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파드득나물을 좀 베다.

분교의 나이든 두 교사는 나물 뜯는 일에 관심이 많았더랬다.

거기는 없는 파드득이라.

한가득 챙기다.

제도학교로 출근하며 본교부터 들러 동료샘한테 돌려줄 반찬통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거기 답례로 담은 반찬도 있는,

나무날 본교 밥상공동체에서 쓸 것들 내려놓고,

스파게티 재료들은 분교로 실어가다.

물꼬의 학교아저씨한테는 이번 한 주 달골에 하루 걸러 올라가십사 했다.

심은 잔디 사이 흙도 깔고, 심은 것들 물을 좀 주라고.

주중에 비가 온다고는 하던데...

 

이 아침도 분교 교사동 앞 꽃밭의 풀을 맸다지.

엊그제도 매던 풀이었다.

누구의 밭이면 어떠랴, 나는 지금 여기 있는 걸.

이곳에서는 이곳에서의 삶을!

 

아침 10시 분교 2층 도서실에서 전 교직원 대상 연수가 있었다.

그래보아야 열도 안 되는.

아이들 등교개학이 가깝고,

학교는 코로나19 방역체계에 초비상이다.

결국 각 학교의 재량으로 많은 일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보건교사가 주최하는 행동요령.

확진자 발생 시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까지 과정을 익히는.

! 멧골을 나와 있으니 이 모든 게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낮밥상을 물린 뒤 지역공동체 돌봄교실에 가다.

분교에서 하던 긴급돌봄을 중단하고 돌봄이 지역공동체로 흡수되었더랬다.

분교 유치원샘이 카네이션 만들기를 진행하고,

분교에서 마련한 어린이날 선물도 전하다.

우리 학급 아이도 태워오고 태워다 주고.

학교랑 좀 떨어진 곳에 사는 아이는

겨울방학 이후로 학교에 오지 못한 시간이 한참이라

아이들도 오랜만에 만난.

학교도 한 번 들릴까?”

그가 학교도 그리워하지 않을까 싶었다.

놀이터로 가서 구름다리도 매달리고 철봉에도, 징글짐에도 오르고

그리고 운동장을 걷고 교실을 둘러보고.

좋아?”

!”

낱말 덧붙여서!”

, 좋아요!”

발화가 쉽지 않고 조음도 불명확하지만

호불호에 대한 의사가 분명하고 자기표현이 명확한 아이는 그렇게 대답했다.

 

출장을 달고 나갔던 분교 식구들은 돌아오던 길을 잠시 돌았다,

아직 출장 시간이 넉넉히 남았기.

호수를 끼고 이어진 길에 등꽃 한창이었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해도, 아직 아이들이 학교를 보지 못하는 등교여도

봄은, 꽃은 그렇게 와 있었다.

 

분교 주무관님은 학교 뒤란에 작은 밭을 일구고

거기 텃밭농사를 지었다.

한창인 상추는 분교 식구들의 낮밥에도 올랐더랬다.

오늘은 샘들이 한가득 따서 보따리 보따리 만들어 나누었네.

 

아이들 등교는 어떻게 되는 걸까?

오늘 교육부 발표가 있었다.

오는 13일 고3 학생부터 등교 수업다음달 1일까지 순차 개학

2, 3, 1·2, 유치원생은 오는 20일에,

1, 2, 3·4 학생은 오는 27, 1, 5·6은 다음 달 1일에 등교 개학.

방역 준비와 학교 내 밀집도 최소화로 감염증 예방을 위해

순차적 등교를 한다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원격 수업에 적응하기 어렵고,

학부모의 도움에 따른 교육 격차가 발생하며

가정의 돌봄 부담과 함께 상대적으로 활동 반경이 좁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결국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가 다양한 방식의 학사 운영을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학교의 특별 소독, 교실 책상 재배치, 마스크 비축 등 기본적 방역 준비를 완료했으며,

학교 내 확진자 발생 등 유사시 학생들이 사용할 보건용 마스크 1,486만 장과

예비용 면 마스크 1,829만 장을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공문이 언론보다 한 발 늦고 있는 요즘이다.

곧 분교에도 안내가 있으리.

 

물꼬 안식구한테서 문자가 들어왔네,

반려견 야외 하우스 인테리어 기사였다.

요새 물꼬는 제습이와 가습이가 아이들을 대신하고 있는.

우리들의 통화는 습이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무엇이든 누구라도 아이 같은 돌봄이 있는 물꼬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96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1948
6495 124 계자 이튿날, 2008. 1.14.달날. 꾸물꾸물 잠깐 눈방울 옥영경 2008-02-18 1944
6494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1944
6493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1943
6492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1942
6491 2009. 7.13.달날. 지난 밤 큰비 다녀가고, 두어 차례 더 옥영경 2009-07-30 1937
6490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1930
6489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1928
6488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1926
6487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1925
6486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1921
6485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1920
6484 124 계자 사흗날, 2008.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2-18 1920
6483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1915
6482 122 계자 여는 날, 2007.12.30.해날. 눈 옥영경 2008-01-02 1911
6481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1911
6480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1911
6479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1911
6478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1909
6477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190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