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자 하루 전 계자를 같이 꾸리기 위한 샘들이 모인다.

계자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며 청소도 하며 호흡을 맞추고 훈련하는 시간.

샘들이 들어오고, 그들 손에 들린 것들...

운전을 해서 온 윤지샘은 샘들 미리모임에서 먹을 과일들(복숭아, 천도, 체리)들이며

각얼음 통이며 아이들이 쓸 색지며,

해찬샘 손에는 봉지커피가,

휘령샘 손에는 뻥튀기가,

채성 형님 손에는 음료수가, ...

이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들

낮밥상을 차리는 동안 이불거풍부터. 비가 많았으니까.

정말 맨 아래는 눅진했다.

볕 좋을 때 어여 어여 널다.

 

국수를 말아먹고 소나무 곁에 그늘막부터 쳤다.

여럿이 쳐야 수월하니까.

고래방 청소를 끝내고 참으로 옥수수들을 먹고 달골행.

아고라 돌의자 풀을 뽑고. 거의 때때마다 샘들이 들어와서 하는 일이다.

이때는 같이 올라 미처 못챙겼던 일 하나쯤 하고 온다.

너무 커버린 밥못 가의 버드나무 가지들을 톱질하고 잔가지 치고.

아차차차차, 엊그제 말벌이 나왔던

달못 가 서 있는 인형의 텅빈 배를 흙으로 채웠다.

아이들을 쏠세라 하여.

내려온 걸음으로 샘들이 동쪽개울 수영장으로 들어가 밑바닥의 지저깨비들을 집어 올리는 동안

저녁밥상을 차리다.

씨앗채소, 어묵, 오이, 맛살, 양파, 파인애플, 피망, 토마토, 사과, 황지단, 백지단, ...

물꼬 월남쌈. 샘들부터 잘 멕여 이 계자를 건너리라.

 

학교는 어제는 끝냈어야 할 풀치기가 학교아저씨가 못다 해서

정작 달골에 가서 일을 하기로 했던 현철샘이 붙어 마저.

떡본 김에 제사라고 예취기 잡으셨기에 얼른 가서

살구나무 아래 잔가지들과 그 아래 철쭉들 좀 다듬어달라고도 하고,

학교 현판을 덮은 가지 두엇도 잘라 달라 하였네.

동쪽개울 수영장 가는 길도 한 번 더 시원하게 풀치고.

풀을 치면 긁어서 실어다 버려야지, 학교아저씨가 그 일에 붙고.

부엌에서는 양념정리, 계자에서 쓸 그릇들 소독하고.

 

어디라도 몹시 더운 날. 그래도 여기여서 좀 나은. 그렇지만 여전히 더운.

비지땀을 흘리던 품앗이샘들의 제안이 있었다.

직장을 다니면 계자에 결합하기 쉽지 않은데

계자 전 12일 다녀가며 일손돕기 밑돌을 구성하자,

준비에 이미 너무 많은 힘을 소진하니

계자를 진행할 샘들이 더 온전히 계자에 집중토록

초벌 청소를 일손돕기들이 하는(농활처럼 우리는 계자일손돕기니 계활이라 부를까? 전통적인 느낌으로 계자 선발대라고 해도 좋겠고).

그러면서 샘들이 서로 교차하며 하룻밤 얼굴들도 보고 안부를 나누면 좋겠다는.

물꼬의 우정은 그저 추억이나 좇는 게 아니다. 일하며 쌓은 깊은 연대.

밥바라지를 그가 꼭 와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내 일같이 고민하던 윤실샘과 수진샘처럼

샘들이 저리 같이 고민하는 그 과정이 넘치게 감동이다.

 

여름 저녁이라고는 하지만

밝을 때 바깥일들을 해놓고 저녁상에 앉으니 8.

10시 미리모임.

물꼬가 나누고픈 생각들이 있잖은가.

물꼬의 역사를 돌아보다. 

시대가 변하거나 우리 생각이 달라졌거나 아니면 때로 실패했거나

조금씩 변화를 겪었는데

끝끝내 놓치지 않는 가치관들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지켜낸다. 사람노릇하고 살자는 그런 거.

책무와 의무가 아니라 사람의 염치로.

우리는 좋은 세상을 바라고 우리 아이들과도 그 생각을 나누고 싶어한다.

계자도 그렇게 가는 실천 하나다.

묻지마 폭행이니 험악한 소식들을 듣습니다.

아니!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군지 모르고 엄한 사람들한테...

(그들이) 생각을 잘 못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 지성인들은 무엇들을 하는 겁니까?

제가 박사들 모여 국책 연구하는 공간에도 그런 농을 던졌습니다.

산골 사는 아줌마가 전한다고, 지성인들, 배운 것들이 뭐하냐고,

각자도생이니 국가가 부재한다느니 하면서 뭣들 하느냐고.

먼저 뭔가를 제안하고 우리가 동참하고 그래보자고.

그래요, 그래서 우리는 배웁니다. 위해서 쓸라고! 더불어 쓸라고!

결국 교육으로 귀착 됩디다.

우리 그런 거 하려고 모입니다.

삶의 중요한 가치관,

사이좋게 지내고 몸을 쓰고 건강한 생각과 배움을 익히고 일상을 견지하는 그런,

그것들을 자연 안에서 조화롭게 해나가는 연습 혹은 계기 또는 경험,

그런 거 아이들과 해보겠다고.

물론 아이들은 그저 즐겁게 놀러 와서 그것들에 젖어드는 거지요.”

이렇게 사는 문화가 있다,

한번 보여주고 살아보는 그런 시간이랄까.

 

오랜만에 계자에 결합한 아리샘.

아주 오래 전에 쓴 물꼬 일꾼들 지침서를 읽으며 감동이 일었다 했다.

아이들이 우리랑 보내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날이 되게 하려고 애쓰자,

교사는 가치 안내자이자 실천가,

활동보조자이자 또 하나의 활동 주체자.

... 아이들에게 모든 것이 허용될 그러한 시기가 필요하다.

얘들아, 모두가 앞선 자리, 높은 자리에 설 수는 없지만 모두 훌륭한 자세로 살 수는 있다.

우린 모두 훌륭한 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거야.”,

그런 말들.

 

아이들 맞을 채비를 하는 밤이 새벽 3시로 가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사람들이 모였는가, 어떻게 이런 헌신들이 가능한가.

물꼬가 자신들을 키웠다고들 했다.

물꼬 10년은 명함도 못 내민다지.

새끼일꾼 채성 형님이 물꼬 딱 10년차다.

물꼬의 새끼일꾼들을 그저 청소년 자원봉사 정도로 생각하면 아니 된다.

웬만한 어른들보다 일머리며 마음씀이며 얼마나 큰몫을 하는지.

휘향샘이 언니 휘령을 따라 물꼬 들어와 역시 딱 10년차,

초등 2년 때부터 와서 물꼬 15년차 해찬샘,

6학년 때 처음 와 물꼬 16년차 윤지샘,

대학 1학년께들 만났지 싶은 물꼬 29년차 윤실샘, 물꼬 27년차 아리샘, 물꼬 15년차 휘령샘,

밥바라지 나선 선정샘 등에 네 살 때 와 계자 지나 청계 지나 스무 살이 된 성빈샘,

일곱 살에 봤던 아이가 자라 스물여섯 살이 돼 오는 현진샘,

그리고 동학모임에서 만나 새로 물꼬를 알아가는 2년차 현철샘

(물꼬에 다 동의하지 않지만 우리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대한 감동이 있다고),

이런 아름다운 연대가 물꼬를 꾸려왔고,

그 울타리 안으로 아이들이 들어온다.

어른이 열셋이지만 서로 교차해서 오가기도 해서 샘들 열이 함께하는 계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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