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비가 내렸고(그래서 보름달을 보기로 한 밤마실을 미룬), 새벽엔 바람이 거셌습니다.

겨울 산마을의 어둠을 가르며 샘들이 일어났지요.

정말 어떻게들 일어날 수 있었는지.

“떴다 감았다 누웠다 앉았다 일어나는 데만 20여 분을 보냈는데, 어찌들 일어나셨습니까?”

정신없이 자다가 깨울 때 싹 일어납니다, 정말 그 안내대로.

이 놀라운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이 아니 좋겠는지.

‘대배를 할 때마다 힘겨웠는데 2014 겨울 청소년계자 이후로는 완전히 적응한 것 같다. 몸이 힘든 건 힘든 건데 이제는 흐름 위에 있는 것 같아서 대배를 하기 전에 마음가짐만 온전히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새끼일꾼 해인 형님의 하루 갈무리글 가운데서)


샘들 해건지기 뒤 아이들 해건지기, 수행방에서.

첫째마당 몸풀기, 둘째마당 마음다듬기, 셋째마당 걷기.

그리고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손풀기.

말없이, 크게, 눈에 보이는 대로!

명상에 다름 아니고, 미술시간이기도 한.

선이 더 복잡해졌는데 쉬운 느낌이라 합니다.

그럼요, 차근차근 가는 길들이 그러할 것.


일전에 가운데쯤 바퀴를 하나 더 달아 직접 고쳐 한동안 또 잘 썼는데,

얼마 전부터 중앙 현관문이 또 애를 먹여 사람을 불렀습니다.

일이 생기면 사람 하나 부르기가 쉽잖은 산마을.

사흘 만에 온 읍내 알류미늄 섀시 가게 아저씨.

손풀기를 끝낸 참에 갈음샘 와서 같이 지키고 섰더랍니다. 든든하데요.

앉은뱅이 주인이 일꾼 열 몫 한다 뭐 그런 비슷한.

시골 동네에서 듬직한 남정네가 있으면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뭐 그런 비슷도 한.

그런데, 그대로 쓰라 합니다. 어차피 이 문은 그럴 것이라고,

나무로 덧대 지은 현관 전체 지붕 건물이 더 문제라고.

바퀴를 바꿔주는 것 정도로 해결하라는데

직접 할 수 있을 것이니 읍내 나올 때 가져가라네요.

“돈도 없다면서요?”

그러더니 출장비도 안 받고 가셨지요.

물꼬 후원이려니.

고맙습니다.

“어떻게 연다고?”

“아이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천천히요!”

모두 그리 열고 닫기로.


‘열린교실 2’.

‘뚝딱뚝딱’: 동희 두영 규범 규한 율 광민 규욱 채성

경철샘이 1년 채성이한테, 가온 형님이 일곱 살 율에게, 나머지는 류옥하다 형님이 맡기로.

채성이는 아직 손힘이 없어 톱질을 거의 다 해줘야 했더라지요.

아이들은 눈썰매에, 죽대에, 자동차에...

못 다한 목공실 정리는 큰 아이들이 구들더께 시간에 흔쾌하게.

장도리로 못을 빼서 나무를 되살리기도 했습니다.

정리가 재미가 될 수도 있음을 본 시간.

동희랑 규한이는 구들더께 시간에도 목공에 몰입하여,

큰 아이들이라 큰 위험은 없었다지만 샘들이 잠시 빈 순간,

마침 민우샘이 알고 좇아가 톱질 못질도 도와주고 같이 고민했다 합니다.

여러 시도 끝에 함박웃음을 달았던 두 아이.


가마솥방 밥상머리 공연무대 쪽 CD장이 망가지고 여러 달.

CD들이 종이상자에 담겨 정리되지 않고 먼지 앉고 또 앉아왔지요.

‘한동안 봐 주기로!’라 써 붙인 채 이리저리 밀리다

날 추워지고는 엄두를 못 내고 있었더니

마침 아이들이 목공실 드나드는 오늘이 날이다 하고

교무실일이며들 밀어놓고 아이들 시간에 업혀 목공도구를 잡았더랬습니다.

사포질이며 칠이야 날이 풀리면 하면 될지니.

드디어 장이 마련되었습니다!

여기 일상의 삶도 함께 가는 계자이지요.


‘실이랑’: 다은 아린 성연 해인 진강

한땀두땀 바느질도 하고, 한코두코 뜨개질도 하고.

먼저 만들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뜨개질을 시도하다 손을 놓고 바느질로 네모난 붕어빵 장식을 만든 다은,

‘긍적적인 말과 마음으로 선생을 기쁘게 해주는 아이’였다는 전언이 있었네요.

아린이는 단추주머니를, 진강이는 박쥐인형을 만들었습니다.

학습목표에 도달한 두 막내였군요.

성연이랑 해인이는 코가 풀리고 풀리고 또 풀리는데도

알려주는 준하 형님과 함께 마지막으로 열심히 향했지요.

‘털실이 부족했다. 다음에 올 땐 털 실 서너개 정도 사가야겠다.’(준하 형님)

준비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준비해와야겠다고.

마음씀이 고맙습니다.


단추랑’은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

수지는 자누 형님한테 팔찌를 만들어주려 했는데

계속 풀려 그만둘 법도 한데 끝내 목걸이를 만들어냈다고.

오붓하게 한데모임에서 불렀던 노래들도 부르고,

실이랑의 아린이도 나중에 건너와 셋이 조용히 노래부르며 단추를 엮었더라지요.

그런데, 열린교실 펼쳐보이기에서 자누 형님은 지난여름에 이어 또 한 건을 했다는!

지난여름 계자에서도 ‘자누국수’로 보글보글방의 전설을 만들더니

이번엔 수지가 만들어준 목걸이를 걸고 모델포즈를 멋있게 취해

모델자누로 펼쳐보이기 황제되었더랍니다.


‘다시 쓰는 악기랑’: 지수 정우 세린 승욱 세영 윤서

되살림터에 가서 캔 페트병 공병 따위를 골라 씻어

타악기들과 쉐이커, 병피리를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큰 아이들이라 수월했다는.

악기들에 이름도 붙이고; ‘백설기’ 북, 캔 미니북 ‘자연산골뱅이’, 물병피리 ‘도레미파’.

밴드 이름도 지었는데, ‘자연산 골뱅이’.

펼쳐보이기에서 밴드의 콘서트가 있었지요, 청중을 열광케 한.

우와! 기타 치는 갈음샘의 진가가 십분 발휘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악기를 물꼬에 보관해달라고 부탁도 했습니다.

그러면 밴드의 2차 공연은 오는 여름에 이곳에서?


‘종이랑’: 은슈 슬규 희원 여원

어제에 이어 희원 은규 슬규 와서 만들던 동화책을 이어만들기도 하고,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이야기책을 만들기도 하고.

희원이는 윤지 형님이며 해인 형님이며 샘들 그림을 그렸는데,

입고 있는 옷들을 굉장히 섬세하게 관찰하고 그렸더라 합니다.

여원이는 탁상달력으로 동화책을 끝까지 완성했네요.

수월하고 순탄한 대표적인 수업이었다더군요, 뭘 하더라도 그랬을 딸들.

‘모두 구체적인 목표가 있고 생각이 있어서 내가 지금 도와주고 있구나, 도와주면 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해인 형님)


‘다 좋다’.

어제 활동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온 대개의 구성원들.

마을지도를 또 그리겠다 짐작하고 오기도 하고, 아니더라도 좋다며 오기도.

샘들은 대동놀이에 쓸 윷과 고래방 바닥에 윷판을 만들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할 일, 재밌는 일 찾아서 시간을 꾸리기로 하였다지요.

현진이는 알아서 단추로 멋진 작품을,

별 성과물이 없었는데도 그래도 재밌었다는 건호,

그리고 뒷정리를 열심히 해준 윤호.


‘잠시 돌아다니면서 아이들 하는 것 보고 다녔는데 뭔가 다들 정말 얌전히 자유롭게 하는 것을 보고 뭔가 되게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쫑알쫑알거리면서 아기새처럼 이야기하고 하는 모습이 어디서든 보기 어렵던 모습이라 더 소중했다.’(윤지샘)


구들더께’.

전체 일정 중 꼭 가운데, 구들장에 등 붙이고 그렇게 한 번 몸도 마음도 쉬어가는 허리.

수행방에선 샘들이 끌고 온 이불에 애들도 파고들어 잠을 청하기도 하고,

책방에서는 당연 책도 읽고 바둑과 체스와 알까기 열전,

모둠방에선 자누 형님이 가져온 공기도 여러 패 하고

밖에서 개 장순이와 만화를 보고도 있고

해먹에서도 놀고 있군요.

규범(규한이 아니었나...)이는 뚝딱뚝딱에서 만든 썰매로

아린이랑 수지를 태워 놀아주고도 있었습니다.


깨어있는 샘들은 씻는 곳을 살피거나 아이들 뒷간을 청소하기도 합니다.

아이들 가운데는 열린교실 기록에서 썼던 것처럼

뚝딱뚝딱했던 이들이 목공했던 숨꼬방 정리.

‘미처 다 하지 못한 숨꼬방 정리를 다 같이 했어야 했는데 큰 아이들을 부를 때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정리하자고 하니까 아이들이 흔쾌히 정리하러 가줘서 너무 고마웠다’(경철샘)

뒷정리도 즐겁게, 중요한 과정으로, 나아가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올 수도!

그런데, 아린이가 엊저녁 남겨 꽁꽁 비닐에 싼 곶감을 방으로 가져오자

아이들이 가마솥방에서 먹고 오라 했는데 기분 나빠져 싫다 버틴 모양.

“(야단치는 게 아니라)알려주는 거야.”

지수가 옆에서 친절하게 해석해주었다지요.

새끼일꾼들이 몸으로 전체 진행을 위한 형님이라면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 형님노릇들은 5,6,7학년 언니오빠야들의 몫.


‘보글보글 1’-김치를 주재료로.

김치부침개: 은규 슬규 희원 규범, 갈 곳을 찾지 못하던 현진이까지.

핏자였던 현진이가 너무 오래 걸리고 사람이 많다고 슬그머니 방을 바꾸어 합류.

은규, 슬규, 희원이가 양파를 넣으면 맛이 없다며 넣지 말란 걸

희중샘과 해찬 형님은 맛있다며 다른 의견.

요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둥 진행샘을 미덥잖게 보던 세 딸들,

급기야 사촌언니 연규샘한테 이르러 갔더라지요.

희중샘이 물꼬 부침개 전공자임을 연규샘이 보증하자

그제서야 반죽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더라는 뒷얘기.

그런데 그동안 양 많기로 소문났던 부침개가

이번엔 반죽을 적게 한 바람에 다른 방 나눠준 뒤에 보니 두 판 남더라는.

그렇게 갈무리를 하고 희중샘은 가방을 쌌지요.

짧은 휴가를 여기 다 쓰고 갔습니다, 미리 들어와서 글집을 만들던 순간부터.

아들을 대처 보내는 것 같은...

2007년이던가, 8년이던가요,

그해 첫 계자에 손 보태러 와서 여름 내리 세 차례 계자를 다 하고

그때부터 방학이면 물꼬에서 살았던 그니입니다.

선하고 순한 그야말로 얼마나 훌륭한 교사의 예인지.

보고 배우는 게 교육일 것이므로.

늘 고맙습니다.


김치볶음밥: 건호 성연 해인 두영

처음 신청할 땐 건호만, 나중에 두영 해인 성연.

‘건호는 처음 만들 때부터 부엌에 계신 밥바라지샘과 일을 해주시는 삼촌, 방을 따뜻하게 데워주시는 기표샘, 그리고 옥샘까지 우리를 위해 힘써주시는 샘들께 맛있는 것으로 갖다 드리자’(휘향샘)하고

‘옥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예쁜 것으로 남을 대접하자는 말을 잊지 않고 행동하려는 맘이 대견’했다는 건호.

건호와 두영이는 양파와 김치를 썰고 볶았고

해인이와 성연이는 볶음밥에 올릴 계란을 굽고는

언제 되냐 묻고 또 물으며 볶음밥이 되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두영이도 조용히 가끔 맛을 봐가며 김치 맛이 너무 쉬니 더 볶아야 한다 의견을 보탰답니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부엌에서 치즈를 얻어와 넣기도 하였더라네요.

‘다음번에 계자를 온다면(올 수 있다면) 요리를 배워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준하 형님)


김치비빔국수: 유지 승욱 세린 정우 윤서 세영

같이 ‘열린교실 2’ 신청자들 대부분 다시 모인.

지난여름의 자누국수 비법부터 전수 받았다 합니다.

혼자서도 잘하는 큰 아이들, 돌아가며 김치 양파 썰고,

덕분에 승욱이가 앉아만 있어도 되는 호강을 누렸다는군요.

‘분위기 메이커 세영이와 정우’를 중심으로 동네사랑방쯤이었을.

정우는 재료나 도구가 필요할 때마다 먼저 나서서 여러 번 가마솥방을 왔다갔다 했고,

지난계자에서는 먼저 온 유진이 뒤에만 있던 세린이가

이제 모습을 드러내 목소리를 한껏 내기 시작하고 있었지요.


김치핏자: 지수 유진 윤호 광민 동희 규한 규욱

정원보다 배가 신청해서 서로 조율하여 떠나고 남은 이들.

힘이 좋아 도우도 쫄깃쫄깃.

나눠져 오는 음식들도 우아하게 모아서들 먹고.


김치스파게티: 수지 여원 율 채성

신청자 이름들을 보니 진행에 있던 해인 형님부터 다 걸음이 좀 느린 구성원들.

수지는 물이 언제 끓냐며 수시로 뚜껑을 열고

해인 형님이 끓는 상태 설명해주자 “아, 그 보글보글 물방울 올라올 때요?” 합니다.

오동통하고 귀여운 그들답게 면도 통실하게 삶아냈군요.


김치떡볶이: 아린 다은 진강

진행하는 휘령샘도 태희 형님도 떡볶이를 직접 만들기 처음이었다는.

물꼬가 샘들한테도 얼마나 훌륭한 장인지, 하하.

모두 스스로 김치 파 어묵을 썰며 준비를 같이 했다는데,

“우리(다른 방들)도 다 그러고 있었거든.”요.

소스를 만들고, 김치를 볶고 하는 동안 모두 다 한 번씩 주걱을 잡고 저었다고.

구미에 맞지 않는 아이에 대한 비호감, 그런데 하루 종일 함께 지내며

그냥 내가 조금 달라지면 될 일이었다, 휘령샘의 뜨거운 고백도 있었더랍니다.

같이 몸을 써서 움직인다는 건 그런(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가 훨 많은) 것.

제도학교 교사이기도 한 그의 고백은

교사로서의 우리 마음을 살피게 한 좋은 계기 되기도 하였더이다.


뭐 어느 방이나 마찬가지 저들께 가장 맛있었다는.

안 익은 감자도 저들이 했으면 익었다, 혹은 괜찮다 우기는 아이들.

보글보글방에서는 아이들이 요리를 맡는다면 샘들은 설거지를 맡습니다.

보글보글 후 설거지거리 폭풍, 기표샘 나서서 한 진두지휘로 정말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이제 샘들 일이 손에 좀 익었다고들 합니다.

‘방이 전체적으로 일이 있는 느낌이라면 설거지는 진짜 갑자기 휘몰아쳤다. 정말 부엌일이라는 게 힘든 것 같다.’

방 대신 설거지에 지원했던 자누 형님은 하루 정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지요.

‘보글보글을 부엌에서 계속 준비했었는데 그냥 받아와서 하면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것을 준비하는 것이 정말 큰일이었다. 새삼 또 느끼는 것이 이렇게 오래 왔는데 아직도 안 해본 것이 많고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정말 기초적인 준비된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 뒤에서 모르는 노력을 기울인 것의 결과임을 깨닫게 해준 시간들이었다.’(윤지샘)

‘일에 신경 많이 쓰는 새끼일꾼, 그런 새끼일꾼들을 살피는 품앗이샘들’,

휘향샘도 그렇게 나서서 새끼일꾼들 밀어내고 설거지에 힘을 보태고 있네요.

밖에서는 태희 가온 준하가 기표샘이랑 나무를 나르기도 했고,

샘들 해우소 휴지통이며 하는 김에 아이들 뒷간까지 걸레를 빨아 변기도 닦고.


한데모임 직전 책방에서

일곱 살 율이와 1년 진강(그들은 이미 알고 지내는 친구)이가 다투었습니다.

그런데, 둘을 소파에 앉히고 각각의 팔걸이에 2년 승욱이와 3년 건호가 앉아

중재를 시도하고 있었지요.

흐흐흐, 저들의 만행을 잊은 채.

승욱이는 소란하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여러 차례 주먹질을 하여

지난 계자를 끝내고는 한 학부모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하였고,

건호라면 여기 오는 몇 해 동안 아주 요주의 인물이었는데 말이지요.

이럴 때 우리들이 하는 말, “같잖아서 정말...”

한데모임에서 건호,

자기도 어릴 때 그리 싸웠다, 그때 싸운 친구에게 미안했다 고백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들 그렇게 자라갑니다!

그러니까 아이들 키우며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란,

‘기다리는 것’과 ‘저나 똑바로 잘 사는 것’!


대동놀이.

걱정이 많았다는, 오늘 진행하기로 했던 3모둠 샘 휘령샘 민우샘 그리고 해인 형님과 현지 형님은

하루 종일 고민하고 상의하고 있었습니다.

‘대동놀이 준비 도와준 인영이랑 태희... 대동놀이 진행에 산소호흡기 달아준 휘령샘에게 항상 그랬지만 유독 감사함을 느꼈다’는 민우샘.

‘대동놀이도 민우샘이랑 여러 샘들이 재미있고 기발하게 꾸려주고 준비가 완벽해서 멋있고 좋았다.’(윤지샘)

그랬습니다. 꼼꼼하게 준비해서 구석구석(윷놀이 사이사이의 놀이) 재미가 있었지요.

늘 그렇듯 열심히 꾸려가는 민우샘의 모습이 흐뭇했던.

모두가 다 움직이지 않아도

움직임을 바라보며 앉았을 때도 같이 움직인 질감이 얼마든지 있지요,

축구관람 같은 것도 그렇지 않던지.

온 마을 사람들이 마을 안 공터에 다 모여 멍석 깔고 하던 명절놀이의 재현,

딱 그랬더이다.

‘대동놀이 때 자칫하면 재미가 없었을 뻔한 것을 샘들이 서로 잘 조율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되어 좋았다. 옥샘이 자주 말씀하셨던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과 무언가 삐걱대지만 잘 서로서로 도와서 진행되는 일도 있다‘라고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이지 싶었다.’(경철샘)

‘윷놀이를 한다고 했을 때 뭔가 이거는 모 아니면 도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뭔가 틀에 맞게 짜여 있어서 재미있었다. 내일은 4모둠이 대동놀이 준비를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뭘 할지 궁금하다.’(준하 형님)

“물꼬 대동놀이의 특징은 그야말로 ‘대동’.

물꼬에서 하는 우리의 놀이가 엘리트 집중 놀이나 소수놀이가 아닌 놀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연령층 다양한데 어찌 할까, 윷놀이 백프로 실패다 했는데...”

준비의 열의가 그것을 엎더라는 류옥하다 형님의 평처럼

와아 하는 시끄러움과 다른 소소한 즐거움이 우리들을 휩싸이게 한 대동놀이였더랍니다.

성실이 그 무엇을 뛰어넘더라 그런?


모둠 하루재기를 끝내고 아이들이 씻으러 갑니다.

연규샘이 챙겨온, 가마솥방에 둔 손크림을 유용하게 모두 잘 쓰고 있습니다.

샘들은 그렇게 여기서 지냈던 경험을 가지고

자신들이 먹을 것을 싸오거나, 여기서 지내면서 필요한 것들을 그리 갖춰주기도.

잠자리로 가며 지수가 다가와 안고 “엄마 냄새 난다” 합니다.

“음, 나도 딸냄새 나는군.”

“옥샘, 저도 안아주세요.”

그렇게들 안으며 잠자리로 갔지요.

샘들은 머리맡에서 읽어주는 책을 듣고.

낮에 다은이는 자누 형님한테 어제 읽었던 책이 무어냐 물으며

읽는다 챙겨갔다 합니다.

이번계자엔 가온 형님의 책 선정(자신이 읽었던 <리듬>이 남자방에서 히트쳤다고도 하는군요.


샘들 하루재기.

시작하기 전 잠시 하루를 되짚으며 각자 가벼운 메모들부터.

‘외람된 이야기지만 최근 본 밥바라지 샘들은 아들이 여럿인 것 같다. 윤호 건호, 현곤 현우 승욱, 규범 규한 규욱. 그런 의미에서도 대단하신 듯.’(자누 형님)

그러니 밥바라지 엄두도 나는 거다 싶었지요.

‘저번 여름 때까지는 몰랐지만 율이는 참 순수함의 결정체이다

요즘 아이들을 보며 부쩍, 내가 아이로 왔던 유일한 계자 때, 그때의 쌤들은 나를 무슨, 어떤 생각을 바라봤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기억을 되짚어보고 싶다.’(가온 형님)

‘이번에 가마솥방에서 움직이면서 활동뿐만 아니라 때건지기까지 염두해두고 일하니,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일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있다는 걸 알았다. 솔직히 전까지는 가마솥방에서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가마솥방에서 일을 주시면 안에 일 많아서 힘든데 몰라주시고 이렇게 더 시키시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가마솥방 일은 가마솥방 안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마솥방에서 움직이다 보니 일이 너무 많아서 힘이 들었다...’고 쓴 연규샘은

나만 왜 이렇게 일이 많지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었다는 고백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계자이고 우리들에게 마음수행기간.

이 짧은 날들에도 애들의 변화를 느낀다는 진성샘의 말처럼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그리 마음을 키워가고 있다지요.

집중단기훈련 뭐 그런 게 아니겠는가 싶은.


앗, 비상 비상, 바깥수도가 얼었습니다!

아이들 뒷간 똥통을 비우던 샘들이 통을 씻으러 갔다 발견해 다행이지요.

(여기 샘들, 그런 일도 합니다.

허드렛일 하는 이가 따로 있고 선생들은 칠판 앞에 서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온 생활로 아이들을 전면적으로 만나는.

주로 남자샘들이 하는 걸 이번에는 휘령샘이며 여자 샘들도 해보겠다 나선,

물꼬 샘들이 이런 사람들입니다요!)

누군가 습관적인 부주의로 졸졸거리는 수도꼭지를 잠갔던 듯.

류옥하다랑 진성샘이 물을 끓여 부으며 녹히고 있지요.

이 밤 영하 10도로 떨어진다는데 그대로 두면 터지기 쉬운.

“녹았어요!”

착한일도 때로는 상대적인. 지금은 수돗물을 틀어놓아야 하는 때.


한밤 아직도 일정이 남은 샘들을 위해 준비하는 밤참.

이번엔 밥바라지 엄마가 바리바리 싸온 듣도 보도 못한 먹을거리들이 있습니다.

여태 계자를 해도 처음 쪄서 꺼내보는 오늘의 것도.

누구는 소금에 또 다른 이는 초고추장에, 간장에 찍어먹는다데요.

“옥샘, 쌈장도 있어요?”

개인의 취향도 있겠지만 샘들 역시 아이들처럼 전국구이다보니

먹는 게 이리 다양합니다요.


소한이었지요.

고맙게도 햇살 퍼지자 봄날 같았던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밤부터는 기온 떨어진다 했는데 수월했음 좋으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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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1 5월 빈들모임(5/25~27) 갈무리글 옥영경 2012-06-02 1218
5080 2011. 4.13.물날. 맑음 옥영경 2011-04-23 1218
5079 2011. 3.18.쇠날. 맑음 옥영경 2011-04-02 1218
5078 2009. 1. 3.흙날. 맑음 / 129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9-01-09 1218
5077 2008. 3. 1.흙날. 맑음 옥영경 2008-05-1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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