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그럼 쉬고

조회 수 1909 추천 수 0 2004.07.04 23:29:00

< "그래? (그럼)쉬고" >

아이들이 집에서 돌아온 날은 목소리들이 조금 높습니다.
서울에서 오는 패들이 워낙에 한밤에 닿으니
얼굴을 다 보는 아침은 더하지요.
샘들도 반가움으로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습니다.
누가 보면 마치 석달 열흘만에 본 줄 알지...
우리 도형이 목소리는 평소에도 다른 아이보다 조금 높은 음인데
어, 오늘은 좀 이상합니다.
아마 잠이 덜 깬 모양이라고 슬쩍 놀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목소리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지요.
아침 때건지기를 하고 아침 설거지들이
누가 상을 닦고 비누칠을 누가 하며 따위로 부산했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돌아가며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까요,
류옥하다가 도형이 형아한테 다가갑디다.
"나 열나서 설거지 못하겠어."
그런데 우리의 도형 선수,
"그럼 누가해?"
"다음에 두 번 해야 돼."
했다면 제가 이 글을 쓰고 있겠어요?
아주 흔쾌하고 짧게 한 마디를 던지데요.
"그래? (그럼)쉬고."
우리 모두 눈이 댕그레졌지요.
"아무래도 잠이 덜 깬 게 맞아..."
아, 그런데 도형이는 충분히 잤더랍니다.
아이들은 그 때부터 일곱 살짜리 루옥하다의 설거지 차례를 탕감해주기로
도형이를 비롯해 의견을 모았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성큼성큼 자라고 있답니다.

참, 오늘은 아침녘 아이들이 진흙 공장을 차렸고
또 다른 아이들이 그 진흙을 사다가 집을 짓고 성을 쌓았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96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1948
6495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1946
6494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1946
6493 124 계자 이튿날, 2008. 1.14.달날. 꾸물꾸물 잠깐 눈방울 옥영경 2008-02-18 1945
6492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1944
6491 2009. 7.13.달날. 지난 밤 큰비 다녀가고, 두어 차례 더 옥영경 2009-07-30 1937
6490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1932
6489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1930
6488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1927
6487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1927
6486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1922
6485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1920
6484 124 계자 사흗날, 2008.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2-18 1920
6483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1915
6482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1913
6481 122 계자 여는 날, 2007.12.30.해날. 눈 옥영경 2008-01-02 1912
6480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1912
6479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1912
6478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1911
» 6월 28일, 그럼 쉬고 옥영경 2004-07-04 190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