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6.쇠날. 맑음

조회 수 350 추천 수 0 2020.01.13 03:18:06


 

감나무 위 아직 대롱거리고 있던 감들이 하나씩 떨어진다.

나무를 붙든 채 얼어버렸던 것들.

올해는 곶감도 되지 못하고 그리 달렸던.

그러다 날이 푹하면 툭.

 

뽁뽁이는 학교 본관과 사이집을 지나

오늘은 햇발동 바람방 베란다 창에도 붙고 있다.

전체 방을 돌리지 않을 때도 갑자기 묵어가는 이들을 위해 대기하는 방이 그곳.

90일 겨울수행하는 동안 닫아거는 창고동은

변기에 물을 빼놓고도 오늘 주름호스(?)를 넣어 안의 물을 더 빼기로 했다.

그 안에 남았던 물이 꽝꽝 얼어 변기가 깨져

여자 욕실 공사를 다시 했던 역사가 있었다.

심지어 그곳은 두 차례나 비슷한 일을 더 겪었더라니.

하여 난방기를 놓았는데 그게 또 어마한 전기료 부담이 있는 거라.

그래도 차라리 전기료가 낫다고 생각했으나

올해는 또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

열악한 상황은 생활에 대한 연구를 불러온다니까.

그나저나 오늘은 좀 여의치 않은 일이 발생했네.

그럼 또 날을 봐야지...

 

식구들 나들이가 있었는데,

식구 하나 생일도 있고 하니

춥기도 한데 온천이나 식물원을 가자고들 했지만

아침부터 움직이던 일들이 낮밥을 먹고도 이어지다.

결국 이웃 마을에서 목욕탕으로.

탕에서 할머니 한 분 마사지를 해드리다.

작은 쓰임으로 모두 기분 좋아진.

시골 마음 좋은 풍경은

벗에게 글월 보내는 이야기거리도 되었더라.

“(...)

한 해 서너 번 있는 일일까, 이웃 읍내의 한 목욕탕엘 갔는데,

목욕탕도 한산했고 저도 바쁘지 않아

제가 뭘 기다리는 참에 탕 안에서 할머니 한 분 안마를 해드렸더랬습니다.

손이 놀아서요...”

할머니도 좋아라 하고,

할머니 모시고 왔던 중년의 이웃도 내 덕분에 이 할머니 호강이네하며 즐거워하고,

하는 저도 마음 좋아라 하고...

뭐랄까, 별 거 아닌 작은 호의로 모두가 따뜻해진 풍경이었습니다.

, 뭐 별 거라고!

부디 마음 좋기로.

내 마음이 좋아 세상의 평화에 기여하기로.

누구를 해치지만 않는다면 그저 내 마음껏!”

 

생일상이 차려졌다.

대처식구들도 오고 이웃도 오고 바깥샘도 한 분 오시고

연어며 케잌이며 소고기며 넘쳤다.

제사도 산 사람이 먹으려고,

생일상도 두루 먹으려고 모이는.

 

그런데, 아차차차차,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만...

지푸라기 위에 놓은 메주를 하루 이틀 겉만 말려 매달아야 할 것을

아쿠, 여러 날이 그만 후욱 지났다.

서둘러 메주를 매달고...

 

음식이며 뭐며 여러 가지 들어온 게 많은 날이었네.

사이집에도 집안 어르신이 냉장고와 세탁기를 선물해주셨다.

여러 그늘들로 살아가는 이 멧골 살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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