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23.쇠날. 구름 조금

조회 수 340 추천 수 0 2021.08.09 03:40:48


 

이른 아침이라기도 이른 시간 사이집 돌담 아래 꽃밭을 매기 시작하다.

하하, 두 시간이나 했는데 딱 엉덩이 앉은 자리 이쪽저쪽이 다다.

 

청둥호박이 좋았다.(실했다)

잘 닦고 살짝만 껍질을 벗기는 둥 마는 둥

푸른 기 담은 호박범벅을 만들었다.

식구들이 맛나했다.

여름날은 푸성귀며 밭에서 난 것들 풍성해서 그 재미가 또 좋다.

대단한 농사를 짓지 않아도.

 

교무실 인터넷이 먹통이었고,

기사가 다녀가며 마을에 들어오는 회선을 증설하는 걸로 결론은 났는데,

상황이 어찌 되는가 알려오지 않았다.

당장 해내라는 것도 아니고, 전체 상황을 알려주면 잘 기다릴 텐데,

답체 감감 무소식.

항의했더니 그제야 친절한 답변.

일이 어찌 되나는 좀 알려가면서 일하자.

그런 대기업에서도 일처리가 그래서야 어디...

인력도 많고 그걸로 밥벌이들을 하실 텐데.

 

달골 대문 기둥에도 솔라등을 달다.

그거 하나 해두면 드나들기 얼마나 좋을진대.

그곳이 어두웠던 동안

다니던 이들은 대문께 이르러 손전화나 손전등을 켰고,

새로 온 이들이 있을 땐 차의 불빛을 켜놓고

주인장이 먼저 가서 집안의 불을 켜고 사람들을 맞았다.

이제 같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값이 비싼 것도 아닌데 작은 물건 하나가 전체 상황을 얼마든지 돕는.

그거 하나 사면, 혹은 만들면, 혹은 어찌 챙기는 되는 거

그게 참 어려운.

명품이란 것도 아주 작은 차이에서 온다는디.

그 작은 차이, 그 작은 마음, 그것이 얼만큼 커다란 간극인지...

 

아침뜨락의 달못에서 나오는 물은 대나무 수로를 타고 작은 실도랑으로 흐른다.

실도랑은 뽕나무 한 그루를 감싸 안고 커다란 바위를 비키며 구불거린다.

그 뽕나무 한 가지가 죽었다.

자르는 데 이리 시간이 걸렸네.

달못 아래 둘레에서 나온 돌들을 모으고 또 모았던 무더기를

오늘 탑으로 만들려 자리를 잡았다.

한 사람은 둘레 풀을 뽑고, 한 사람은 기초를 다지고.

시작만 해두면 또 어찌 일이 될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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