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읽었고, 함께 일했다.

어제도 그랬다.

 

마침 욕실이 청소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계자를 끝내며 아이들과 샘들이 청소를 하고 나가기도 했고

상주하는 식구들이 다시 청소를 하기도 했으나

좀 더 섬세한 청소를 할 때.

이번의 계자 후속 청소는 어쩌면 청소 다시 대하기일지도 모르겠다.

청소하는 법을 안내하는 시간.

보이지 않던, 못보던 곳 찾기 그런.

벽을 닦고,

빨래판의 틈들 닦기, 대야들의 틈새, 바가지의 틈새, 바구니의 틈새, 욕실화들의 틈새,

타일과 타일 사이, 벽과 천장 사이, 벽과 벽 사이를 문지르고, 천장팬을 열어 닦고,

욕실용품도 물이 닿는 바닥이며

수챗구멍의 망도 꺼내 다 뒤집어 솔로 문지르기.

손을 나누었더니 금방이었다.

사람들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

욕실화가 덜 빨린 것들 가려 다시 싹싹 문질렀네.

 

 

<저녁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제시카 판조)

먼저 읽었고, 제안했고, 그렇게 같이 읽었다.

근본주의자들의 이야기는 늘 멀다.

인간의 욕망을 저버리기 쉽지 않으니까.

알겠다고! 안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그렇게 끝나는.

이 책은 달랐다. 그리고 재밌다.

우리 욕망을 인정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말할 때

설득과 함께 실천을 끌어낼 수 있을 테다.

저자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원제는 저녁을 고치면 지구를 고칠 수 있을까?’.

원제에는 없는 부제목이 붙어있었다; 건강하고·공평하고·지속가능하고·정의롭게 먹는다는 것

인류와 지구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식량문제를 연구해온 제시카 판조가 답했다.

현재 우리 삶을 둘러싼 푸드시스템은 전 지구의 80억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는 기적.

그와 동시에 한쪽에서는 여전히 많은 어린이가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한쪽에서는 비만 환자가 늘어나는 불완전한 시스템이다.

유례없이 풍부한 음식 속에 있지만

현재 먹고 있는 음식으로 인해 우리는 병들고, 환경은 파괴되고.

세계 어느 곳도 영양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모두가 기후변화와 식량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지금처럼 먹는다면 인류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가,지구는 이 푸드시스템을 지탱할 수 있는가,

왜 한쪽에서는 많이 먹어 질병에 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영양실조에 시달리는가?

정책적인 접근 방안에서부터 개인의 실천까지 답한다.

고소득 국가에서 소고기 소비를 줄이기,

그럼으로써 영양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에서 동물성 식품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면

공정성에 한발 나아가는 것이 된다.

식물성 식품 위주로 식단을 꾸리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과 타인의 건강, 그리고 지구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거대체계에서의 정책 말고도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식품라벨을 확인하여 건강을 해치지 않는 식품을 신중하게 택하고,

지속가능한 포장을 한 식품과 못난이 식품을 구매하고,

건강과 지구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애쓰는 우리의 모든 행동이 의미가 있다고.

매 끼니마다 가족의 건강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우리에게는 누구든지 자신과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이 지구를 위해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개선할 기회가 있다.’

희망이다. 그리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오늘 섬세하고 몸을 썼고,

또한 섬세하고 밥상을 바라보았다.

우리도(사회에 그리 영향력을 끼칠 일 없는 이들도) 뭔가를 할 수 있겠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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