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21.나무날. 비

조회 수 219 추천 수 0 2023.10.01 23:58:42


마침 비 내리고 물꼬 식구들도 몇 모였으니

한 절집의 정원을 보러 가기로들 하였더라.

나서면서

다리를 다친 마을 할머니 댁에 반찬 몇 들여 보냈다.

잘해 드시는 분이라 먹는 것 드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 몰랐다. 자식들이 멀리 사는 게 아니라 찬이 넘치겠구나 지레 생각해

진즉 하지 못했던.

아이고, 반찬이라고 어디 있어?”

며칠 전 그런 말씀을 하셨던 거라.

고구마줄기며 열무며 오이며 가지며 반찬을 만들다가 그 댁도 생각했던.

거기 들러 마을을 나설 참이었다.

 

대문을 열고 나오자 마을 삼거리에 어르신들 댓 모여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의 전화기가 문제.

답답하시겠다 싶어

다른 식구들이 차에서 기다리고 전화기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데,

통신사에 먼저 전화해서 거기서 확인할 것 다한 뒤,

수리센터로 연결하고...

내 전화기도 유심을 빼본 적이 없지 싶은데 유심을 다 빼보고,

안내대로 업데이트를 시작하다.

버전이 워낙 낮아 서너 번은 해야 할 거라는데,

벌써 사오십 분이 흐른 뒤였다.

한 번만 업데이트를 시켜놓고 마을을 떠났네.

낼모레 들러서 계속 해드리겠다 하고.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산청의 두 절집을 갔다.

정원이 아름답다는 수선사를 들렀다가(말 그대로 들릴곳이었다, 머무르기보다)

지리산 동쪽 대원사를 향하다.

지리산 북쪽에 남원 실상사, 남쪽에 하동 쌍계사, (서남)쪽에 구례 천은사, 화엄사도 다 좋지만.

정갈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곳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모든 물건이 있어야 할 딱 그곳에만 있는지,

(아주 가끔 물꼬에 와서 그리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나, , 어림없어라...)

거치적거리는 게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불단조차.

비구니 스님들의 선방 사리전 앞의 다층석탑도 그 이름값을 했다.

바위를 기단으로 삼아 올라간 석탑은

철분이 많아 붉은 물이 들어 붉었기 더 강렬했다.

꽃밭에 다육들이 잘 자랐다. 꽃밭을 넘어나온 한 뿌리를 업어왔다.

키워가며 대원사의 정갈함을 이어보겠다.

 

보슬비가 쉬지 않았다.

절을 나와 계곡을 끼고 걸었고, 차를 타고 윗새재마을까지 들어가기도 했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비를 이고 섰기도 했더라.

천왕봉을 지나 치밭목대피소에서 자고 새재를 지나 대원사로 내려왔던 기억이 있다.

중산리에서 출발해 천왕봉 지나 유평마을까지가 지리산 탐방로 가운데 가장 긴 길. (12시간 30, 21.5km)

설악산의 공룡능선이, 설악동으로 원점회귀하는 길이 꼭 그만큼이었지 싶다.(12시간 30, 20.5km)

함양에서, 이름은 없으나 오래고 좋은 밥집에서 밥을 먹고 장을 보았다.

대해리 드니 밤 열한 시,

그 길로 현철샘은 돌아가고,

점주샘과 내일 할 도배 작업을 의논하며 밤에 스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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