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여름 청계(7.31~8.1) 갈무리글

조회 수 387 추천 수 0 2021.08.10 06:23:01


 

아래는 청계를 끝내고 남긴 갈무리 글입니다.

늘처럼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습니다(그게 아니라면 한글 프로그램이 잡아주었거나).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고치고띄워줌.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를 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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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박효빈:

내가 물꼬에 와서 내가 못했던 경험들을 할 수 있어 좋았고 수행들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좋은 형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 살아왔던 삶을 얘기하니깐 내가 많이 반성도 하면서 배울점도 많으니깐 좀더 성숙해진 마음이 들어있었고 새 출발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꼬에 오면 배울점도 많고 장점도 많지만 집가고 싶다. .

(* “, 카페 가고 싶다!” 학교 끝나면 친구들과 날마다 카페를 간다는 효빈, 아마 가장 그리웠던 건 에어컨이었을 듯.)

 

12박우빈:

Being successful is not to explane, but prove. 말보단 실천인데...

이곳에 올 때마다 정말 신기하면서 고마운 기운이 느껴진다. 이것이 만족감인지 성취감인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뭔가 얻어간게 느껴진다. 거기서 우러나오는 그 뿌듯함과 내가 한층 더 성장한 듯한 기분은 정말 좋다. 이것이 내가 다시, 매번 물꼬에 발을 들이게 되는 원동력인 것 같다. 하지만 진짜 팩트는, 이곳의 일과 삶은 매우(?) 힘들고, 고되고, 귀찮다. 그렇지만 난 계속 오게 된다. 이와같이, 공부도 이런 경험을 통해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찾다가 문득 생각이 든게 물꼬를 처음 왔을 때처럼, 어떻게든 시작하면 원동력이란 건 그 과정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다. 시작이 반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가보자.

 

12안현진:

전날 물꼬에 가기전 이 12일을 이번년도 나의 터닝포인트로 만들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졌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부모님 덕분에 편하게 차타고 도착했고 옥쌤을 처음 마주치며 인사 전 손소독과 명부작성을 하며 잊고 있던 코로나를 또 떠올렸습니다. 인사를 하고 처음보는 사람들과 아직 도착 못한 사람을 기다리며 멍하니 기다렸습니다. 첫만남은 떨떠름했습니다. 전에 청소년계자에(얼마 전) 사람이 2명씩이었다고 해 이번에도 그러겠지하며 참가했는데 다섯명이나 있었습니다. 물꼬를 구경하고 밥 먹고 팥빙수도 먹고 그리고 오후에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청계가 처음이라 일이라는 것을 하는 줄 모르고 참가해 처음엔 당황했지만 노동이라는 개념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일이었습니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우리 사회의 노동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이미 청계를 경험했으니(물꼬가 처음인 효빈이 빼고) 이런 일들을 하는 줄 알고 있었고 또 그런 일에 자진해 참가하는 사람들이니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게 일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씻고 밥 잘먹고(무척 많이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실타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가지고 얘기를 나누는 건 줄은 알았지만 읽고 오는 것까지 더 생각하지 못해 숙제를 못했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전에 읽었던 책을 떠올려볼려했지만 한 책을 오래동안 읽고 있던 탓에(아직 읽고 있고) 떠오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숙제를 못한 걱정은 혹은 불안하거나 좋지 않은 마음,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물꼬라는 곳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되고 안정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제 이야기, 건호이야기, 효빈이 이야기, 우빈이 이야기, 윤호형 이야기 들으니 재밌었습니다. 요즘 사회에 진지한 얘기를 하면 진지충 혹은 진지해서 기피하는 그런 부분들이 큰데 이곳에서 나름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 내가 힘들었고 내가 좋았던 거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날에도 아침에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해 땀도 흘리고 기대하던 대배도 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틀 보내고 옥쌤을 보면서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옳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옥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이(옳고 그르다로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 별로 좋지 않지만 당장은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게다가 제가 아직 제가 생각하는 옳은 성품을 가지거나 행동하지 않아 이런 말할 자격이 없긴 합니다.

이틀을 계자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만들어가는 시간이라면 청계는 내가 만들어가는 느낌이라 이틀이지만 더 긴 시간이 지나간 것 같았고 또 새로운 물꼬에서의 경험을 해서 좋았습니다.

(매번 오면 반겨주시는 삼촌이 계시는데 지나면서 삼촌이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 물꼬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의 막내 삼촌이라는 인연으로 물꼬에 와서 살게 되셨는데, 그 동료는 다른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삼촌은 물꼬에 계속 남고 싶어 하셨음. 200310월부터 함께 살고 있음.)


10년 이건호:

(* "다 못 썼는데, 가서 써서 보낼게요.")


객원 이윤호:

청소년 계자는 아이들 계자 때 쓸 새끼일꾼들의 오디션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하게 품앗이가 된 나는 참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청계 1주일 전에 옥샘께서 내가 청계에 와서 객원으로 일을 도우면 좋겠다는 연락을 보내오셨다. 그렇게 얼떨결에 청소년 계자에 객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청소년 계자는 내가 막내로 낮에는 풀을 뽑고, 해가 지면 골뱅이 소면과 과자를 먹으며 밤새 노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번 멤버를 보니 위와 같은 진행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았다. 또한 이번 청계는 내가 객원으로 참여하여 사진 담당도 맡다보니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기보다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 같았다.

실타래 시간에도 여느 청계와는 달리 대부분이 이야기를 공감, 이해할 수 있었다. 학생에서 새끼일꾼이 되는 것도 매우 새로운 경험이였지만 품앗이가 되어 물꼬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일을 주도적으로 하게 되면서 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어릴 적 나는 동화 피터팬처럼 평생 철들지 않을 것 같았다. 또 안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청계를 통해 점점 스스로 일을 찾아하는 내 모습이 철드는 것 같아 낯설면서도 아쉬웠다.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직 스무 살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스워보일지 몰라도 갈무리글에 꼭 쓰고 싶었다. 이쯤 되니 날씨도 덥고 글 쓰는 일도 힘들어 그만 쓰고 싶다. 이렇게 쓸 내용이 없을 때는 옥샘 예쁘다라고 쓰라하셨다.(*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어른들이 잊은 물꼬의 많은 날들을 기억해준다. 저들 어릴 때 계자를 끝내고 갈무리글을 쓸 때 쓸 말이 없다고 하면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하곤 했더랬네.” - 옥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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