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달골 길은 길 끝자락 팬 부분이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면사무소에서 진행하는.

좋은 날들 다 두고 영하로 떨어진다는 이 때에 하는가 싶겠지만,

다른 마을 도로공사에서 남은 예산을 끌어다 하는 거라

내년으로 넘길 수도 없다고.

오늘 포장을 깨 실어내고 재포장은 쇠날로 계획하는.

믹스트럭들이 바쁜 철이라 그제야 콘크리트가 가능하다는.

오늘부터 보름은 차가 오르내리지 못할.

준한샘이 시간 맞춰 들여다보고

우리 오가는 데 쓰임이 좋은 쪽으로 시공 측과 포장 면적을 조율 좀.

 

1년 동안 차량을 맡기기로 한 서울의 품앗이샘이 있었다.

임시차고라도 있어야겠다 싶어 농기계창고 한 칸을 비웠다.

그런데 서울에 보관할 곳을 찾았단다.

덕분에 정리된 창고가 남았다.

그래도 상담내용도 있어 오기로 한 일정대로 들린다는 주말인데,

굳이 차를 가져다 두어야 하는 상황 아니라면

겨울90일수행기간이어도 식구들을 맞고, 또 그만큼 마음 쓰지 않을 그이지만,

잡혀있는 교육일정을 제외하고,

아무리 편한 이어도 난방이며 제약이 많은 이곳이라

할 얘기라면 작정하고 전화 붙들고 하기로 날과 시간을 받다.

 

햇빛이 비칠 때는 봄처럼 따듯하다가도 해가 지면 썰렁해지는 겨울 초입.

산골 영동도 그러하겠죠?

내일은 김장한 것 싸서 옥샘 얼굴 좀 보러 가고 싶은데요,

일정이 어떠실까요?

하룻밤동안에 이 편지가 영동까지 가 닿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한 선배 교사의 문자가 들어왔더랬다.

김치나 반찬 준다는 사람이 다 있다니!

늘 물꼬에서 직접 먹으려니들 하니. 감사, 감사. 눈시울이 살짝 붉어질 만치!’

지금은 김치가 풍족한 계절

김치냄장고(물꼬에는 없으니. 우린 김장김치를 땅에 묻는다.) 두셨다 오뉴월 김치 귀할 때 주십사 하였네.

우리도 김장하는 날!

마당 수돗가에서 찬물에 맨손으로 일을 해도 차지가 않았다.

 

오늘은 움직임이 멀고 길었네.

대처 나갔던 걸음이었던 지라 이른 아침 식구들 아침을 멕이고,

물꼬로 돌아오며 면소재지 일들을 보고,

달골로 들어와 길 보수공사 차량 들어오기 전에(보름 동안 차가 못 지나다닐)

내려놓을 짐들 좀 내려놓고,

물꼬 배추도 같이 키워주시는 유기농장 광평으로 달려가

50여 포기를 실었다. 무와 생강까지 챙겨주신 정환샘과 현옥샘!

하지만 아무래도 적은 감이.

(올해는 50포기만 해야지를 3년 내내 입에 달지만 70포기를 했더랬다.)

해서 마트에서 10포기를 사서 더하다.

! 김장철에 배추 한 포기가 4천원이다!

그런데 나 필요할 때 그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는 걸로 보자면

싸다고도 말할 수 있을.

“(배추가)비싸면 (김장이) 맛있다.”

집안 어르신은 그리 위로 하셨더라.

 

남도의 집안 어르신 댁으로 부지런히 달려내려와

내일 천천히 날 밝을 때 김장을 시작하자 싶었는데,

배추 부려놓은 김에 마당에서 바로 다듬고 절이기로.

날이 어찌 이리 푹하노. 바람도 한 점 없고.”

남도라 당연히 그러하겠거니 그랬는데, 밤에도 쌀쌀하지 않았다.

물꼬 날씨만 절묘한 줄 알았더니

물꼬를 떠난 물꼬 일에도 그러하다 좋았더라.

 

절여놓으니, 정말 얼마 안 되더라.

자꾸 쳐다보고 웃음이 나왔다. 허허, 정말 적으네 하고.

고작 60포기라니. 포기가 아주 굵지도 않아서 더욱.

지난 2년 코로나19의 상황은 우리 살림에도 그렇게 영향을 끼쳤네.

산골 살아서 코로나도 모르고 산다 했더라만.

마스크는 끼지 않아도 살림은 그렇게 성글었던.

자정에 한 번 뒤집으며 숨이 덜 죽은 배추 안쪽에 얼마쯤의 소금을 또 뿌렸다.

이 상태면 아침에 씻어 물을 빼면 되겠다.

 

시린 등으로 잔뜩 힘을 주고 하는 김장 말고 내년엔 아예 남도에서 해볼까,

했더니 올해 정말 일이 그리되었다.

마침 양을 아주 줄이기로 한 때라

김장도구들이 대단히 커다란 규모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여염집(학교 살림규모가 워낙 크다는 의미에서)에서 가능할.

올해는 또 이리 해보는 거라. 내년은 또 모르겠지만.

여기는 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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