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29.물날. 맑음

조회 수 315 추천 수 0 2020.08.06 04:46:15


 

랩탑을 켜서 들여다보는 시간을 접고

해건지기를 하는 아침.

사택에도 요가매트를 하나 갖다 놓았다.

몸풀기를 한 뒤 나물을 데치다.

어제 작은 숲에서 꺾은 다래와 동료 교사가 나눠준 잔대.

된장과 멸간장에 무치다.

 

사택에서 지내느라 먹는 게 변변찮을 것이라고

동료 샘 하나가 김치를 나눠주겠단다.

특수학급 냉장고에 넣어둘게요~”

자신도 시댁에서 오는 김치를 얻어먹는다지.

어제 같이 낮밥을 먹다 맛있다 했더니만.

살다 살다 내가 김치를 얻어먹는 날이 다 있다!

어쩜 그렇게 복이 많아 해주는 김치를 얻어먹고 산대?”

더러 내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이런 날이 오다니...

 

바쁜데, 뭐 여튼 바쁘다, 자꾸 분교 샘들이 부른다.

하루에 몇 차례는 부른다.

아침 차를 나누며 간식거리를 나누며 낮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때론 다른 이벤트도 있는.

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 혹은 더딘 일처리로 부산한데

혼자 다 바쁘다.

게다 방문수업도 사흘이다.

내가 분교 수업 다 해!”

내가 분교 일들 다 커버한다고 농할 만치 어쨌든 종종거리고 다닌다.

오랫동안 비제도학교에서 익어진 사람이 시스템 안에서 쉽지가 않은.

게다 나는 거의 컴맹에 가까운.

그간 자판을 두들겨 글을 쓰는 것 빼고는 물꼬의 다른 샘들이 다 해주던 일들이었다.

오늘 분교는 나이 드신 동기 두 샘이 낮밥을 준비해주셨네.

한 분이 나물 셋과 주먹밥을 해왔고,

또 다른 분이 비비추장아찌를 내놓았다.

 

서둘러 공문을 처리하고 한동이 방문수업.

저녁에는 핏자를 사와 그 댁에 넣어주었다.

할머니와 형아와 사는 아이다.

핏자를 좋아한다는데 먹을 일이 드물 테지.

오늘은 마침 물날, 물꼬 사람들이 들리라고 열어둔 저녁 시간,

오늘 건너오는 이에게 부탁을 했더랬지.

인근 도시에서 배달해온 핏자였다.

엄마의 부재가 그 아이 유치원 때부터였다고.

그 자리의 온기를 나라도 조금 나눌 수 있다면!

 

분교수업 뒤에도 본교로 급히 넘어가서

교장샘 교감샘 결재를 받는 일이 있었다.

실무사샘한테 스캔을 부탁하고.

IEP 회의록이었다.

이 시대에 아직도 이렇게 직접 사인을 받아야 하는 일이 있다니,

바뀌어야 하는데...”

교감샘이 사정을 헤아리며 위로라고 하신 말씀이었다.

 

오늘 이 소읍 탐방은 한 유채밭이었다.

강변에다 너르게 만든.

맨발로 걷다 키 큰 유채꽃 하나 앞에 쪼그려 앉아보자

꽃가지 끝에 저녁달이 걸렸다.

다슬기도 잡았다. 제법 많았다.

내일은 석탄일, 주중에 있는 휴일이라 대해리까지 들어가기는 번잡하고

인근 도시의 물꼬 안식구들 집으로 와 해캄 시켜놓다.

물꼬에서는 교무실 연탄난로를 빼서 솔로 닦고 먼지 털고 넣었다는 소식.

오는 길에 잠시 길가에 차를 대고 안방같이 잠이 들었더라네.

아직은 제도학교에 적을 두는 일이 낯설고 고되었던 모양일세.

 

의대생 기사가 나오면 의대 다니는 자식이 있으니 들여다보게 되는.

강간 폭행 막장 의대생, 전북대 의대 교수회 제적 결정.’

고교 1때부터 여친한테 폭행을 한 이라고 했다.

아들에게 보냈더니 벌써 그 동네에선 한바탕 돈 이야기란다.

이 사람 유명하다고, 벤츠 끌고 다니고, 아버지가 병원장, 부모가 둘 다 의사.

저러고도 잘 살 듯. 세상 겁나는 게 없겠지 뭐.”

아들의 말이었다.

우리 자식들은 그런 기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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