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아이들을 만나며 무모함최선의 그 경계에 물꼬가 서있다.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위한 꼭대기에서

한 발만 헛디디면 자칫 위험의 출발일 수도 있는 곳.

 

대망의 산오름!

물꼬에서는 학기의 시작과 끝에, 그리고 계자에서 마지막 전날 산에 오른다.

산은 딱히 어떤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그저 오르고 내리는 것만도 배움의 장.

그래서 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갔고, 가고, 갈 것이다.

 

태풍이 다가오고 있었고, 창대비가 밤새 내렸고,

아침에도 그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른 아침 샘들이 물꼬 김밥부터 싸다. 주먹밥도.

간밤에 가방을 꾸려놓았지만, 다시 점검.

아이들 역시 밤에 오늘 입을 옷과 신발을 챙겨놓았지만 다시 확인.

계획으로야 07:50 물꼬 대문발 2km를 걸어 물한계곡 가는 버스에 오를 것인데

비 세차고, 날 어둡고,

천천히 준비해서 비가 좀 긋기를 기다리고,

반짝 한데모임을 열어 이 상황을 어찌 할까 논의가 필요했다.

며칠 동안 계속되는 비, 태풍의 영향으로 창문 너머 세찬 비가 계속 보였다.

과연 산오름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늘 그랬듯 갈 준비를 한다.

김밥을 싸고 산에 가기 위한 복장을 입고..’(휘령샘의 하루정리글 가운데서)

 

모든 준비를 해두고(화장지며 젖을 것들 비닐을 잘 여미고),

떡만두국을 먹고,

오늘은 샘들과 아이들 같이 하는 해건지기’.

서서하는 팔단금으로 몸을 풀고

(한 동작을 여덟 번씩, 예순 넷을 바람결의 비단처럼 움직이는 남송 시대의 수련),

호흡명상 하고,

산에 오를 복장으로 산오름 준비모임인 반짝 한데모임.

예쁜 그림동화 하나부터 같이 읽었다; 사토 와키코의 <산으로 소풍가요>

호호할머니가 동물들과 산으로 소풍을 가기로 했는데,

이삿짐 챙기듯 바리바리 싸온 동물들 짐을 보고 산에 가는 대신

집집이 커튼을 가져오라 하여 이어 붙어 집을 덮어 산을 만들었다.

잘 먹고 잘 놀고 밤에 텐트도 치고 자는데,

할머니 코고는 소리에 시끄러워 동물들이 모두 집으로 가버렸다,

산이 가까워 다행이라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속틀에서는 민주지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쿵자쿵 다음 발, 저 너머 누가 살길래, 곰 사냥을 떠나자, 저기 보물산, 손님들의 나라, 푸르나가 사는 마을, 어기여차, ...

여느 계자에서 그런 낭만적인 제목이었던 칸이

이번 계자에서는 민 주 지 산네 글자로 뭔가 비장하게 적혀있는 산오름 일정.

겨울에는 마을 뒷산 없는 길을 뚫고 모험을 떠나는 반면

여름이면 등산로가 있는 민주지산(1,242m)을 향하는데,

코로나19가 휩쓴 때부터 계자에서는 도통 가지 못했다. 이후 억수비 때문에도.

민주지산이 어떤 산이냐 하면,

199841

군인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특전사들이 훈련도중 여섯이나 동사했던 곳,

접싯물에도 빠져죽는 게 사람이고,

8,848m 에베레스트에서도 무사히 내려오는 게 사람의 일이라.

그 차이라면 얼마나 준비했느냐, 얼마나 상황 판단을 잘했느냐, 운이 좋거나, 그런 것일.

우리는 죽으러 가는 게 아니라 살려고 가는 길,

할 때까지 하고 아니다 싶을 땐 바로 뒤를 돌아 내려오리.

"우리 이렇게나 준비했는데 가봐요!"

(샘들이 속으로 생각했다지, 준비는 샘들이 다했는데, 저들이 한 게 뭐가 있다고...)

가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어라! 그래?

(샘들의 예상을 엎었더란다.

나는 그래서 아이들이 더 좋다. 그 뒤집음!

교사가 고도의 배후조정으로 안 가는 쪽으로 몰아갈 수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정말 그들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아이들이 하고픈 그 마음을 받기로, 우리 어른들은 최선을 다해 그들을 지키면 될 테고.

가면서 다음을 의논하자.

, 이 얼마나 물꼬다운 방식인지. 하면서 힘을 내고, 다음 걸음은 다음 걸음에!

그래서 버스를 타고 물한계곡까지만이라도 가기로.

그 버스가 물한주차장에 20여 분 머무니

그때 계곡물을 보고 판단해도 되리라.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이들은 남기로.

두 패로 나뉘었고,

남는 쪽은 남은 대로 청소를 중심으로 보낼 시간을 의논하고.

산오름 쪽은 안내가 이어지다.

협상이나 타협은 없다. 무조건 안내자의 말에 따른다. 위험할 수 있으니까.’

안내자의 입이 떨어지는 순간 모든 눈과 귀는 안내자에게 향하기로 약속했다.

 

영동역발 물한리행 버스가 하루 다섯 차례.

버스에 맞춰 움직일 거라 다음 버스는 아직 시간이 넉넉했다.

옥수수를 쪄서 냈다. 도시락을 먹을 시간이 더뎌질 듯하여.

마을길을 걸어 내려갈 때 시야가 어두우니 한 줄로 바짝 붙어서 갈 것.

앞뒤 중간에 샘들을 배치한다.

대해리 들머리 삼거리 버스정류장은 길 건너 있다.

휘어지는 길이어 건널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쪽을 보며 한 사람이, 저 쪽을 보며 또 한 사람이 서기로 하고,

7학년들을 불러서도 1차 목표점까지 상황을 공유하다. (물꼬가 이런 거 참 잘함!)

계자를 하는 동안에도 그러했지만

오늘 그들은 샘들의 동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저 듬직한 얼굴들을 보라.

그리고 그들은 또 성큼 자랄 것이다.

 

비옷을 모두 챙겨 입고, 샘들은 그 위에 형광조끼들을 입고 가방을 맸다.

갑시다!”

간다. 아이들이 저 내리 꽂히는 빗속으로 들어간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와 태풍 소식에 오늘의 일정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하루였다....

다 함께 우비를 입고 빗속으로 출발하는 뒷모습들에선 비장함이 느껴져 너무 멋진 장면이었다.‘(해찬샘)

비가 이렇게 거세게 오는데 아이들이 의외로 산으로 가고 싶어 해서 너무 놀랐다... 

현관을 나서고 줄을 서는 아이들, 샘들의 뒷모습이 정말 멋졌다. 그래서 나도 뭔가... 비장해지는 것 같았다.’(새끼일꾼 채성 형님)

걱정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뼈가 으스러지더라도

마지막 아이까지 짊어지고 빠져나올 것이다. 그게 어른이고 그게 교사이니까.

정작 걱정은 다른 곳에. 민원이 들어가고, 다른 어른들이 우리를 막을까 봐.

우리는 위험하지 않는 지점까지만 움직일 텐데,

우린의 오늘 교육목표는 창대비 속을 나가 본다 까지 만인데.

세상이 정보에 빨라 뭘 자유로이 하기도 쉽지 않은 교사들이라.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뭐 뜻을 세울 수가 없게 하는 세상이라.

 

앞서서 현철샘을 답사 보냈다, 물한계곡 주차장까지.

길이 몇 군데 벌써 막히려하고 있단다. 물이 넘치는 곳도 여럿.

혹 우리가 달골 쪽으로 길을 틀 수 있으니 거기도 확인 부탁.

바위며 떠내려 와 길을 막았다고.

버스정류장에서 우리가 끝날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이 상태면 버스 운행도 어려울.

산오름단을 먼저 보내고 나는 뒤에서 차를 움직일.

학교에 남은 이들에게 몇 가지 안내를 하고 그제야 나서려는데,

휘령샘의 전화. 계자 내내 자정이 지나야 교무실에 둔 전화기를 쓸 수 있는 샘들이

오늘은 모두 손에 쥐고 있는 날.

마을길을 절반쯤 갔는데, 물이 심상찮다는. 와서 판단에 달라는.

아이들이 멈춰 서 있었고,

오른쪽 경사진 농로가 물길이 되어 그 물이 폭포처럼 길을 엎고 있었다. 강물 같았다.

이래서 어른들도 죽을 수 있겠구나...”

정인이가 그랬다.

팔을 크게 벌리고 길가로 아이들을 한 줄로 서게 하고 상황 설명.

이 물을 헤치고 갈 수는 있겠지만 돌아올 수는 없겠더라.

우리는 우리가 걱정이 아니라 정작 다른 데 걱정이 있었던 대로,

그때 이장님 트럭이 지나갔다, 상황을 살피시는 거겠지.

한소리 하신다.

여기까지만 놀러왔어요!”

그래도 그러면 안 되지!”

우리는 돌아섰다.

아이들이 되돌아오는 동안

나는 차를 돌려 돌고개(대해리 위쪽마을, 이 골짝 끝마을)로 가서 길 확인.

두려움이 끼칠 만큼 길로 물이 범람하고 있었다.

천천히 차를 돌리며 오늘 우리들의 길이 어디까지여야 할까 가늠하다.

 

우리는 마을 삼거리에서 돌고개를 향했다.

태준이가 발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현진샘을 붙여 학교로 들여보내고.

하랑이가 물꼬 신발을 신었는데 발가락이 죈다는데.

그래도 계속 가보겠노라 했다.

현준이가 민준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아이도 어른도 서로를 의지하면서 걸었다.

그러면서도 뭔가 신이 났다. 창대비 속을 걷는 즐거움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이 멈추었는데, 우리만 그 세상을 걷는 그런 광대한 느낌도.

가끔 고개 들고 입을 벌리고 비를 맞기도 하고,

팔 활짝 벌려 비바람을 안기도 하고.

물꼬 천문대까지, 딱 거기까지가 안전한 길이었다.

밤에 걸었던 그 길을 우리는 낮에 다시 보고 있었다. 또 다른 세상이었다.

바로 그 위로 넘친 물이 길을 타고 콸콸콸.

우리는 넘친 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눈으로 보다.

세상 어디에서 이 빗속에 아이들이 나와 그걸 보겠는가.

우리는 오늘의 우리들의 정상을 찍고 산을 내려왔다.

 

삼거리집에 이르렀다.

우리가 학교 남은 저것들과 같이 도시락을 열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하.

너도? 나도! 처음 갔던 삼거리집! 아이들의 물기를 투건으로 툭툭 닦아내주고 같이 들어가 보았다

코코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휘령샘)

그렇게 172계자는 또 특별해지고.

딱 삼거리집에 들어갈 만큼의 숫자였다.

물꼬의 인연 두 딸 이기은과 이연지가 이 집을 물꼬에 기부하였노라 전하였다.

몸을 닦고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현철샘이 물을 끓여 코코아를 냈다.

우리는 그때부터 민주지산을 말로 오르기 시작하였네.

정상에서 물꼬 김밥 먹고,

지점마다 내려오며 단맛을 보충하고,

산 아래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까지 모든 일정 완료.

비를 뚫고 먹는 물꼬 김치김밥은 산 정상에서 먹는 것과 다르지 않게 맛났다.

김치는 조금만 달라던 아이들은 없다.

집에서 절대 김치를 안 먹던 일곱 살 현준이는

이제 그 김밥을 어느 것보다 맛나게 먹는 큰 아이가 되었다.

큰도가 마지막 김밥을 민준에게 양보했다.

그 아이의 어느 해를 기억한다.

겨울 산 양지바른 곳에서 도저히 포기하기 어려운 코코아를 그리 양보했던 그였다.

간식을 먹고 표를 받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 샘들.

산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내려오는 물꼬 방식.

사탕 껍질이 다음 것을 먹는 티켓이 되는.

삼거리집에서 김밥, 초코바, 사탕,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몸을 녹이고 달콤한 시간을 가졌다

산에 온 우리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 이 시간을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휘령샘)

삼거리집을 처음 썼다. 집들이 한 거네요, 정인이가 그랬다.

사실 태풍의 영향이 있는 이러한 날씨에 아이들과 밖으로 나선다는 건 큰 위험이 따를 수도 있고, 솔직히 무모하다고 볼 수도 있다

나 또한 걱정이 크고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샘들은 더욱 더 긴장을 하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판단을 하기 위해 애썼다

마치 탐험가가 되어 남들은 쉽게 하지 않는 곳에 가고, 그곳을 살피고 탐색하는 느낌이었다.’(휘령샘)

무모한 도전은 무한도전이 되었다. 물꼬 탐험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딱 하나의 아쉬움은 비오는 밖에서 춤추고 들어오지 못한 것.

이미 우리들의 움직임이 춤이었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춤이라 부르는 그 춤.

이 멧골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고 살았던 우리 집 아이는

이렇게 창대비가 내리면 마당에서 뒹굴고 춤추며 자라 무사히 괜찮은 청년이 되었다.

비가 또한 그 아이를 키운.

아이들과 억수비를 만날 때면 파블로 네루다를 생각한다.

유년 시절 그는 남반구에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비를 보며 자랐다.

그곳에서 삶에 눈을 뜨고, 대지에 눈을 뜨고, 시에 눈을 뜨고, 비에 눈을 떴다 했다.

그리고 시인이 되었다.

... 아쉽다.

 

열다섯의 아이들이 길을 떠났을 때,

남은 지율 서윤 작도 은우는 성빈샘 해찬샘과 청소.

청소를 하며 요즘 관심사(애니메이션이라든가)를 나누었더라지.

남겨놓은 김밥과 밥바라지 2호기 윤실샘이 해준 김치볶음밥을 맛나게 먹고.

은우는 정보통이다.

그는 책방을 정리하며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심각하다고, 샘들이 고생 많았겠다고,

책들을 전부 끄집어내 다시 꽂기도 하더라지.

같이 하던 작도가 정리에 소홀하며 하기 싫다 하니

정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냐, 정리된 다음의 모습을 좋아하는 거라고 한 소리.

마지막까지 혼자 책방을 정리하며 그 뒤의 쉬는 시간 보장을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아아아아아, 흙탕물. 억수비가 남긴 흔적.

처음엔 누가 변기물을 내리지 않았나 싶었다니까.

갑자기 하루 내내 비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졌으니.

당장 마실 물은 스텐 물통 정수기에서 먹으면 되고.

우리는 그 물에 씻기는 했다, 땀보다는 나을 것 같아.

그런데, 밥상을 준비할 물은 어쩌나. 당장은 정수기 물을 쓰겠지만.

푸하하하하, 우리에게는 커다란, 비상 고무물통이 있다.

사람들이 물꼬 부엌에 오면 저게 뭐냐고 묻는.

딱 치워버리면 좋겠는, 자꾸 걸치적거리는.

10년도 더 전인데 내 노모가 와서

아이들 드나드는 데 물이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지 않겠냐,

혹 모르니 물을 한 통 준비하라고.

그래서 그 물통에 부엌으로 들어왔고, 달에 한 차례 늘 갈아준다. 거의 쓰일 일 없이.

오래 전 마을에 물이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샘들이 길게 한 줄로 늘어서서 개울에서 물을 퍼오던 여름도 있었더랬다.

마을 상수도관 정비를 하고 나아지긴 하였으나

드물지만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하는.

, 이 한 번을 쓰기 위해 때때마다 그리했고나.

설거지는 마지막 헹구는 물로 쓰고.

그렇게 또 한 고비를 넘기나니.

 

아이들은 그 빗속을 다녀오고도 힘이 넘친다.

뭐 그럴 줄 알지만 늘 놀라는.

모둠방에서 책방에서 복닥거린다.

윤진, 성빈샘을 붙들고 알까기. 1시간 가까이.

지친 성빈샘, 내 텔레파시를 보냈지.

옥쌤께 텔레파시가 와서 일하러 가야 한다고 도망쳤더란다.

1년 윤진과 2년 민준의 기싸움.

- 윤진: 내가 먼저 한글 뗐어! 우리 엄마 국어 선생님이거든!

- 민준: 너 왜 나한테 오빠라고 안 해?

민준은 허세가 장난 아니었다.

해찬샘이랑 알까기 하며 자기는 고수니까 봐주겠다,

진정한 고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기에 샘이 알려주는 데로 가지 않겠다,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면서 말이다.

상대를 윤진이랑 바꾸어서는 그랬다네.

샘이라 봐줬는데, 넌 안 봐준다, 진정한 승부가 뭔지 알게 해주겠다고.

그는 윤진이를 이겼을까?

 

휘령샘한테 전할 말이 있어 여자방에 갔는데

커튼이 내려져 있고 이불이며 베개며 말고 아이들이 도란거리고 있었다.

따뜻했다. 딱 등 붙이고 싶은.

한쪽에는 샘 두엇 누워있고.

바닥은 따뜻하고, 밖에는 비가 내리고,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이 재잘거리고,

집 같이 안온하고 좋더라.

아이들과 몇 마디를 나누고 나온, 5분도 채 안 된 시간이었다.

우리의 만족은 그리 큰 시간도 대단한 무엇도 아니다.

평화로웠다.

아이들은 내일 간다고 뒹굴거리며 연락처를 공유하고도 다녔다.

 

산오름의 절정은 팥빙수. 다녀와 먹을 것인데 몸이 차니 저녁밥상 뒤로.

어른들이 하는 보글보글? 그런.

물꼬는 정말이지 최선을 다한다지.

젊은할아버지(학교아저씨)는 얼음 갈기 신공. 얼마나 많이 해오셨겠는가.

그때 민준의 밥상머리 공연이 있었다.

트로트 곡 한잔에’(?).

우리는 정통 클래식과 트로트까지, 홀로 공연에서 그룹까지, 판소리도,

계자 동안 다양하고 멋진 밥상머리무대였더라.

 

한데모임’.

물꼬에서 산오름 할 때마다 비가 왜 이렇게 오나 모르겠다.

두어 번의 여름을 그렇게 맞았던 수범이가 그랬다.

아니 우리는 오늘도 물꼬 날씨의 기적을 보았지,

산에 못 간다면 다른 기쁨을 우리에게 주려고 비가 왔다.

나설 때 세찬 비로 시작해서 우리는 더 긴장할 수 있었고,

어떤 길이 내 뜻대로 아니다 하여 나쁜 거라 할 수 없다.

기다리는 다른 길이 더 멋진 곳일 줄 누가 알겠는가.

비가 와서 더 멋진 산오름을 하였나니.

 

강강술래’.

크게 하나가 되어 노는 대동놀이의 절정이 그것.

, 말이 필요 없다.

어떻게 늘 하는 그것이 늘 그리 신명날 수 있는가?

샘들이 더 신났다.

샘들이 헌신으로 아이들이 더 신나는.

 

촛불잔치’, ‘장작놀이를 못하는 대신.

어떤 게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꼭 안 좋은 게 아니다.

대신 또 다른 걸 할 수 있지. 빗속 산오름처럼 그 길이 더 좋을 줄 어찌 아나.

돌아가며 지난 닷새를 나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다음 계자에 또 오겠다, 더웠는데 안 덥더라,

선풍기도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놀면서도 배우는 걸 알았다,

그리고 서윤, 윤진이를 데리고 씻기면서 뭔가 오묘한 기분이 들었더란다.

뿌듯함 같은 걸 거다, 타인을 돌보았을 때 오는.

서윤이가 혼자 씻던 날 윤진이도 씻어야 한다고 하니

자기가 씻기겠다고 했고, 오늘도 그랬다.

그렇게 이곳에서 아이들이 커간다.

민준이가 그랬네.

처음에 침대도 있고 방이 따로 있다고 그런 줄 알았는데 이상했다고,

그런데 지금은 크게 하나로 바닥에서 자는 게 편하다고.

그렇다고, 모든 걸 다 잘 갖췄다고 좋은 것만이 아니다.

없어서, 이 불편이 우리에게 더한 걸 주기도 한다.

아홉 살 아이도 그걸 안다.

 

인디언놀이’.

뒤란 보일러실 아궁이에서 구운 감자.

가마솥방에서 모여 먹다.

그을린 껍질로 서로의 얼굴에 묻히기 시작한다.

휘령샘과 현준은 이제 샘과 아이로 마지막으로 하는 인디언놀이.

내년이면 같이 아이들을 돌보는 이들이 될 것이기에.

격렬도 하였나니.

광란의 밤이었다.

그런 판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먼지를 털어내듯 우리 안의 우울이며들을 털어내 버리는 시간.

이런 신명으로 사시라.

 

모둠하루재기’.

시간은 자정으로 향한다. 마지막 밤이니까.

노래가 고픈 아이들이 마지막 열창.

아이들은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노래에는 그런 힘이 있다. 우리를 모아주고, 우리에게 힘을 주고, 신명을 주고,

감정을 대신 표현하는 것으로서의 기능도.

물꼬의 생각을 잘 담아 엮어놓은 물꼬 노래집 <메아리>.

태양이는 꼭 새끼일꾼으로 오고 싶다고 했다.

힘 조절이 좀 안 되지만,

대신 몸으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새끼일꾼의 한 몫을 그도 하겠는 거라.

내 그리 키우고야 말겠다.

아이들 씻고, 샘들이 아이들 잠자리 머리 맡에서 동화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샘들 하루재기’.

가방을 확인하고 챙기면서 비록 온지 6년이 되었지만 일하는 자세, 감각은 본능처럼 살아있음을 느낌

이게 물꼬에서 배운 것들인가 싶어서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현진샘)

이네는 학기 중에도 여러 차례 열흘, 보름을 여기 와 머물렀던 세대.

아이 때 한 번도 계자를 빠지지 않았던.

물꼬 아이이고, 아들에 다름 아닌.

군대를 가서도 의용소방대로 배치를 원하며 영동을 지원했던. 못 왔지만.

<산으로 소풍가요>를 읽으며 아이들이 안 갈줄들 알았다고.

이런 방법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선택해서 나간다면 더 간절하지 않겠는가.

나가서는 샘들도 겁이 났다고.

하지만 서로를 의지했고, 그 뒤에 옥샘이 있다고.

? 산악인이고 숲길등산지도사이며 끊임없이 산을 오르고 내린다.

텐트 짊어지고 가서 하는 비박 말고

그야말로 비닐 하나 들고 가서 나뭇잎 긁어모아 비박한다.

비비색 하나 들고 꼭대기 바위 위에서, 틈새에서 잠잔다.

이 낡은 물꼬 삶만 해도 끊임없는 야전의 삶이라.

아무런 그런 것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그 험한 산오름을 나서겠는가.

내 삶의 모든 준비는 늘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을 대비하는 것.

스무 살 적 선배들은 지금까지도 말한다. , 글 좀 쓰잖냐, 글만 써라, 뭐 그리 잡다하게 하냐

하나로 모아뭐 하러? 꼭 하나만 잘해야 해? 그리고, 뭘 꼭 잘해야 해?

내 관심은, 나의 잡다함은 아이들과 더 즐겁기 위해서다.

아니지. 집중한다, 하나로, 물꼬로!

아이들이 삼거리집에 간 게 큰 감명을 준듯하다고도.

어디로 갈지 모르는 다음이 주는 설렘,

그리고 늘 최상을 얻어내고야 마는 물꼬라.

 

계자 이틀째던가 5, 6, 7학년들을 따로 불러 부탁 했더랬다.

부모님들이 이 불편한 곳인데도 그대들을 왜 보냈을까?

사랑과, 더하여 성장을 바라기 때문일 것.

물꼬도 그대들의 성장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

그런데 성장은 자신을 넘어 타인을 둘러볼 때 더 큰 것 같더라.

동생들을 살펴주렴.

샘들이 적은 계자이기도 해서 도움을 청했고,

아이들이 흔쾌히 그러겠노라 했던.

우리들의 순조로운 흐름 뒤에는 그 아이들의 힘도 컸을 것.

오늘은 모둠하루재기를 끝내고 잠자리로 가기 전,

교무실에서 6, 7학년들(태양 큰도 현준 지율) 면담이 있었다.

내일은 걸음을 종종거릴 듯하여 미리.

새끼일꾼에 대해 전하다.

걱정 말라고, 아직 준비가 더 되어도 된다. 하면서 준비가 될 것이라고.

청소년계자도 안내하다. 몰라서도 잘 못 오니까.

계자를 다시 오라고 권하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지만

청계만큼은 특정 아이들한테 권한다. 오래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겨우 12, 여름과 겨울 두 차례, 그러나 질감으로는 며칠은 될.

자신이 보낸 학기를 점검하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172계자 7학년들을 보면서 느낀 게 7학년들이 하는 일이 되게 많아졌다.

산행 준비에도 참여하고 가방도 멘다. 7학년 때는 저런 대접 못 받은 것 같아서 살짝, 아주 살짝, 삐졌습니다

(...) 지율이가 나를 쫄쫄 따라다니면서 새끼일꾼 꿀팁을 물어봤다.

자기는 새끼일꾼이 되면 엄청 열심히 할 거라고 한다. 2년 후 포스트 임채성의 등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채성 형님)

채성이가 한데모임을 위해 지율에게 예동(예쁜 동그라미)을 만들라는 숙제를 주고 다른 일을 보고 왔더니

무려 아이들을 찢고 있더라고, 감동이더라고.

떠드는 아이들 사이를, 샘들 한 명 없는데도 그리 만들더란다.

보고 배운다!

그래서 바로 걸어야 하는 우리 어른들이고, 그래서 모든 어른은 교사인 거라.

그래서도 우리(계자에 모인 샘들)는 괜찮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샘들 하루재기’.

본래 아이들과 잘 맞지 않고, 놀아주기 어렵다 생각한 나였는데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동안 우리들 간 쌓였던 정을 떠올리게했다는 현진샘은

아이들과 또 만나기 위해 부끄럼 없기 위해 겨울까지 또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키워? 아이들이 또 우리를 키우네!

오늘밤은 샘들도 마음을 좀 놓고 편안히 밤참을 먹으며 천천히 하는 하루재기.

어제는 현철샘이 족발을 해다 주었고,

오늘은 지성네서 온 남은 떡볶이와 납작만두를 구워냈다.

휘향샘이 들어오며 실어왔던 과자류도.

샘들은, 아이들에게 묻혀가지 않으려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그리 챙겨서들 온다.

물꼬 사람들, 참 괜찮다!

 

새벽 3,

달골에 접근하기 위해 길에 널린 돌들을 한밤에 현철샘이 치우고 떠나다.

마지막 구간은 오르지 못하고 그 아랫집에서 차를 돌렸다고.

산판을 하며 길이 가파르게 난 곳이 물길이 되어

달골 주차장 마지막 작은 다리 수로가 돌과 흙으로 막혀 그 위로 물 넘쳐흐르고

바위며 돌 널렸고, 시멘트 도로가 가장자리 떨어져나갔다고.

인재다. 곳곳에 산판을 너무 많이 허가해주더라니.

물한 골짝 여러 곳이 이럴 것이니

달골까지 면의 굴착기가 오자면 더딜 수도 있을 거라.

계자가 끝나고도 며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아직 우리에게는 하루가 남았다.

내일 흐름 확인하고 잠자리로.

긴장을 놓는 순간 뭔 일이 나더라.

마지막까지 영차!


(샘들도 몰랐겠지. 오늘 우리의 비옷은 딱 그 숫자만큼이었다, 나를 빼고.

나는 차로 이동한 시간도 있었으니 젖어도 되었던.

이런 순간순간의 절묘함과 기적이 얼마나 흔한 물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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