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22.해날. 맑음

조회 수 620 추천 수 0 2020.05.03 12:01:04


 

밭을 패고 감자를 심다.

쪽파밭 풀도 매다.

 

달골 햇발동도 먼지를 턴다.

지난 2월 어른의 학교에서 쓰고 닫혀 있었더랬다.

내일 한 가정이 들어와 묵고 갈 테다.

 

엊그제 몹시 바람 불던 날 빨강머리 앤을 생각했던 시간이

오늘 어느 순간 또 불려나왔더라.

양갈래로 하고 다니는 내 머리 때문에 더러 그리 불리기도 한다.

하루는 한 친구가 세 해 전 어느 자리에서 차를 내고 있는 내 사진을 보내왔는데,

거기 앤의 사진을 같이 더해와서 웃었네.

넷플릭스에서 한창들 봐서도 회자된다지.

인디언 이크맥어족(?) 한 가족이 등장하던 대목이 생각난다.

아이가 앤을 그리 불렀던가, '멜키타 우라문'이라고.

강인하고 용감한 마음이란 뜻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그런 마음을 갖고 싶었기 때문에 내내 남았으리라.

가족에 대해 정의했던 말도 딸려 나온다.

닮은 점이 많아서 나랑 연결된 사람!

그러니 닮은 점이 많으면 가족에 다름없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겠다.

 

전요.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앤의 말이었다.

내일은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하루라고 생각하며(면?) 기쁘지 않아요?”

역시 같은 책에서 온 문장이었다.

 

앤이 초록지붕 집으로 오기 전

거친 어른들 틈에서 보고 자란 것들을 학교 아이들에게 전해 문제를 일으켰을 때

마릴라(초록지붕 주인장 매튜의 여동생)가 그랬던가...

아이가 그런 꼴을 보고 자랐다면, 그건 우리 어른 탓이지!”

교사로서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그 대목을 자주 생각했더랬다.

그렇다. 아이가 어떤 꼴을 보고 자랐다면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새로 번역된 책이 한동안 인기였는데,

언제 도서관에서 찾아보기로.

 

내일은 이번 학기 담임 일을 보기로 한 분교의 본교에 가야 한다.

아이들 등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나이스 등록도 미루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본교 특수학급샘이나 학교 정보담당샘이 처리해 주고 있었던.

이젠 더 늦출 수가 없는.

묵어갈 식구들은 오후에나 들어올 것이라

오전에 서둘러 일 보고 돌아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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