 않고 사는 도시 사람이 하면 정말 재밌는 놀이감이다. 나는 한솟밥을 맛있게 만들어주신 부엌샘들고 젊은할아버지에게 감사드린다. 몇잎 안됐지만 맛있고 영양가 많은 음식을 먹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나는 쌤들이 빨래를 보송보송하게 해주셔서 감사한다. 그런데 태호(*태우)샘이 성격을 고쳐야겠다 생각한다. 물놀이도 참 재밌였다. 쌤들을 공격하는 것도 댐을 쌓는 것도 모두 재밌었다. 나는 산(민주지산)에(2008년 7월 30일). 어제 올라갔다. 나는 땀을 뻘뻘흘리며 ‘산에 올라가는 이유는 무었일까?’를 생각했다. 그런데 정상에 서보니 막상 알 것 같은 느낌이 잠시 들었다. 정상은 열심히 올라간 자만이 볼 수 있는 환상적인 환경이었다. 나는 정상에서 더 재밌고 환상적이게 볼 수 있는 법을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올라간 것에 대한 걸 보람을 느끼고 즐기는 것이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하늘에 있는 맑은 공기와 때지어 날아다니는 잠자리들...... 멀리서 보는 산, 들, 논, 집들...... 정말 환상적이었다!!! 나는 산에서 내려온 뒤, 몇 분 뒤에 장작놀이 대신 촛불 놀이를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길게 한 뒤, 우리는 감자를 가지고 인디언놀이(감자놀이)를 하며 감자를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문뜩 동생 생각이 나서 감자 두 개를 동생에게 주려고 봉지에 넣었다. 나는 오늘 일어났는데 장순이 생각이 났다. 무척 나를 좋아해주었는데...... 내가 물꼬에 와서 2일동안 돌봐주지 않은 게 벽을 치도록 후회된다. 옥샘도 잘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런데 불편한 점 2가지. 화장실에서 냄새가 너무 났다. 그래도 참을 순 있었던 문제다. 둘째는 **가 너무 울고 선생님말이 끝나기 전에 끼어든 게 조금 불편했다. 그럴수록 잘해주어야 돼는 건데...... 아쉽다. 나는 여기 책방도 좋았다. 책이 많고, 기분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물꼬 학교를 이번 겨울방학에도 올 것이다. 꼭!!! -김찬영-

3년 세혁: 이번 주와 합쳐서 물꼬에 2번 왔다. 오면서 느낀 점은 겨울에 왔을 때보다 많이 달라졌다 등등 화장실 빼고 왜냐하면 싫지만 오줌이 이리저리 튀어있고 응가도 마찮가지다. 그런데 밥은 정말 맛있었다. 엄마가 만든 것보다 그리고 밥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보글보글도 수영도 다 어제 일같이 짧았다. 다음에도 오고 싶다.

3년 희찬:
대구역, 거기서 여기까지 1시간 50분을 기차를 타고 달려왔다. 선생님이 무섭지 않을까 하고 왔는데 무섭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산모롱이서는 태평양계곡을 갔다. 정말 신이났다. 열린교실, 보글보글에서 재미있는 것도 많이 했다. 판소리할 때 음정을 맞추어야 하는 게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민주지산에 올라가기 이전 날 연습으로 올라간 달골에서 난 쓰러질 뻔했다. 저녁을 어제 너무 적게 먹었기 때문이다. 어제 백두대간 중 하나 민주지산에 가서 정상을 밟았다. 힘든 일도 끝내면 좋다. 하면 된다. 여기서는 무엇이든지 하면 된다. 그리고 이 학교는 정말 좋다. 사는데 필요하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촛불을 보고 옥쌤은 어려울 때 마음이 촛불이 켜지면 좋다고 했다. 1번 더 오면 좋겠다.
p.s 궁금한 게 있다. 옥쌤은 예순 살이신데 할머니이기도 보이는데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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