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삼거리밭에 배추와 무 모종을 심었더랬다.

오늘은 물을 주었다.

그 사이는 비 들었던.

 

하이타니 겐지로 <상냥하게 살기>를 꺼내보다가 두 곳을 접었다.

하나는, ‘결손가정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었다.

세상에는 부모가 헤어져서 불행한 아이만큼

부모가 헤어지지 않아서 불행한 아이도 많다는

에리히 케스트너의 말을 재인용한 곳이었다.

아이들의 성장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가정이야말로 결손가정인 걸

아버지가 없거나 어머니가 없어서 결손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결손가정은

부모의 한쪽 또는 양쪽이 죽거나 이혼하거나 따로 살아서 미성년인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정

이지러질 결’() ‘덜 손’(). 한 귀퉁이가 떨어지거나 찌그러진.

결손은 어느 부분이 없거나 잘못되어서 불완전하다는 의미.

결손가정 어린이불완전한 가정의 어린이가 되는.

다행히 대체어가 있고, 쓰고 있다.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그런데 편모나 편부가정이란 말은 어떤가?

’()치우치다’ ‘쏠리다’ ‘기울다’.

편모 편부에는 부모 양쪽이 다 있어야 균형이 맞는다는 편견이 깔렸다는 주장도 있는데,

애초 완전한 가정이라는 틀을 임의로 만들어놓고,

여기에 들지 않으면 불완전한 가정취급하는 것, 그것이 차별이라는.

, 이것도 우리말로 쓰면 무리가 없겠다; 홀어머니, 홀아버지.

사회가 말에(결국 생각)보다 예민하고 세심해진다는 건 고마운 일.

그것이 낱말에만 매달리는(민감해지는) 게 아니기로.

 

또 한 부분 접은 곳은 전신지체 장애 소녀에 대한.

100미터를 걷는 데 몇 십 분이 걸렸다.

무심한 이들이 소녀를 보고 말한다.

저 애는 무슨 낙으로 살까?”

가슴이 철렁했다.

우리 모두가 소녀의 아름다운 시간을 보지 못한다.’

그가 100미터를 걷는 동안 수많은 생명과 교류하고,

100미터가 그이 세계에도 아름다운 시간일 수 있다!

저런 게 왜 태어나서.... ”

나는 어른들이 장애아를 향해 거리낌 없이 그런 말을 하던 시절을 건너왔다.

다행히 장애아에 대한 다른 시선을 아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세상은 보다 섬세해졌고, 우리는 보다 인간적이 되었다.

또 한편 다른 부정적인 것들에 압도되기도 했지만.

 

섬세하게 말하려면 생각해야 하고 그러려면 자연히 찬찬히 말할 수밖에 없는 듯.

세상이 자주 너무 빠르고,

나도 너무 서두른다.

내 말하기, 생각하기가 더 느린 걸음일 수 있었음.

그리하여 그 말과 그 생각을 아이들과도 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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