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여기저기 나왔던 나무들을 잘라 땔감을 준비하고 있다.

일정은 있으나 없으나 얼지 않게 본관 보일러 불을 지펴얄 것이고,

어른의 학교만 돌아갈 내년 학년도라 하여도

학교를 꾸려가는 기본 경제시스템은 여전히 필요할 테지.

최소한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구조는 있어야 할 거란 이야기이다.


날짜도 모르고 요일 개념도 없고... 단 하나 날씨는 잘 챙긴다...

바쁜 나날을 누가 그리 말했더라.

그렇다. 이곳도.

제주도 건축현장에서 일하던 민수샘이 SOS에 응답하느라 뭍으로 넘어왔다.

willing house를 짓는 과정에 함께하기로 했으나 그만 일정이 얽혀

마감 때만 손을 보태기로 했던 바

그것마저 날이 훅훅 지나.

하지만 지금이라도.

23일부터 연말까지는 짬을 낼 수 있겠다 했다.

원석샘도 다시 걸음 해 사흘 손을 또 보태기로도.

그래서 우리는 달골 현장 작업을 27일까지 최대한 하기로.

“성탄 기념 작업이네. 여기가 맨날 그렇지 뭐.

애 학교 안 다닐 때도 어린이날 기념 사과잼 만들기, 5.18 기념 대청소하기 그러더니...”

적어도 사나흘 말미는 두어야 뒷정리하고 출국할 짐 싸지,

한 달은 남겨야 한다던 출국 준비가 겨우 이리 사나흘로 좁혀졌음이라.


집짓는 현장은 어느 구석 하나 매듭지어진 것이 없다.

경첩이 제대로 붙어있지 않아 자꾸 처지는 현관문은

문짝 구석도 깨져 장식을 박아주기로 하였으나 그대로,

베란다 유리문도 작은 금이,

굴삭기 들어와 깬 벽체,

문틀도 석고보드랑 잘 맞잡지 못해 몰딩을 해줘야지,

2층 누마루는 둘째 치고 다락 벽체도 없고, 계단 난간도 없고,

세탁실이며 창고며 네 개의 문은 고사하고 싱크대도, 욕실 세면대도 없고,

부엌 후향 구멍도 없고, ...


“옥샘, 어디까지 해놓고 싶으세요? 우선순위부터!”

“최소한 먹고 자고 씻을 수 있게. (바르셀로나)다녀와서도 집짓는 일이 메인이 아니도록!”

페인트 작업이 어제에 이어 바닥칠을 하는 동안

민수샘 무산샘과 머리 맞대고 작업 분량을 정하고,

어찌 할지 논의한 뒤 자재를 사러 나가다(놓을 곳은 놓고 할 수 있는 곳은 할 게다).

이곳은 뭐든 필요한 것을 구하는 길이 멀다.

민수샘이 들어오기 전 저녁을 사주었다.

“밥 사 줘, 시간 내 줘, 일해 줘, ...

기락샘이 맨날 그러던데, 친구 잘 못 둔 죄로...”

무엇이 있어 변방 이 골짝으로 찾아들 들어 손발을 이리 보태는가,

마음 시리게 고마운!

물꼬의 기적은 그렇게 이어져 왔더라.


여느 해의 오늘(성탄 즈음의 주말)이라면

새끼일꾼 포함 중고생 청소년들이 계자를 하는 중이었을.

안식년이라고 그 일정이 없어도

청소년기를 보내며 물꼬가 힘이었다는, 대입을 끝낸 수험생들과

대해리가 그리웠던 새끼일꾼들과

물꼬가 보고팠던 샘들이 모이려고 도모도 했던 바,

아무래도 이곳 사정이 여의치 않네, 통문을 돌려야 했던.

막상 오늘에 있으니, 마음 퍽퍽한.

하지만, “물꼬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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