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5.쇠날. 맑음

조회 수 280 추천 수 0 2020.08.13 02:36:24


 

날씨가 대단했다고들 했다.

어제 그랬고, 오늘도 못잖았다. 영상 34.

 

족저근막염인가 발바닥 통증으로 고생을 하는 중.

날마다 맨발로 제도학교를 너무 걸었던가.

그래도 1학년들과 놀기를 멈추진 않지.

오늘도 아침을 모래사장에서 열었다.

수로를 만들고 물을 부어보기로.

패트병을 찾았는데,

발열체크를 하던 나이든 남자샘과 그보다 더 많은 학교지킴이 할아버지한테로 아이들이 갔다.

나를 앞세우고 패트병이 어디있나 물어보라는 아이들.

- 나는 안 필요해.

저들이 샘들한테 가서 물었다.

아이가 다섯인가 넷이라는 남자샘은 승진에 관심 없이 평교사로 즐겁게 사신다는 분.

- 패트병? 뭐하게? 그런 거 갖고 노는 거 아녀.

아이들은 다시 내게로 왔다.

같이 가서 뒤란 쓰레기통을 뒤지다.

발견!

우리는 거기 물을 받아 아까의 남자샘 두 분 앞을 지나오다.

물병 든 팔을 그 앞으로 쭈욱 뻗으며 의기양양하게.

아이들과 이러고 논다, 하하.

오늘도 교장샘은 특수학급을 들러주셨고,

꽃이 떨어지지 않는 우리 교실의 꽂아놓은 꽃을 알아보는 당신이셨네.

날마다 그렇게 계절을 교실로 들여 살고 있다.

 

숲교실.

특수학급 1학년 자폐아동을 비롯 4학년 6학년 아이들과 교사 셋이 숲에 들어가는 날.

오늘은 담쟁이에 관한 시를 하나 읽었다.

지난 주 담쟁이 줄기로 놀았던.

해서 담에 붙은 담쟁이 사진을 보여주었고,

자주 맞춤법으로 헷갈려하는 것도 확인하고.

덩굴과 넝쿨을 같이 쓸 수 있다는.(‘덩쿨은 아님!)

오늘은 우리 숲에서 지난주에 본, 그리고 지금 한창일,

엉겅퀴와 산골무꽃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철원평야에 서방 잃고 홀로 가는 엉겅퀴는

어찌하여 꽃이 그리 자줏빛이었던가, 잎은 왜 그리 가시투성이였던가,

그리고 산골무꽃은 어째서 골무를 그리 여럿 달고 있던가 하는.

그런데 어제부터 갑자기 몹시 더워진 날씨는

모기도 어찌 그리 많이 데려왔던지.

애고 어른이고 다다다다닥 쏘였다.

안 물리는 이도 꼭 있고.

내 다리는 아주 울퉁불퉁.

오늘은 아침부터 바짓가랑이를 밝으며 넘어져 무릎부터 상처더니.

바르는 모기약도 챙겨갔는데, 다음 주엔 충 기피제를 챙기기로.

 

수업과 수업 사이 짬을 내 병설유치원도 건너갔다.

한 아이가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닌가 살펴봐 달라는 유치원샘의 부탁이 있었다.

세 차례는 관찰하고 이야기를 더 진행시키기로.

오늘 2회차.

요새 유치원을 오기 전 선행경험이 많은 아이들과 달리

할머니랑 사는 이 아이는 그저 자극이 없었기 때문에 더딘 건 아닐지.

이미 많은 걸 아는 아이들에게 전달이 빠른 교사가

이 아이에게는 숨이 찬 게 아닐지...

 

이리 대접 받아도 돼?”

오늘은 급식조리사님들을 찻자리로 초대한 날.

제가 오늘 우리 학교 서열 1위를 알려줄라고!”

밥이 젤 중하니까.

밥노동의 힘겨움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물꼬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도 그 밥 아닌가.

급식시간이 끝난 뒤 잠시 숨 돌리고 그 시간 다녀가십사.

젖은 옷으로들 와서 발도 좀 뻗고 숨들도 돌리시고.

 

마침 면사무소에 일도 있어 조금 일찍 퇴근해 물꼬로 넘어온 길.

주중에는 제도학교의 삶에, 주말에는 물꼬의 삶에 집중하는 이번 학기.

물꼬에서는 이불을 빠느라 세탁기가 돌아가고

풀을 베느라 예취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달골에 올라 블루베리를 솎아 따고,

창고동 옆의 쓰레기처럼 쌓여있던 나무 조각들을 치워내고,

둘레 풀도 치고 앞의 꽃밭도 정리하고.

아침뜨락으로 가서 오죽에 물도 주었다.

싹이 돋는 오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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