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던지는 물폭탄이었다, 새벽. 다행

아침 해건지기를 한 뒤 요기를 하고 뜨樂 미궁 풀을 뽑았고, 표도 안 난다,

그러나 한 건 어떤 식으로든 남는다, 산마을 낡고 너른 살림을 살아보면 더 잘 아는.

내려와서는 학교 마당 건너 전나무 사이 새 룽따를 걸었다.

그러는 사이 아침에 들어오기로 한 샘들이 닿았다; 점주샘, 선정샘, 서현샘, 하다샘.

열쯤이면 좋겠다던 모임이더니 정말 열이 하게 된.

 

달골 꽃밭에서 민트도 따내려와 떼오 오랑주도 내고, 연꽃차도 내놓았다.

“작전회의부터 하자.”

오늘은 우리들의 수행도 있지만 방송 촬영도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 봐서 촬영만을 위한 활동이기 쉽던데

어렵게 낸 시간, 연어의 날도 다녀들 갔으니 불과 얼마 안 되고 모인 시간.

게다 연어의 날 밑돌들은 서울에서 평가회까지 또 있었더랬으니,

알차게 마음결 고르고 가면 좋으리.

 

점심 전엔 아래 학교에서, 하오엔 달골에서 카메라가 따라다니기로 하고,

그들을 보낸 뒤 저녁상을 물리고 실타래를 잇기로 한다.

해건지기, 명상춤, 실타래 1(숙제검사: 각자 준비한 이야기 나눔)을 하고

여름날이면 우리 잔치에 함께하는 월남쌈을 같이 준비하고

늦은 낮밥으로 먹다.

 

비는 내리고 긋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촬영감독은 밖을 보며 계속 걱정이었다.

“지금 비가 안 올 때 바깥활동을 해야지 않을까요...”

“있어보셔요.”

되는대로 하자는 생각.

우리 움직일 때 되면 비 안 올 거다 큰소리치지만

그건 하늘을 알아서가 아니라

비가 오든 해가 뜨든 그 상황을 최상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왜? 여긴 우리 영역이니까.

“와, 진짜 비가 멈췄네요.”

 

뜨樂에 들어 아고라 풀을 뽑았다.

피우려 해도 피지 않는 불이 산불이 되듯

키우려 해도 쉽지 않은 농작물이 잡초 앞에 말을 잃듯

연어의 날을 앞두고 그리 맨질했던 공간이 어느새 무성해져 있었던.

사람 손 참 무섭지, 모두 덤벼들듯 움직이고 나니 또 말꿈해진 얼굴 같은 아고라.

 

창고동으로 들어가 낮시간을 닫았다; 다담(茶談)

(그러고 보니 ‘담’이란 말에 불이 활활 붙은 모양새. 아하, 그렇겠구나.)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홀로 있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어깨동무하는 시간도 필요하구나,

그것도 생각이나 결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샘들이 카메라 앞에서 물꼬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이 공간을 아끼고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지를 읽다.

그런 소중한 곳이었구나, 여기.

 

그런데, 물꼬의 오랜 걸음인데도 선정샘은 이번에 처음 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그랬을 게다. 늘 우리들의 밥바라지로 주로 움직였으니.

미안하고, 고맙고, 그 마음을 다 찾지 못할 말들이다.

그래서 또 보기로, 그래서 당신으로 우리가 누렸던 것들 당신도 누리시기로.

 

실타래 2. 밤, 점주샘이 진행하는 집단상담이 있었다.

내 삶에서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이 가진 핵심감정이 무엇인가,

그것이 어떤 장점으로 한편 어떤 단점을 내게 만들었던가.

60 노인이 평생 자신의 단점을 버리려 애썼더니 장점도 사라졌다는 얘기처럼

단점은 다른 면으로 장점을 만들어왔기도 했을.

그래서 마지막은 그에게 들려주는 칭찬.

그걸 받거나 말거나는 자신의 몫.

 

그리고 夜단법석.

우리는 서로를 향해 해라(do) 해라고 했고,

살아라 살아라고 응원했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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