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신비한 삶이여!

저녁 버스가 떠나자 비가 쏟아졌다, 참았던 울음처럼.

고맙다, 하늘.


연어의 날 이튿날.

어머니 뱃속 아이에서부터 아흔 어르신까지 연어가 되어 돌아왔다.

오기로 하였으나 못 오신 분들 자리로 문득 걸음하신 분들을 더하니

정말 그 수가 여든여덟(팔팔하게 88명으로 마감했던) 계획했던 숫자라니.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가객 승엽샘, 사회를 맡았던 저온샘,

밥바라지로 움직인 선정샘 인교샘 점주샘,

물꼬의 후원자 논두렁들 상찬샘 주훈샘 병선샘 성순샘 광조샘 현우샘 유설샘 미루샘 용샘 혜정샘 윤실샘 영진샘 미자샘 기락샘,

장승을 깎으며 행사를 열어준 영욱샘,

물꼬의 든든한 배경 품앗이샘들 기표샘 화목샘 진주샘 재훈샘 수연샘 여진샘 윤지샘 현택샘 경민샘 민혜샘 소연샘 예경샘 예지샘

인영샘 인화샘 세훈샘 하다샘 윤희샘, 미국에서 온 진현샘,

바쁜 학기 중에 새끼일꾼들을 대표하여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재용형님 다은형님, 윤호형님,

물꼬 아이들 여원 정은 도은 건호 결 채성 서윤 인서 수범 성빈 세현 승원 윤수 유주 소울 소윤 소미 현준 윤진,

이웃들 법화스님, 청정심, 박영우님과 사모님, 권순문님과 사모님, 수업샘,

캐나다에서 걸음한 기표샘의 부모님 두 분, 채성의 부모님,

물꼬 새내기들 동희샘 수진샘 진화샘 동우샘 달한샘 민정샘 민재샘 승훈,

미리 들어와 행사를 같이 준비해주고 먼저 떠난 정환샘,

한결같이 물꼬를 지키는 학교아저씨,

그리고 연어의 날 밑돌이었던 아리샘 서현샘 연규샘 휘령샘 그리고 나.


걸음 하신 분들만이 또 다였을까.

갑자기 찾아온 사위 대접에 한아름 블루베리만 챙겨 보내신 진수샘,

가뭄에 정신없이 농사에 바빠 깜빡 하고 있던 광평농장 식구들, 해마다 시잔치에 함께하신,

잔디며 아침뜨樂 일에 손 이어가고 계신 준한샘,

이웃 농사꾼 두엇과 다친 손으로 고통이 커서 자두며 바리바리 쌓아만 두었던 장순샘,

오랜 논두렁 형찬이네 가족, ...


'좋은 날'이라고들 했다.

그토록 오래 애태우던 비가 내려주었다.

어제 낮 4시 운동장에서 장승깎기를 마치자 비가 시작되었고,

고래방 무대를 끝으로 밖을 나오자 비 그쳐 장작더미에 불 붙였다.

그 비로 오늘 아이들이 물꼬 수영장에서 첨벙거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이 저녁버스를 타고 나가자

멀리서 우르릉 대기만 하던 하늘이 다시 참았던 비를 토한.

참으로 절묘하다는 물꼬의 하늘이었으니.


아침 8시 고래방에서 하루를 열었다.

전통수련 기본동작과 대배 백배 그리고 명상으로 해건지기를 했다.

날밤을 새다시피하고 누가 나올 수 있으려나 싶더니

품앗이샘들이며 새내기 민정샘까지 꽤 자리를 메웠다.

아무쪼록 다음 걸음에 힘이 되시라.


9시 아침 때건지기 뒤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올라 아고라에 모여 물꼬가 전하는 생각이 있었다,

‘날마다’ ‘그냥’ 해나가는 것이 불러온 결과들에 대해,

그렇게 같이 어깨겯고 내 삶도 우리 삶을 쌓아가자고!

달못을 한 바퀴 돌아 미궁으로 올라갔다.

연어의 날을 준비하러 미리 왔던 샘들이 미로의 절반을 뽑아둔 풀,

이 많은 이들이 스물만 뽑아도 그게 얼마랴, 해보자 했다.

그야말로 ‘달겨들어’ 뽑았네.

진화샘은 마지막까지 매달려 있더라는.

“와, 이것 좀 보세요.”

뽑기 전과 뽑은 후의 사진을 비교하느라고 모두 바빴다.

사람 입이 무섭고 사람 손이 무섭나니.

내려오다 달골 계곡 물꼬 수영장에서 물놀이 한바탕.

돌아와 낮밥을 먹은 뒤 남은 이들이 모두 모여 갈무리모임을 하였네.

교원대샘들이 마지막까지 정리를 돕고 떠났다.


먼 길 한달음에 달려와 준 모다 고맙다.

손님 아닌 이가 없었고, 주인 아닌 이가 또한 없었다.

같이 준비했고 함께 누렸다.

사람이 모이면 먹는 게 제일 큰일,

그 일을 해준 점주샘 선정샘 인교샘, 고마움 더 크다.


“계신 곳에서 뜨겁게 살다 다시 연어의 날에 뵙겠습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기로.

 물꼬는 또 다음 걸음을 뚜벅뚜벅 걷습니다,

 세상 끝 날까지 지극하게!”

(또 연어의 날을 할 건갑다...)


가고서야 보이는 것들.

왔던 이들 중심이라 공간이 익숙치 않았을 처음 걸음 한 이들에게 충분히 안내하지 못했다.

안내데스크에서 잠자리며 공간설명이며 전체흐름이며 설명했어야.

무대를 마치며라도 했어야거늘 챙기지 못했다.

안내장 혹은 안내지도 혹은 시간 흐름을 담은 훑어내림 하나 써 붙이지 못했다.

불친절했던.

청소는 또 어땠나, 얼마나들 일 많아 그러했을까 미안하고 짠했다.

모둠방에 들어가니 정작 선반 청소가 덜 된.

물건들을 몰아넣은 곳 바닥은 손도 못간.


봤으니 남은 일이네.

달골 아침뜨락 공간 팻말들, 급히 썼던 것들 고쳐 쓰고 박아야겠다.

햇발동 아래위층 욕실 하지 못한 배수구 청소도 하러 가야지.

나와 있던 물건들 다시 들이고,

빨래통에 쓰고 담긴 옷이며 수건들도 빨고,

이불들도 각 맞춰 가지런히 정리해야겠네.


이런 것을 일상이라고 하지.

삶터로 돌아가시는 걸음들 앞에 또한 그 일상 있으리.

부디 가뿐하시라, 평안하시라.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물꼬의 벗님들!”


그나저나 이 '잘난' 물꼬 일 한다고

늘 사랑하는 이들을 힘들게도 하는.

아끼는 이들을 너무 힘겹게 않기로 결심은 해본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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