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는 흙냄새에만도 앉는 것만 같다.

햇발동 데크에 있는 화분들에도 풀씨 날아와 꽃들인 양 키를 높였고,

화초들이 상하지 않게 조심조심 풀들을 뽑아주었다.

안개에서 마을을 건져야 하는 여러 날의 아침이었다.

오늘 아침도 안개에 잠겨 마을이 보이지 않았다.

해가 나오기도 전인데 벌써 땀깨나 났다.

오늘도 더위가 만만찮은 하루이겠다.

 

아침 6시 삼거리밭에 모였다.

현철샘이 엊저녁 골 타는 기계를 빌려와 트럭에 실어 들어왔더랬다.

샘네는 공장을 짓는 현장이 평탄 작업을 마친 뒤 비 소식에 이번 주 일을 쉬고 있었다.

학교아저씨가 엊그제 예취기를 돌린 곳에

농기계를 밀고 들어갔다.

풀뿌리가 말려 자꾸 시동이 꺼졌다. 그때문인 줄 알았다.

어라, 또 꺼지고, 또 꺼지고.

일도 못하고 기계만 고장을 내는 것 아닌가 갸우뚱거리다

아하, 알았네. 연료 문제였더란다. 기름을 제대로 넣지 않았던.

두둑을 여섯 만들고, 검은 비닐을 쳤다. 그러지 않으면 도저히 풀을 감당 못하겠다 하고.

내내 뭐라도 해먹어오던 밭이면 풀을 뽑아가며 한다지만

오래 묵힌 밭이었고,

지난 6월 트랙터로 한 번 갈아주었지만

콩을 심고 돌보지 못했던 밭이었다.

콩은 새들이 쪼아 먹은 속에 살아남은 것이 더러 있기도 했지만

고라니들 와서 쏙쏙 빼먹고,

남은 것 얼마쯤은 그예 풀이 잡아먹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는 계자에 몰입.

다시 일부 풀을 베고 가을 농사를 하게 된 지금이라.

두둑에 배추 모종을 심고, 무씨를 뿌리고, 쪽파 씨를 놓았다.

 

트럭이 들어온 김에 삼거리집의 부서진 평상이며 쌓였던 대나무들을 실어와.

운동장 한가운데 부리다.

조금씩 태우기로. 잘라서 아궁이에 쓰기에는 일이 더 많겠다 하고.

오후에는 비라도 내릴 기세의 하늘,

젖으면 또 말려 태워야하니 곧 불 놓다.

해 없어도 뜨거운 날, 마른 것들이 타는 열기가 대단도 하였네.

역시 트럭 있어 도서관 의자 여섯도 구두목골 작업실로 옮기다.

목공 강의도 그곳에서 가능하도록.

 

오후에는 두둑 둘레 망을 치다.

고춧대로 기둥을 세우고 모기장이며 그늘막 조각들을 둘러치다. 고라니를 막고저.

이미 콩농사에서 그들의 위력을 보았던 바.

거둘 농사라면 해야 했다.

밭의 나머지 곳들엔 메밀을 뿌려 꽃이라도 보자 하지만

아마도 풀 때문에 따로 또 밭을 갈고 흙을 고르지 않는 한 어려우리라.

그래도 풀 베고 씨를 뿌려는 보겠다.

 

가마솥방 선풍기 아래서 땀을 식히며

실로 팔찌 하나 또 엮었네.

이제 포도잼을 만들어야지.

맛이 좀 떨어진 다섯 송이로 가볍게.

껍질과 씨를 제거하는 게 일이라 다른 잼보다 늘 다소 부담스런 작업이더니

아하, 오늘은 방법을 달리 해보았더니 이건 정말 일도 아니었네.

포도를 알알이 따서 식초에 담갔다 씻고,

포도주 담글 때처럼 으깨다.

껍질을 손으로 꼭 짜서 버리다.

껍질이 얼마쯤 있기도 했지만 씨를 거를 때 같이 걸릴 테니 봐 주기로.

알맹이와 씨를 10여 분 끓이다.

체로 받쳐내 설탕 넣고 다시 10여 분.

찬물에 떨어뜨려보니 퍼지지 않는다.

이 지점, 잼을 만들 때마다 꼭 여기서 조금 더 불 위에 두게 되는데

오늘은 딱 멈췄네. 지금 이 정도 묽어야 식으며 굳으니 먹기 좋을.

당장 빵을 구워 모두 모여 먹고 보니

작은 유리병도 다 차지를 못하였네.

 

그래도 어디 좀 보내려고.

계자 때마다 들어오며 일 하나 덜어주시는 한 댁에 인사를 하려 블루베리잼도 챙겨놓았던 터.

그래도 그것들만 보내기는...

해서 서리태 골라놓은 한 줌도 같이 싼다.

낼 우체국에 나갈 참.

 

낮기온 34. 구름 잔뜩 껴 있었지만 움직이면 땀이 줄줄 흘렀다...

 

그리고 그대에게.

존재를 확장하는 증오란 없다, 는 문장을 읽었다.

증오라는 감정이 그런 것이다. 우리 존재를 작게 만든다.

그대의 증오를 이해한다.

그 이해는 내게 있었던 증오의 날들이 도움이 되었다.

우리, 우리의 감정을 낭비하지 말자.

더 아름다운 것에, 더 멋진 것에 쏟기로.

그대의 증오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상대의 행동 때문이라면

똥이 무서워 피하든, 아니면 적으로 그와 싸울지를 결정하면 될.

그런데 만약 그것이 타인이 지닌 재능 혹은 그 비슷한 것들에 대한 질투 때문이라면

우리의 결핍에 초점을 맞추자.

그 결핍을 채우든, 그냥 인정하든.

, 때로 그것이 사실은 나를 반영한, 내가 가진 내 보기 싫은 면이 투영된 그의 모습이라면,

, 나를 보자, 그가 아니라.

그 나를 이해하거나, 그래서 받아들이거나,

내게 있는 그의 모습 즉 내 모습을 똑바르게 보기.

결국 나를 바꾸는 게 쉬울 수도.

우리의 에너지를 아름다운 일에 쓰자고 제안하는 밤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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