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왕산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길은 동의보감촌 한방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출발.

짧은 만큼 오르막이 다소 험하긴 하나.

3.92km에 채 두 시간도 안 돼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한방자연휴양림 주차장-여우재-정상-여우재-주차장)

오늘 그 길로 간 건 아니고,

 

이른 아침 달골 명상정원 시작되는 '느티나무 동그라미' 둘레 풀을 뽑고 길을 나서다.

계자 끝나기를 기다려 도시의 치과를 다녀오려 했으나 오늘 진료가 없다 하기 내일로 미루고

나선 걸음으로 가벼운 산오름을 다녀오기로.

아직 계자 후속 일들이 있지만, 보름 정도 느긋하게 움직이게 될 것이다.

산청 금서면 화계리 () 구형왕릉’(구형왕릉으로 전해진다)에서 출발,

유의태 약수터-왕산으로 이어질 길.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화계리에 있는 덕양전에 들렀다

남쪽으로 1km 떨어진 왕산 북쪽 골짜기에 구형왕릉까지 걸을 수도.

덕양전은 가락국 마지막 10대 왕인 구형왕 내외를 봉안한 사당.

규모로도 높이나 민가 돌담 같아 그 곁을 걷는 재미가 좋다.

구형왕릉의 돌담도 이와 비슷하니 아마도 같은 시기 쌓았음 직.

 

480여 년 가락국 역사에 왕이 열이었다는 건 아마도 누락이 있지 않을지.

신라에 항복하고 비운의 맘으로

구령왕릉 남쪽 왕산사 자리에 있었다는 수로왕의 별궁 수정궁에서

5년을 머물고 세상을 떠났다는데,

그래서 흙무덤 말고 돌아 쌓아달라며 짓누르는 돌로 자신의 죄업을 졌는지도.

어쩌면 그는 훗날을 도모하러 연대를 꿈꾸며 백제 가까운 그곳으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구형왕릉은 앞에 주차장을 만드는지 굴착기가 세워져 있고, 공사 중이라는 안내문.

5시의 늦은 걸음 덕에 들어갈 수 있었네.

가파른 경사지에 있는 돌무데기는, 신비했다.

그 규모로 보자면 왕릉이라기보다 돌탑일수도.

언젠가 발굴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진위가 가려질 테지.

어쩌면 지자체 혹은 후손들이 그저 그 전설을 해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둠직도.

구형왕릉이 맞소, 하고.

돌탑 중간쯤 네모난 구멍이 있기는 한데,

왕의 무덤이라면 부장품이 들어있지 않을지...

능을 끼고 위로 오르자니 가지 말라는 안내문 있어

돌담을 넘어 밖으로 가려다 뱀을 밟을 뻔.

돌아서 문으로 나가 돌담을 따라 올랐네.

골짝이 깊었다. 골을 타는 바람이 매우 컸다.

내려와 제실을 기웃거리고 돌다리(홍예다리)를 건너오다 한가운데 앉아

수로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맞다.

잘 정비한 수로로 내려서서 발을 담그기도.

평소에도 사람들이 그리 많을 성 싶지 않지만

그야말로 아무도 없는 산을 차지해서 더없이 또 좋았던 여름 한 때.

 

길에서 구형왕릉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는

유의태 약수터가 2km라는 나무 안내판이 있는데(다른 기록에는 1km라고).

유의태는 허준의 스승이 맞는가?

드라마를 비롯 지자체며 그리 말하고 있지만

허준 시기 100년 뒤 숙종 때 어의가 된 유이태라는 명의가 있었다는데,

그가 유의태가 아닌지.

그의 외가가 산청 생초면, 거기서 의술을 펼쳤다 하니.

이 역시 자자체며 이를 홍보수단 삼은 이들이 더 이상 진실은 알 바 아닌 듯.

 

왕산을 오르자마자 서쪽으로 겹겹이 둘러친 산들이 내려다보이고,

서산으로 기울며 붉게 타는 해를 만난다.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다시 얼마를 지나

포장된 길에서 왼편으로 갈라진, 유의태 약수터로 오르는 300여 미터의 산길이 호젓하다.

돌계단을 놓기도 하고 흙길도 이어지는데,

걷기 아주 좋다.

들어서며 왼편으로 부도들이 있는 걸로 보아 절터가 틀림없는 듯하고,

좀 더 들어가다가 오른편으로 왕산사지가 있다.

궁 자리로 또 절 자리로 좁다 싶지만

2천년 세월의 자연의 변화를 어찌 알꼬.

 

약수터에서 왕산 정상까지 2.9km.

산오름을 원치 않는다면,

유의태 약수터로 갈라지는 길을 300미터 다시 내려와

오던 포장로를 내처 걷는 것도 좋다.

거기서 다시 갈림길을 만나는데, 화계리로 가는 길과 한방촌으로 가는 길.

멀리 아래로 금서면 화계리와 함양군 유림면이 내려다보인다.

들에 넓게 흐르는 강이 아마도 경호강?

함양 읍내에서 밥을 먹고 늦은 밤길을 돌아왔네.

 

 

아침에 길을 나서면서 면소재지 들러 예취기를 고치고,

도마령을 넘어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에 들렸더랬다.

최근 물꼬의 학교터 관련해서도 산림과에서 진행하는 일들에 관심이 많은 바.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은 산림청에서 영동군 지자체로 이관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새로 정비하여 내년부터 개방하고자 한다는데,

현재 숙소 예약은 안 되고 있었지만

치유센터(치유사 3인 상근)를 통해 묵고자 하는 이들이 묵을 수는 있다 했다.

둘러보니 몇 개의 숙소 접근로가 무리하게 길을 내고 있던데,

앞으로 어찌 운행될지 방향이 궁금하였더라.

치유사는 해마다 계약직으로 2월에 공지하여 채용하고 있다 한다.

지금은 위탁운영인데 곧 직영으로 갈 수도.

 

말로만 듣던 인산가를 휘리릭 둘러보고,

동의보감촌은, 사람 많은 곳은 웬만하면 피하는지라(이즈음은 많지도 않더라) 요새 세상에 그러하구나 정도로 찍고 나오다.

포르투갈 푸니쿨라 같은, 짧긴 하나 엘리베이터가 재밌어 두 차례를 타긴 했네,

타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그리고 왕산으로 들어갔다 나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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