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0.해날. 맑은 흐림

조회 수 1225 추천 수 0 2011.12.03 01:49:27

 

 

하늘 흐리고 바람 많았습니다.

대해리는 오전 내내 고래바람 불더니

오후엔 바람 더 강해져 종이고 비닐이고 자꾸 날려

소사아저씨는 내내 운동장 이곳저곳을 둘러보셨더라지요.

내일 새벽부터 추워진다지요.

한편, 고추장집을 올 한해 빌려 쓰고 있던 이가

여러 달을 이사 한다 한다 하고 짐을 옮기지 못하고 있더니

오늘부터 조금씩 빼고 있다 했습니다.

순조롭기를 바랍니다.

 

품앗이 현애샘 혼례가 있었습니다, 서교동에서

희중샘도 같이 갔습니다.

“옥샘, 결혼식 안가시잖아.”

청첩장을 들여다보는 곁에서 오래된 품앗이가 그랬더랬지요.

그러게요, 그런데 그게

혼례식에서 주례 한번 서고 났더니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이전에는 혼례야 신랑 신부 있으면 되지, 하는 마음이더니

주례를 선 뒤엔 그만큼 중요한 자리가 어딨을까 싶어집디다.

현애샘, 처음 대학 4학년이던 그해 겨울 다녀가고

이듬해 한해 임용준비하며 보낸 직후 만났던 남자친구가

신랑이 되었습니다.

본 적이야 없지만 현애샘 물꼬 드나들던 시간에 함께 보낸 관계이지요.

그게 참 그렇습니다,

현애샘을 아끼고 보니 아무리 잘난 신랑도 못마땅한 게지요.

영 마뜩찮은 겁니다, 신랑이, 하하.

그게 또 그렇습니다,

우리 현애샘 맨 얼굴 고운 줄을 워낙 아니

화장해놓고 드레스 입혀놓으니

그게 또 시원찮은 겁니다, 하하.

그래도 신랑 신부가 어찌나 환하던지 보기 좋았습니다.

귀한 자리 앉아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다행하길, 다복하길.

 

기락샘이 언제부터 희중샘 잘 차린 밥 한 끼 먹이고 싶어했지요.

희중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모두 별내 가서 밥 먹었습니다.

“맞아요, 돈 주고 하라 그러면 못할 거예요.”

물꼬에 손발 보태는 희중샘에 대한 기락샘의 찬사에

희중샘이 한 답이었더랬지요.

맞습니다, 돈으로는 못하지요, 안하지요.

저 또한 그럴 겝니다.

누가 돈 준다고 이 일 해라,

안하지요, 안하고 말지요.

그저 의미 있다 하니 하지요.

그리 오래도록 해갈 겝니다.

 

흙날 명상모임을 하고 오면 아무래도 자극을 더 받지요.

대배 백배야 몸이 저 먼저 알고 으레 하지만

호흡은 마음을 먹고 해야는 일이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선정호흡과 입지출지도 40여 분 가뵈얍게.

높낮이를 조절해서 하면서 하니

시작 뒤 금새 닥치는 힘겨움이 뭐 지나가요.

헌데,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힘들 때

슬쩍 꼴딱 숨을 쉬어가는 요령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이런, 얇삭한 모습이 드러나는 거지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수월하게 할까, 하는.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할까에 더 집중할 것!

 

<환생을 찾아서>.

나티 바라츠의 2008년 작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얼마 전 깊이 수행하시는 분이 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주로 신화처럼 들어오던 티벳 불가의 종교적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2002년에 수도승 텐진 조파를 알게 된 감독은

촬영 중 영화 만드는 것에 대해 일절 입을 다물겠다는 조건 아래

텐진과 다른 수도승들의 허락을 받아서

오랫동안 그들을 따랐다지요.

죽음은 윤회의 시작이라는 불가의 믿음은 티벳의 오랜 전통입니다.

일곱 살 때부터 콘촉 라마를 스승으로 모셔온 텐진 조파는

2001년 콘촉 라마가 84세로 선종한 뒤

달라이 라마의 명에 따라 스승의 환생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마침내 4년의 여정 끝에 춤계곡에서

스승처럼 나무에 물을 주는 한 아이를 만나지요.

스승에 대한 추억과 사랑, 그리고 그리움과 존경이

이제 환생한 어린 라마승이 행여 넘어질까 꼭 잡은 그의 손으로 흐릅니다,

그 옛날 스승이 어린 그를 이끌어 주었던 것처럼.

삶은 그리 순환되지요.

‘관조하는 히말라야 산의 원경과 집착하듯 근접 촬영한 텐진의 얼굴은 썩 잘 대구를 이루고,

이는 스승과 제자 그리고 그 제자가 다시 환생한 스승의 새로운 멘토가 되는 윤회의 법도를 역설적으로 그리고 있다.’

한 평론가는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티벳불교가 그려내는 환생의 신비감이

이 영화를 처음 찍은 목적이었을지는 모르나

어느새 영화의 축은 환생자를 찾느냐 찾지 못하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찾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테지요.

텐진 조파가 보여준 걸음, 삶에 대한 태도와 믿음,

그들을 둘러싼 삶과 우주에 대한 해석이

우리를 묵직하게 흔드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이란 생각.

거기 히말라야를 둘러싼 풍광도 한몫하지요.

그리하여 진솔한 한 청년의 삶이 우리를 티벳으로 끌고 간답니다.

재미나게도 이 영화는

유일신을 믿는 유대교의 나라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졌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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