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23.나무날. 바람 많은 맑은 날

조회 수 1240 추천 수 0 2009.05.07 11:50:00

2009. 4.23.나무날. 바람 많은 맑은 날


바람이 거칠긴 했나 봅니다.
달골 마당에 오래된 호두나무 가지 부러져
차 운전석 쪽 문을 옴폭하게 했네요.
그리 큰 가지를 떨어뜨린 봄바람이라니요...

품앗이 수진이가 왔습니다.
이곳 바람 이슬 햇살을 받았던 아이들이 그러지요.
어떤 갈래길이나 참거짓을 판별해야 하는 순간
물꼬에서라면 어찌했을까 묻는다 했고,
물꼬가 자신들을 키워준 일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그 아이 때마다 계자에서 만났고,
중고생 새끼일꾼으로 드나드는 그의 성장을 지켜보았으며,
어느새 대학 2학년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의젓하게 자란 친구인지요.
같은 아이를 키워도
어떤 댁은 저리 자라주는 놈들이 있습니다.
“그리운 니네 부모님들은 아니 오시고 늘 반갑잖은 너들만 오냐?”
그리 구박(?)할 만치 댁은
오랜 시간 물꼬의 큰 그늘이 되어준 논두렁들이시지요.
당신 같은 분들이 계셔서 지켜졌던 물꼬입니다.
아이로 맺어졌던 연들이 아이들 자라남과 함께 이어져
이리 반가운 이름자들이 되었습니다.
고마울 일이다마다요.
“빈들모임 준비해주러 왔구나!”
얘기 나누다 자정이 넘어서
달골 햇발동을 구석구석 같이 청소도 했지요.
“어째 잠시 들러도 늘 일일세.”
곤할 텐데 야무지게 잘도 합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아이가 계속 다리가 좀 불편합니다.
작년에 겪었던 큰 사고가
이제야 이러저러 어떤 식으로든 후유증을 겪나 봅니다.
가까운 병원의 소아과 의사는
자꾸만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 받기를 권하지요.
오늘도 잠깐 만났는데
다시 소견서를 써주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서울 한 번 가야겄습니다.
나무날은 읍내 나온 아이를 만나 함께 들어오는데,
곤하다며 버스 타고 먼저 들어왔지요.
아이 대신 같이 공부하는 친구 하나가
나무날마다 보는 장바구니를 밀고 다녀주었더랍니다.

읍내 나가서 짬이 생기면 드는 풀밭에서
돗자리를 꺼내 깔고
한껏 게으르게 몸을 잠시 널어 놓았더랬습니다.
마치 그(누구라도!)를 기다리는 이처럼 설레며
가끔 들머리를 목을 빼고 보기도 하며
봄 풀밭을 즐겼지요.
그곳에서 곁에 나고 자란 것들처럼
오랜 시간 함께 있었던 바위라도 되는 양 우두커니 앉아있을라치면
거미며 온갖 산 것들이 기어오릅니다.
그러면 자신도 그만 자연이 되어버리지요.
산골 살아도 늘 산골이 그리운 겝니다.

저녁 7시, 영동생명평화모임 있었습니다.
지난 해까지 달에 두 차례 만나던 것을
올해는 달에 한 차례 만나기로 했고
이 달부터는 돌아가며 강연을 하기로 했지요.
오늘은 채식협회 손석구님의 EM강좌가 있었네요.
자기 삶터에서 어찌 쓸까 실질적인 얘기들 잘 나누었습니다.
학교 마당 작은 웅덩이에도 EM공을 만들어 넣어둘 계획입니다.
자연 정화가 아주 훌륭하다지요.
(충북환경연합의 박근춘님, 류완철님, 마고농원의 최아선님 이영현님, 채식협회의 손석구님,
영동농공고의 이희연님, 상주의 한학연구가 김정기님, 그리고 옥영경)
다음 모임은 5월 21일 나무날 저녁 7시로 잡았습니다.

아이의 일기도 들여다보는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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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18.흙날. 따듯함. <춤명상>
(생략)
...춤은 되게 즐거우면서 힘들었는데 좀 어렵기도 했다.
춤을 추니 내가 뭔가 다른 차원에 있는 것 같고, 되게 즐거운 것 같다. 재미도 있다.

2009. 4.20.달날. 비. <영, 정조시대 조선 르네상스>
오후에 정조에 관한 책을 읽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영조의 왕후가 정조를 독살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곧 대개혁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대 개혁이 일어났을 테고, 일부 신분제도도 나아지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이룩했을 테고, 외교적 안정도 취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제 강점기는 있지도 않을 거고, 남한, 북한도 통일돼 있었을 거다. 또 세계 강국대열에 끼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니 정조를 독살한 영조의 황후가 밉게 느껴진다.
영, 정조 때 조선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었는데 정조가 죽지 않았다면 그 르네상스 시기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을지 모른다.
정말 아쉽다.

(류옥하다/열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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