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23.달날. 맑음

조회 수 448 추천 수 0 2020.05.03 12:05:48


 

청정지역.

요새의 의미는 자연환경이라기보다 코로나19로부터의 거리를 말하는.

다들 발이 묶였지만

더러 개별로 다녀가는 가정들이며 사람들이 있는 이 멧골.

군내 아직 확진자가 없다고 하루 세 때 자랑처럼 들어오는 공보 문자.

 

무량아, 소연아!”

물꼬의 오랜 논두렁 미선샘네 오다.

첫째 무겸을 비롯 세 아이가 물꼬랑 맺은 인연도 긴 시간.

일곱 살이던 무량만 해도 9학년이 되었고,

막내 소연이가 태어날 땐 두 오래비가 물꼬에 와서 달포 가까이 지냈다.

각별하지 않을 수 없는.

뒤에 오는 줄 알고 그래던 갑다,

바삐 면소재지 좇아가 몇 가지 사들고 왔는데,

농협마트 카트에 내 지갑을 넣어두고 그냥 왔더라지.

다녀온지 두 시간은 됐을 텐데 그 자리 잘 있다 직원에게 발견된 모양.

농협을 막 지나쳐 들어오고 있는 차편에 전화를 넣고,

되돌아가서 찾아왔던 무량네.

 

차를 내고 저간의 소식들을 듣고

사람 제법 모였다고 저녁에는 물꼬 월남쌈밥을 내지.

하얀샘도 들어와 상에 앉고.

온 김에 사이집 꽃밭 경계에 늘여놓고 아직 매지 못한 밧줄을 매준 하얀샘.

 

저녁 밥상을 물리고 윗마을 쪽으로 밤마실을 나갔네.

계자 때 아니어도 사람들과 자주 마을 급수탱크 곁에 선 나무까지는 곧잘들 간다.

그런데 곤하기도 하고 깜깜한 밤이 불편했던가 소연이가 돌아가자 조르다.

그래도 더 가고 싶은 다른 이들.

설득해가며 어둔 두멧길을 나아가는데

이제는 학교에 들어간 초등생 소연이가 삐치다,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생각이 다른 거야!”

옆에서 내가 얼른 말해주었네.

드러누워 별도 보고, 밤을 채운 소리들도 듣고.

!”

멀리 유성이 터지는 광경.

, 비행기들도 여러 대.

비행기로부터도 나오는 유성 같은 강렬한 빛도 몇 개.

별똥별이거니 보랐더라.

 

07시 이번 학기 출근해야 하는 분교의 본교로 향할 참,

이곳 사정을 헤아린 담당교사로부터 연락이 왔더랬다.

그리 긴 걸음인 줄 몰랐노라고,

일단 여기서 하는 대로 일을 처리해보겠노라고,

그리고 했노라는 전갈.

늘 그렇게 살펴주는 이들로 살아지는 삶이라.

물꼬 일하고 사니 덤으로 얻는 게 더 많다 싶은.

또 고마워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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