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마늘밭을 팼고,

오후 잠깐 달골 제습이와 가습이네 연립주택 만들기 이틀째.

지게차 따위로 물건을 실어 나를 때

물건을 안정적으로 옮기기 위해 쓰는 나무 팔레트가 주재료.

가운데 벽을 두고 양쪽에 한 칸씩 방을 넣을 생각.

그 위로 노란 천막을 씌우려 한다.

천막을 조그맣게 뚫어 들춰 드나들 수 있도록 할 거고.

4시도 안돼 벌써 해지는 사이집 마당.

하기야 3시에 지는 아침뜨보다야 나은.

 

겨울이 왔고 올해도 계자는 계속될 것이다.

계자 공지글이며들을 누리집에 올렸다.

적은 규모로(그래서 외가 가는 길이라는 제목을 달아보았던)

달골 기숙사에서 자며 해볼까 했던 겨울 계자는

결국 예년의 규모로 이어가기로 했다.

여전히 캠프가 주는 재미도 있고,

보일러를 손보고 구들이 따뜻도 하여.

올 겨울은 그리 해보기로 한다.

 

12월 출간 예정인 걷기여행(마르디 히말 트레킹기) 책을 맡은 출판사에서

인용글의 출처를 다시 확인해 달라 요청해왔더랬고,

어제는 물꼬 책방에서 오늘은 인근 도시의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확인하다.

최고의 성과는 소설가 김연수와 김언수의 책 구분.

김언수의 책 하나를 김연수로 알고 있었던.

문장 결이 달랐을 텐데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러려니 했던.

그런 과정의 즐거움이 있었네.

 

눈치 보는 삶에 대해 질문을 한 청년이 있었다.

자신은 왜 자꾸 눈치를 보게 되는 걸까 하고.

내가 쓴 가면 때문은 아닐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바닥이 보일까 봐.

나 말고 그가 원하는 내 모습에 맞추려고,

나도 그걸 원하는 양 착각하고

내 마음의 길대로 따라가지 않고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는 않은가.

가면현상(假面現象)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회사 중역·의사·변호사 같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위와 신분을 지닌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

이것은 나의 참모습이 아니다. 언제 가면이 벗겨질지 모른다

따위의 망상으로 괴로워하는 현상.’

그렇다면 날마다 불안할 수밖에. 들킬까 봐.

더하여 가면을 보호해야 하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겠고

타인과 제대로 만날 수가 없을.

보여주는 게 강한 한국 문화에서 그건 더 강화되었을 것.

실패자도 성공한 자도 존재한다는 것에서는 다르지 않다.

우린 존재한다. 그냥 있다.

신념 관념 생각인 나 말고 진짜 내가 그냥 존재하는 거다.

가면이라 알아차리면 바로 버리기.

있는 대로 나를 받아들이기.

내가 가진 가면이 발가벗겨 졌을 때 그게 존재의 실패는 아니지.

남의 눈치 볼 것 없다니까.

나는 있는 그대로 나.

나를 보호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제 당당해지는 거지.

그런 나를 하찮게 보는 상대라면

그 사람의 결핍에서 그러는 것. 그의 신념 관념 생각에서 그러는 것.

까짓것 (그를)무시해버리지 뭐.

가면을 쓰느냐 마느냐도 사회가 만드는 게 아니라

사실은 내가 결정한 것. 내 선택이고 내 책임.

가면을 벗으면 눈치를 볼 것 없고,

그러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거지.

어떤 누구도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강요할 권리는 없다.

그 권리는 오직 내게만 있는.

내가 내가 되는 용기!

내가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음.

거짓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솔직한 사람으로 실패하는 게 나은 줄 안다.

, 나도 가면을 벗어볼까.

형편없는 내 모습이군.

하지만 어때, 나는 당신에게 해코지 하지 않았어.

나는 잘나지 못해도 정성스럽게 생을 살아. 뭘 더 바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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