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

날이 어두워져갔다. 기온도 기세가 꺾였다.

 

샘들 해건지기’.

국선도로 몸을 풀고, 대배를 하고, 호흡명상을 하고.

어제 들어온 현진샘, 오랜만의 해건지기가 딱딱한 자기 몸을 보게 하더란다.

가부좌가 안 되는 제 모습 보니

그동안 밖에서 몸이랑 마음에 너무 신경 안 쓴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체투지는 항상 좋아요! 온몸이 뜨거워지는 기분!‘(현진샘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해 절. 내 기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보자고 생각했다.’

(휘령샘)

 

해건지기’.

첫째마당은 요가동작을 더해서 어제보다 더 많이.

우리 몸을 자연에 가깝게.

둘째마당은 호흡명상.

그리고 셋째마당은 7학년 태양과 현준이 아이들을 데리고 마당 걷기.

그 다음 이불을 개러 들어갈 텐데,

벌써 먼저 갠 이불들도 있었더라.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을 지나

반짝 한데모임’.

한데모임은 급하게 의논이 필요할 때도 이렇게 열린다.

손선풍기를 어떻게 하면 좋은가?

전자기기 없이 최대한 지내보기로 하는 계자.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의 간극은?

덕분에 그동안 고전적인 부채가 등장해서 잘 써왔는데,

손선풍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어려운 거라.

그냥 살아가지 않고 질문하기 생각하기를 하는 것 좋았다.

1학년 윤진이도 논의를 잘 따라와 놓치고 있는 쟁점을 챙겨주기도.

의논은 이렇게 하는 거다. 괜한 아집도 아니고 보여주기도 아니고

정말 그러한가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왜 그런지 생각하고.

가끔 이 낡은 학교가 보일러도 고장나고 수도도 터지고,

그런 일들이 아찔한데, 뭘 걱정하나.

해결할 문제라면 걱정이 왔고, , 해결할 거니까,

해결 못할 문제라면 또한 걱정이 없다. 어차피 해결 못할 일을 왜 붙잡고 있겠는가.

아이들과 이렇게 의논하면 되는 걸!

아이들도 집단지성이 있다니까.

선풍기를 어수선하지 않게 가장 볕이 뜨거운 시간대만 쓰기로,

낮밥 먹은 뒤부터 저녁 한데모임 전까지.

그리고 잘 나눠 쓰기로,

 

손풀기’.

손풀기 전 빨래바에서 빨래를 걷어오다.

우리는 빨래도 해가면서 지낸다. 사는 일이 그렇다. 밥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캠프라는 이벤트라기보다 일상성이 더 짙은 계자.

그래서 휘발성이라기보다 몸에 축적물이 있는, 어떤 연속성을 가진 현장이라.

손풀기는 어제에 이어 더 깊어진다,

그림을 그리는 손으로도 명상으로도.

그 그림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상태를 들여다보며 그들을 더욱 이해해보는.

 

보글보글’.

묵은지가 중심재료.

모여 있으면서 손은 요리를, 입은 또 이야기로 채우는.

그렇게 서로를 알아간다.

제 방에서 만든 거 다른 방들에 돌리는, 그야말로 잔치 잔치 또 열렸네.

이맘 때 휘향샘도 윤실샘도 계자에 합류하다.

들어오자마자 바로 투입, 만두피 만들기에 붙어 손을 보탰다.

휘향샘, 지난 계자에 했던 자신의 행동이 떠오르더라지.

욕실 청소를 하고 나오는 그랑 마주쳤더랬네.

보이니 했을.

부끄럽고 고맙습디다. 버젓이 보고도 도저히 할 짬을 못 내고 찬물만 끼얹고 나왔는데...”

샘들이 성긴 계자의 종종거렸던 이틀이었더랬으니.

(첫날은 첫날이라, 둘쨋날은 우리 모두 아침부터 밤까지 전 일정을 온전히 하는 하루라,

그 이틀이 힘이 드는.

사흘째부터는 그냥 휘리릭 흘러가는 계자.)

지난 계자를 했던 몸의 기억으로 움직인 그이라

몸으로 익히는 건 그런 것. 물꼬에서 그거 한다.

머리로 하는 공부 못지않게 몸으로 하는 공부가 중요한.

병설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계속 만나는 휘령샘이라

아이들 만나는 감각이 떨어질 리 없듯

윤실샘 역시 국어교사로 고교생들을 만나며 맞은 방학.

생생하게 들어선 휘향샘과 휘령샘을 기대고 다른 샘들이 숨을 좀 돌리는구나 싶더라.

물꼬의 살림을 늘 챙기는 샘들은

계자에 필요하겠다 부탁한 것에 대해

필요하겠다 싶은 것들을 실어서들도 왔다지.

 

- 김치수제비: 하랑 서윤 현준 큰도 빛나

국물도 내야 하고, 반죽도 해야 되고.

현진샘과 채성 형님이 같이 만들었다.

빛나 현준 큰도가 아이들을 끌어주었네.

우리 큰도는 상을 닦으며 의자며 그 주변까지 닦고 있었다,

청년들도 닦으라는 딱 거기만 닦기 쉬운데.

그 아이가 원래 그런 아이이기도 하고,

물꼬가 그런 걸 가르치는 곳이기도 하고.

 

- 김치부침개: 환희 김도 정인 은우 지율

부침가루를 찾았다. 없다, 물꼬에는. 밀가루에 양념을 하면 되지.

맛소금도 없다. 양념을 해서 쓰면 되니까.

화학조미료가 대단히 나쁘다거나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조미료를 만들어 맛을 내는 방식을 택한다.

밀가루에 소금과 설탕을 조금 더해 부침가루를 만들더라.

아이들도 처음이 있지만 어른들도 처음이 있다.

스스로 새끼일꾼과 품앗이샘의 중간 어디쯤이라고 자신의 좌표를 읽은 성빈샘의

홀로 진행 데뷔무대.

연구에 연구에 연구를 밤새 하고 부침개방 앞에 섰다.

환희가 지민이랑 갈등할 때 중재를 잘했던 성빈샘이어 그런지

부쩍 따르면서 힘을 실어주었다지.

작도, 제 몫을 성빈샘한테 잘 나눠주더니

다음 김치전에서 자기 것 주었으니 이제 샘꺼는 제가 먹을게요 하데.

성빈샘, 제 몫을 당당히 챙기는 걸 보고

아이들은 결코 만만한 대상이 아닌 줄 알게 됐다나 어쨌다나.

요리가 퍽 익숙하기도 한 지율,

지친 샘을 위해 스스로 부쳐주기도 하였단다.

그걸 또 부엌에다 배달해주었네,

바싹하게 잘 구워 왔더라니까.

반죽한 걸 다 해치우고 한 번 더 재료를 더 구하러들 왔다.

정인이 은우는 재미나게 부치고 맛있게 먹어주고.

 

- 김치볶음밥은 해찬샘이 태양 지민 지성 혁준이랑.

필요한 도구는, 재료는 무엇인지 따져보기부터.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고 강한 자신감과 의욕으로 시작하는 태양.

참한 지성이는 훌륭한 뒷배로 곁에서 재료손질에 도움이 컸다지.

지민이와 혁준은 매운 양파를 조심조심 칼질하고.

직접 간들을 보며 참치마요에 가까운 요리가 되었단다. 저들 입맛대로. 그러면 되지.

배부르니 세상 끝난 아이들, 다 던져두고 떠나버렸더라나.

해찬샘이 혼자 정리하는 걸 보고

뒤늦게 태양 혁준 지성은 아차 싶었던 모양.

미안해하며 바로 손을 거들더라고.

아이들에게는 뒤가 없지. 지금만 있으니까. 잘 말해주면 될.

아이들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알면서 안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자기네들 방에서 만든 게 젤 맛있다고들 하지만

옆방의 서윤 정인 은우가 인정했네, 김치부침개가 맛있었다고.

 

- 김치만두: 수범 윤진 태준 김도 민준

수범이는 반죽을 크게 밀며 주전자 뚜껑으로 찍어내고,

윤진이가 만든 건 삐죽한 만두피.

샘이 이래도 된대요.”

그럼, 그럼.

간밤이 쉽지 않았던 태준, 모기 물린 자국들 때문에,

오전 내내 얼음팩 찜질을 하며 좀 가라앉으니 세상이 달라졌다.

배달돼 온 다른 방의 음식들에다

만두, 군만두, 남은 만두 속으로 만든 볶음까지 너무 먹어 걱정될 정도.

아무래도 집에 가야겠다던 아침을 넘기고 기분이 나아졌댔네.

민준이가 속이 안 좋다 했다.

씻고 와서 상태를 좀 확인하자 했더니 개운해져서는 또 가뿐해졌다.

아리샘의 만만찮은 진행이었다.

밀도 있게, 끝까지 제대로, 한 아이도 소홀하지 않고, 교육목표를 놓치지 않고.

그나저나 만두 쪄주느라 내 욕 좀 보았다.

내내 서서 움직이느라 허리가 뻐근하기

기다리는 동안 왔다갔다 안 하겠다 바(bar)의자를 당겨 앉았노라니

안 움직여 좋기는 한데 더웠을랑은...

 

보글보글, 무늬만 요리가 아니다.

반제품으로 하는 적당한 흉내가 아니다.

장보기부터(부엌에서 재료를 챙기는) 전 과정을 아이들이 하는.
우리 참 제대로 하지 않냐?”

서로 고무되는 샘들이었다.

 

한껏맘껏’.

새로 온 아이들도 이곳에서 사흘을 맞고 있으니

자기가 하고픈 것들이 있을 것이다.

저마다 하고픈 것을 자기가 꾸리는 시간.

초대장이 왔다, ‘꼬리뼈 호텔에서.

아이들이 만든 쉼터 호텔.

이 더위에 암막커튼을 내리고! 지친 샘들을 위한 아이들의 지원.

왜 꼬리뼈? 꼬리뼈에서 머리끝까지 시원해지는 호텔이라고.

지난겨울 다녀간 아이들이 그때 저들이 만든 호텔을 떠올리며 그리 만든.

자기들의 소꿉놀이에 샘들을 편입시켜준.

하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닌.

호텔을 들어서며 샘들한테 나눠준 티켓을 주니 방을 배정해주고,

아이들은 손선풍기를 손님들에게 틀어준다, 저들은 땀 뻘뻘 흘리면서.

누가 오해라도 하겠다, 아동착취라고.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일, 나를 쓰는 일, 돌보는 일은 사람의 마음이라.

자신을 기꺼이 쓸 때 우리는 행복해한다.

빛나며 처음 온 아이들이 호텔에 고용되어 역할을 받고,

작도는 승진을 위해서 노력 중.

아이들의 에너지를 어른들이 따를 수가 없다.

쉼은 정작 샘들에게 너무 절실했다.

그런 샘들을 아이들이 돌봐주었다.

너무 시원하고 잠이 솔솔들 왔더라지.

아주 뻗었던 샘들은 다시 기력을 해복했다, 덕분에.

그때 소나기 좌악좌악 내리다. 신기하다.

날씨 부조였네.

호텔 강제숙박을 당했다며,

은우가 두피마사지를 너무 잘해줘서 채용할 뻔 했다는 현진샘.

태양이 등을, 빛나가 종아리와 발바닥을, 은우는 얼굴이며 머리를 풀어주었다지.

, 부모님들은 좋겠다. 이 모양 좋고 성능 좋은 안마기를 끼고들 사시네.

받은 선풍기들을 갖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우리에게 바람을 쐬어주는 모습이 참 감동적인 순간이었고,

계자에 오는 이유를 다시 느꼈다.’(해찬샘)

 

저녁 때건지기’.

민준이 저녁 먹기 전 한바탕 울었다, 엄마 보고 싶다고.

아이들이 둘러서서 제 경험들을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었다.

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바탕 울고 개운해진 마음. 운다는 것의 순기능.

우는 것은 감정표현의 하나.

그 마음 우리가 알았고, 모두 그에게 위로했고, 그는 곧 괜찮아졌다.

김도는 집에서 잘 안 먹는단다. 자신도, 누나 하랑이도 증언하다.

아니, 어떻게 저 아이가 안 먹는 아이란 말인가.

매우 잘 먹어 어머니께 전화드릴 뻔하였네, 애 밥 좀 멕여주십사 하고, 하하.

여기서는 엄청 에너지를 쓰고 그만큼 먹고.

윤진이가 뭔가로 속상해하자 은우가 곁에서 공감하고 위로하고 조언하다.

은우가 나이보다 어리다 싶다가도 이 아이 안에 이런 어른의 마음도 있구나 또 놀라게 되는.

2모둠이 설거지였네.

혁준이가 7개만 한다더니 쟁반을 모두 초벌칠해냈는데,

같이 일하던 샘들이 이 아이 웃는 게 귀여워 한 번씩 웃어달랬더니

샘 하나씩 보며 웃어도 주고.

이 아이들이 부모님들은 얼마나 보고프실까...

 

한데모임’.

품앗이로 처음 한데모임 진행에 등극하신 현진샘,

악기도 없이 노래로 채우는 시간에 흥을 더하다.

물꼬 노래집 <메아리>에는 물꼬의 생각이 담긴 노래들이 모여 있다.

아이들이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는지, 이 시간에 같이 있어보면 매우 놀라고 만다.

누군가 군밤타령을 부르자고 했다.

기본 노래를 먼저 익히고, 물꼬에서 부르는 아카펠라 군밤타령을 부르다.

지민이가 어찌나 흥이 많은지,

그 몸짓을 우리도 따라하며 불렀더라지.

손말도 배운다. 소리를 듣지 못해서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언어를 배우기 이전 말이란 상대에 대한 존중.

손으로 노래들을 하였다.

 

춤명상’.

춤명상 전 야참을 먹고 나오다. 아직 우리의 밤이 남아 있었으니까.

마당에 불 훤히 밝혀놓고.

소나기 다녀간 마당에는 모기도 떠나고

바람만이 별빛만이 내려앉았다.1

몇 해 춤명상을 하지 않았다.

바깥으로 예술명상 강의를 가던 일도 코로나19로 멈췄던.

모둠 방에서 하느냐, 밖에서 하느냐를 두고 반반으로 갈린 의견에

밖에다 내 표를 던져 주었더라지.

아이들이 모이는 동안 큰도와 둘이 춤명상에 쓰이는 한 춤을 연습,

아이들이 그것으로 이미 눈으로 익혔더라.

현진샘, 새끼일꾼 때까지만 해도 춤명상이 그다지 닿지 않았는데,

아리샘의 춤명상에 대한 감동의 기억과 기대를 들어서 그런지

가슴 뜨거워지는 춤명상이었다고.

다 같이 하는 게 가슴 벅차더라 했다.

몸 움직임이 뭔가 그런 게 있는 것 같다했다.

 

춤명상 뒤 돌아가며 모두가 어떤 마음이 들었나 나누었다.

현준이가 그랬다. 안에서 하자는 데 손을 들었는데, 밖이 좋다고, 나오길 잘했다고.

하는 자유에 대해 말하다.

한번 해보는 거지. 그런 뒤에 판단해도 된다.

유일하게 별로라고 말했던 작도는

역시 유일하게 혼자 춤명상 하는 내내 계속 말을 흘리고 있었는데,

뭔가 재미난 일이 있었더란다.

만약 같이 거기 몰입하면 평가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순간에 물꼬가 전하고픈 생각을 슬쩍 나누지.

우리가 태어나 죽는 길이 어떻게 한 가지 길만 있겠습니까.

마음을 키우는 명상도 어찌 한 가지만 있을까요?

사는 데도, 명상을 하는 데도 길이 많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 야외 춤명상이라니! 물꼬에 오고 또 와도 처음해보는 것들이 있다.

바람도, 별과 구름이 뜬 하늘도 빛에 드린 우리들 그림자도 너무 예쁘고 좋았다. ‘(휘령샘)

172계자는 또 그렇게 특별해졌다.

밥바라지 2호기 윤실샘이 가마솥방 일을 거든 덕분에

수행복으로 갈아입을 수도.

그렇지 않았다면 입은 옷으로 했을 테니.

옷 하나 갈아입으려 내는 짬도 쉽지 않았던 사흘이었다.

고마워라.

 

모둠 하루재기’.

큰도가 글집을 동그랗게 마련해두고 모둠 아이들을 불렀다. 예비 새끼일꾼.

본 대로 한다. 샘들이 하는 걸 봤더랬다.

자기만 보이다가 바깥으로 그 다음 세계가 보이는.

우리는 그렇게 자란다.

어른은, 세계를 더 넓게 보는 사람이라.

두루 살피는 어른이 되어야지 싶더라.

 

샘들이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아이들이 잠자리로 간다.

어제 아리샘은 그 소리로 아이들을 재운.

긴 이야기였다. 스스로 궁금해서도 끝까지 읽었더라지.

자신의 위한 읽기도 되는.

오늘은 해찬샘이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샘들 하루재기’.

어제랑 또 다른 오늘의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더 노력하겠다반성했다는 현진샘.

채성 형님,

나도 새끼일꾼이고 예비 품앗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아이들에게 존댓말도 써가면서 품격있게 대하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지금까지 , 김현준!”을 외치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부끄럽고, 뼈 맞은 기분이었다.’(채성 형님)

현진샘이랑 나눈 이야기였더란다.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공간.

말로 아닌 삶으로 가르치는 공간.

좋은 선배들이 좋은 후배들을 만든다. 여기는 물꼬!

 

정오부터 비로소 이번 계자 샘들이 다 들어와 좀 편해지다.

앞부분은 너무 성긴 자리였으니까.

알지, 우리는 어떻게도 해내는 걸, 야전에 강하다는 걸.

아이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정감이 있지.

하지만 힘든 건 힘든 것.

 

동선이 길고 움직임이 많은 이곳이니 아픈 아이들이 나온다.

날도 퍽 더웠고.

환희가 똥꼬가 아프다고 왔다.

짐작이 충분히 되지. 설사를 여러 번 했거나, 대개는 여름날의 땀일 거라.

조옴 움직이는 몇이던가,

환희 김도 들은 땀띠가 안 날 수 없을.

성빈샘이 데려가 씻겼고,

돌아와 양호실에서 머리말리기로 시원하게 말려주다.

혁준도 같은 증상으로 다녀갔더랬네.

지율이 열이 났다.

민준이도 열이 있고, 윤진 채성형님이 오한이.

정인도 미열에 목이 붓고, 환희도 기침, 지성이도 콧물에다 기침.

태양이는 어제 다친 발가락 살펴주고.

태준이는 모기 물린 곳들에 얼음팩을 댔더니 좀 가라앉았고,

저가 때때마다 팩을 갈러 왔다.

서윤, 목 피부가 가렵고 따갑다 했으나 이상은 없었다.

소금물로 가글도 하고, 시럽을 멕이기도 하고, 꿀물을 타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쉬게 하면서

증상마다 약을 덜 먹이며 음식이며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주다.

자정능력에 기대기도 하면서.

 

, 입추의 밤이다.

일년에 한 사흘 뜨겁고 나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멧골의 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도 제 절기를 잊지 않는 자연이 경이롭다.

창문들을 잘 여며 잠자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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