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16.나무날. 맑음

조회 수 542 추천 수 0 2020.06.15 23:27:59


 

‘4.16’ 6주기.

나는 올해도 이 하루를 살았다.

 

지난 9일 중3, 3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그로부터 1주일 뒤인 오늘은 초4~6, 1~2, 1~2년이 온라인 개학을 했다.

20일부터는 초1~3년 개학으로

모든 학년이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

또 다른 변수가 생긴다 해도 온라인개학 진행에는 무리가 없을 것.

등교개학은 아직 모를 일.

 

OO이가 아주 작은 하이얀 꽃들이 모여 붙은 꽃대를 꺾어왔다.

말이 꽃대지 2센티미터 겨우 넘는.

냉이꽃이다!”

아버지랑 오빠랑 산길을 걷다가 내게 준다고 가져왔다.

분교 한 교사의 아이로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3월에 초등 입학식을 했을 테다.

온라인개학이 시작된 학교에는 아이들 등교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긴급돌봄교실에 아이들이 있고,

갑자기 돌봄이 필요해진 교직원 자녀가 오는 일도 있다.

오누이가 아버지를 기다리며 운동장의 정글짐에서 놀 적 그들을 기웃거렸고,

OO이랑은 잠시 땅에 자잘자잘하게 붙은 들꽃 몇 가지 같이 들여다보았더랬다.

노란 술에 보랏빛 꽃마리며 목이 긴 봄맞이꽃이며 노오란 꽃다지를 같이 보았다.

내 관심을 안 게다. 그리고 같이 보지 못했던 꽃을 들고 온 것.

아이들의 선물은, 우리를 꼭 배시시 웃고야 말도록 한다. 번지는 기쁨!

 

아침에 OO이는 골키퍼로 오빠는 공격수로 축구를 하는 운동장에

좇아가서 같이 공을 몇 차례 주고받으며 안면을 텄더랬다.

정글짐에 매달린 그들에게 다가가 OO에게 물었지.

혹시 저기 있는 작은 꽃들에게 관심 있을까?”

오빠가 대답을 했다.

저를 닮아서 OO이도...”

사내인 자신을 닮아 OO이도 그런 데 별 관심 없다는 말.

아이들은, 웃기다. 일단 아이들과 있는 게 가장 좋은 건 그 때문일 게다.

 

유치원 △△□□이가 방과후 강사샘과 비눗방울을 불고 있었다.

코로나 19로 학교 일정이 온라인으로 이어지기로 했지만,

그 사이에도 긴급돌봄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초등 두 아이는 한 교실에서 뚝 떨어져 앉아있다.

지난 주중, 특수학급을 쓰고 있다가 작은 교실을 하나씩 차지하는 것으로 교실을 바꾸었던.

유치원에도 두 아이가 와 있던 참.

오전에는 유치원샘이, 오후에는 방과후 강사샘이 돌본다.

비눗물을 만들어 빨대로 불었던 게 내 마지막 비눗방울 놀이였다.

세상은 한참 더 흘러 이들은 총같이 생긴 플라스틱 비눗방울기를 쏘고 있다.

두두두두두, 방방방방방, 크고 작은 방울들이 막 막 쏟아진다.

□□, 떨어져. 너는 저 쪽에서!”

돌봄샘이 2m 거리를 유지하라지만, 아이 둘이 툭 떨어져 노는 게 참 말이 안 된다.

△△가 불자 □□이가 방울들을 좇아가고,

나도 덩달아 뛰어다닌다.

△△, 나도 한 번 해봐도 돼?”

멈칫 하는 여섯 살 △△. 싫은 거다.

그때 일곱 살 □□이가 말한다,

선생님, 제가 되면 해보라고 줄게요.”

무슨 말인가 했더니, □□이 게 문제가 생겨 돌봄샘이 고치고 있었던 것.

언니는 언니다. △△보다 □□이가 한 살 많다고, 그것도 나이라고 말이다.

△△ 것도 비눗물이 아직 남았는데 잘 안 나온다.

시들해진 나도(그보다는 일자리로 돌아오는) 들어오려는데,

△△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나와요!”

아직 안 나오는데 우선 불러 세우고 본. ㅎㅎ

크고 작은 비눗방울을 터뜨리는 손에 마음의 주름이 펴진다.

 

긴급돌봄교실로 내주기도 하고

선거 투표소로 내주기도하고

오늘에야 비로소 제대로 특수학급 우리 교실을 되찾다.

주무관님 도움을 받아 교사 책상이며 장들을 제자리로 배치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하고,

교사 책상의 여러 사무기기들을 두어 샘의 도움을 받아 연결하다.

 

다음 주부터 주에 세 차례 방문수업을 갈 아이를 위해
앉은뱅이 상을 하나 확보하다.

유치원 교구들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정리하면서 나온 물건들이 있었다.

할머니와 형과 사는 그 아이네에 상이 없는 건 아니었다.

3 형도 온라인 수업 중이라 그 방에 상이 들어가 있는 것.

그래서 지난 주 쇠날 방문 상담을 갔던 날, 간 걸음에 책 좀 같이 들여다보는데

방바닥에 놓고 공부했더랬다.

사방으로 돌려가며 상을 닦고 뒤란에 잘 세워두었다.

주무관님, 이거 제가 챙겨갈 거여요!”
치우지 말라 당부해두고.

 

분교가 석면제거공사를 하면서 여러 곳에서 오래된 물건들이 치워지고 있었다.

유치원 교구 컨테이너에서 나온 물건들 가운데

몬테소리교구와 가베교구가 있었다.

잘 알지 못해서 못 쓰는 경우도 있고,

있어도 부지런해야 쓰이는.

아직 말짱했다. 만들어진 교구를 가능한 쓰지 않으려는 물꼬이나

이런 건 쓸 만하다.

챙겼다.

 

만연한 1회용품에 익어지지 않기로 다짐한다.

아무래도 아이들 등교도 늦어지고 석면제거공사를 앞두고 있는 부산함 속에

종이컵이 난무하다.

쓰면 자꾸 쓰게 된다.

코로나19로 더 그런 상황일 게다.

자리가 좀 잡힌 뒤를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부터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76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1909
6475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1909
6474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1907
6473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1905
6472 2005.10.29.흙날.맑음 / 커다란 벽난로가 오고 있지요 옥영경 2005-11-01 1905
6471 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옥영경 2007-11-19 1902
6470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02
6469 <대해리의 봄날> 여는 날, 2008. 5.11.해날. 맑으나 기온 낮고 바람 심함 옥영경 2008-05-23 1900
6468 12월 13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900
6467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1900
6466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1898
6465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1894
6464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1894
6463 125 계자 이튿날, 2008. 7.28.달날. 빗방울 아주 잠깐 지나다 옥영경 2008-08-03 1889
6462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1889
6461 2008. 3.14.쇠날. 갬 / 백두대간 6구간 가운데 '빼재~삼봉산' file 옥영경 2008-03-30 1887
6460 12월 14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886
6459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1880
6458 6월 7일, 성학이의 늦은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1 1879
6457 12월 12일 해날 찬 바람, 뿌연 하늘 옥영경 2004-12-17 187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