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3.해날. 흐림

조회 수 512 추천 수 0 2019.04.04 16:30:23


햇발동 현관이 계속 물바다다, 허허.

참았던, 기다려준 것 마냥 2월 어른의 학교가 끝난 뒤 물이 스미기 시작했다.

어디일까...

수도 이음새 문제이거나

감당하기 어려웠던 두 해의 겨울로 얼었던 곳이 날이 풀리자 터진 건지,

아니라면 보일러.

사람이 머물지 않은 흔적을 드러낸 살림은 아닌지.

낮은 곳이어 이곳으로 흘렀을 텐데,

그렇다고 거실보다는 현관이 높지 않나...

어쨌든 해결하면 될 테지.


원고 하나 1차 수정 중이다.

좋은 편집자가 때때마다 응원을 해준다.

그야말로 훌륭한 편집자다. 저자를 고무시켜주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꼭지를 다듬는데도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다. 심지어 하루를 넘기기도.

물론 종일 책상 앞에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글만 오직 쓰는 것도 아니지만,

내내 생각은 쥐고 있으니 안 쓰는 것도 아님.

시험공부 기간의 해찰처럼 안 보이던 것들을 손대며 아주 가끔 원고를 보며

어제는 종일 원고랑 보내고,


오늘은 학부모 한 분이랑 차를 마시다.

재작년인가 집을 지은 그네다.

“오랜 로망이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정말 딱 집만 지어놓고 가더라고요.”

그렇다, 대개 건축시공자의 일의 범위는 그렇다.

건축주는 들어가서 살면 되는 것까지 생각하지만 남은 일들이 아직 있는.

물론 돈이면 다 된다. 부엌가구 사 넣고, 방가구 들이고.

하지만 그땐 건축시공비를 훨씬 넘기고 말았을 때라 쉽지 않다.

시공자는, 건축주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과반수다.

그래서 계약 시 범주를 정확하게 정해야.

나 역시 건물을 지어보고야 알았다.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다.

이제는 집 짓는 이만 보면 꼭 전하는 말이다.

집짓기 매니저로 나설 판이다.

시골마을로 들어가 살면서 이웃과의 관계,

특히 이방인으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그 지역이 고향이고 오래 살고 있는데도, 마을이 달라져 그렇지.

안다, 나는 20년을 넘게 살고도 아직 외지인도 아닌 외지것에 불과하다.

반장을 하고 부녀회장을 2년 하고서도.

“시골 사람들 비닐 태우는 것 보면.... 저는 비닐만큼은 ‘절-대’ 태우지 않아요.”

그의 말이 긴장을 불렀다.

늘 생각대로 산다고 하지만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이 생겨버리고,

느슨해지고 무뎌지는.

슬쩍 어느 순간 종이 태우는 더미에 곁에 있는 작은 과자봉지 그만 던져버리는.

‘윽, 비닐!’

일상에서 훌륭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주는 감동이 왔다.


사이집을 오늘 집필실 용도로 처음 썼다,

내일부터 집중수행 공간으로 보름 일정을 꾸려볼 테고.

책상이, 공간이 없어 일을 못했냐만

20년 만에 본격적으로 글을 써서 밥을 벌겠다 작정한 시점에

얼마나 고마운 작업실인가.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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