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로 나간 자식들이 사는 곳으로

홀로 남은 노모가 명절이면 마을을 비운다; 역귀성.

다들 오는 번거로움과 비용보다 이 할미가 가는 게 낫지, 내 가마,

서울에서 연어의 날 준비위 모임이 있었다.


휘령샘은 집안일이 있어 함께하지 못했다.

점주샘은 물꼬에서 바로 이어진 일정에 합류할 예정이어

멀리 진영에서 서울까지 오기보다 결정되는 일들에 동의하기로 한다.

자신의 역할만 명확히 달라고.

서울역 가까이 게스트하우스를 구해 아리샘 서현샘 연규샘이 동행했다.

밤 새워 회의하고 바로 출근하기로.


누가 주 대상자인가, 연락을 어떻게 할 것인가,

행사 때 시간흐름을 어떻게 할까,

준비를 하는 동안 안에서 밖에서 할 일을 나누고 맡았다.

그리고,

물꼬가 주목받았으면 좋겠으나

한편 우리만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우리 모두 같이 하고 있음을 서로 고백했나니.

그래도 우리끼리 좋으믄 무슨 재민겨.


그런데, 아리샘과 연규샘 간에 질긴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우리가 또 거기 휘말리고 말이 말을 만들고 그런 시간을 겪는 게 싫어.”

지나간 어느 한 때를 걸려하며

이번 모임도 그 범주가 아주 제한적이면 좋겠다는 의견의 아리샘이었다.

“정확하게 뭘 걱정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상설학교로 문을 연 얼마뒤 심하게 했던 갈등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그제야 알았다, 십 년도 더 넘어서야!

그때는 아픈 나만 보여서, 내가 너무 아파서

곁에서 같이 아픈 줄을 몰랐다. 나만 아픈 줄 알았다.

곁에서들 안타까워했는 줄이야 알아도 이리 같이 아팠던 줄을 몰랐다, 아주 몰랐다.

그 시간을 이리들 아파하고 있었구나,

내 곁에 이렇게 사람들이 있어주었구나,

이렇게 신뢰하고 지지하던 이들이 있었구나,

미안하고 고맙고 든든하고...

그 시간을 건너느라 오래 힘이 들었고,

그 시간만큼 세상으로 나가지 못했더랬다, 부끄러움으로.

서서히 시간에 기대 옅어는 졌어도(또 냉정하게 그것의 본질이 보이기도 했고)

알게 모르게 불쑥불쑥 안에서 올라오는 게 있더니

비로소 올 초 이제 내려놔도 되겠다 싶었다.

지난 1월 대학을 간 아이의 기사에 대해 쓴 댓글이 계기였다.

'혹시 어머니가 나중에 보시고 아파하실까 걱정된다'며 아이가 복사해서 보내온 거였다.

“ㅉ. 저 물꼬 거쳐간 학생들 모두가 피해자. 어느 누구 연대감을 회복한 사람 없이 상처만 받고 물꼬를 떠났지.

대안학교를 만들자더니 결국 지 아들 명문대보내는게 목적이었구나. 사회성 인성을 먼저 길러야 할텐데.”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지라도

자식 키우는 사람이 창창한 앞날을 둔 아이 일에 이런 글을 쓸 수는 없다,

내가 그간 그토록 괴로워했던 일이 이리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십수 년 여태 그리 마음에 두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구나,

홀가분해졌다. 나는 '2017년' 지금을 살고 있다!

더하여 오늘 혹여나 남았을지도 모를 마음의 부스러기를 아리샘이 그렇게 털어내 주었나니.

고마운 생이여, 물꼬여, 내 동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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