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끝에 가을이 하늘거린다.

여름 끝은 당연히 가을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끝난다.

대해리의 가을은 호두나무 잎으로 맨 먼저 온다.

신기하게 딸 때에 이르면 잎이 말라비틀어진다.

백로가 가깝다는 것이고,

그 즈음 산마을의 우리는 호두를 딴다.

지금은 호두나무 잎이 마르기 시작하는 때.


“샌프란시스코 아큐파이 모임이 매주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는 2~3년 지난 다음 잊고 말았는데,

그들은 5년이 지나서도 그 모임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있었더란다.

“그러니까 우리는 몰라요. 미셸 푸코는 이런 표현을 사용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하는 그 일이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You know what you do but you don’t know what you do does).” 의미는 이래요. 당신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있다고 합시다. 당신은 이 일이 어떻게 나아갈지는 모른다는 거예요. 구해낸 사람이 위대한 지도자가 될지, 도끼 살인마가 될지 우리는 모른다는 거죠. 행동의 진행은 우리 너머로 나아갑니다. 마틴 루서 킹은 간디로부터 기술을 받아왔어요. 그 기술은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닿았죠. 다시 아랍의 봄에서, 남아프리카에서 사용합니다. 이제는 전 세계가 하죠.”

어느 인터뷰에서의 레베카 솔닛이다.

한국의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에게

신봉에 가까운 대접을 받는 소란스러움은 적잖이 거북하지만,

건강한 저널리스트로 그를 이해한다.

수잔 손택과 나오미 클라인 쯤과 맥을 같이 하는?


물꼬의 학부모이자 논두렁인 벗과 레베카 솔닛의 내한강연에 동행하다.

최근의 두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제목으로 할 말 다했더라만.

강연은 건조했다.

발랄한 내용이었음에도.

현장에서 질문을 받았어도 좋으련.(미리 가려 받은 질문에 대한 답 시간은 있었지만)

판매고를 올리려는 출판사의 구색에 불과했던 죽은 강연?

그런데,

잘난 체(실제 잘났거나 말았거나)한다고 남성 집단에서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는

좋은 위로의 장이 되었던 듯하다.

그렇게라도 여성을 폄하해서 그들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시키는 비열한 남성 집단 말이다.

부디 그런 집단은 안중에 두지 않기로.


늦은 밤, 차를 주차해놓은 대전역까지 선배가 바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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