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자는, 신청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이후 생각보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감염률에

부모님들 역시 쉽지 않을 신청일 것이다.

물꼬로서도 보육원을 비롯 복지시설기관엔 아직 연락을 하지 않았다.

때가 때이라 오라기도 간다기도 어려운 때,

보육을 하는 쪽에서 의지를 가지고 온다고 하지 않으면

굳이 오라 하기가 저어된다.

신청한 면면을 보니,

오래전 강의를 듣고 물꼬를 담고 있다가 아이가 자라 보내기도 하고,

물꼬의 품앗이였다가 혼례를 올리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 자란 경우도 있다.

왔던 아이의 친구가 오고,

왔던 아이 가운데도 해를 거르다 오기도.

장애를 겪는 아이도 있다. 특수아들이 결합할 수 있는 캠프가 흔치는 않을 것이다.

보낸다 하기도 쉽잖고 오라 하기도 역시 어려울 수 있을.

그래서 또 물꼬가 좋다. 신체장애아를 빼고는(공간의 열악함으로) 올 수 있으니.

또한 물꼬가 좋다, 몇 명 이하이면 취소합니다, 그런 게 없으니.

우리는 한 명의 아이를 데리고도 공지된 교육일정을 진행하니.

아직 전체 규모는 모르겠다.

그런 고민을 할 만치 신청이 그리 많지 않을 듯도 하고.

해마다 오는 아이들이 아직 신청들을 하지 않았으니

현재는 열예닐곱 정도 생각해본다.

팬데믹 아래 두 해, 세상에는 아이들이 여전히 살고

물꼬는 건너뛰는 일 없이 계자를 이어왔고, 다시 겨울이 왔다.

 

루옥하다샘과 함께 쓰기로 한 책이 있다.

출판사의 기획으로 재작년 10월에 계약했고

예정대로라면 5월 말이면 원고가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대생에게 쉽지 않은 실습의 1년이었고,

편집부에 양해를 구해 올 겨울 원고를 넘기기로 했던.

마침 의사 국시를 준비하기 전 하다샘에게 9주의 방학이 주어졌고,

내게는 겨울 계자가 있으니 4~5주 가량의 시간이 있다.

며칠 거의 합숙훈련 수준이다.

걷고 뛰고 먹고 쉬고 논의하고 각자 작업하고.

아직 쓰지는 않고 있으나 생각 다듬기의 과정.

정작 글을 쓰는 데는 시간을 그리 들이지 않아도 되리라 믿고.

 

멧골에 있으면 도시로 나와서 해야 할 일이 당연 어렵다. 거리상.

그래서 대처 나올 때면 미리 이런저런 것들을 점검하기도 한다.

달골에서 쓰는 랩탑에 마우스 문제인지 USB포터 문제인지

가끔 작동이 제때 되지 않는다.

오늘은 아들과 왕복 4km를 걸어서 서비스센터까지 가다.

도서관에 가는 길도 왕복 2km를 걷다.

겨울 도서관은 참 좋다. 일단 따듯하다.

여름도 그럴 것이다. 시원하단 말.

코로나19로 자리가 듬성듬성이라 더욱 작업실로 제격이다.

관련 책들을 한아름 안고 와 쌓아두고

쓰려는 책의 방향을 가늠해보다.


속도가 붙나 싶은데 어느새 또 저녁 밥상을 차리러 올 시간.

대처 식구들이 때때마다 밥상에 앉는 일로도 즐겁다.

여러 해 전 두 식구 쓰라고 작은 식탁과 거실 찻상을 만들어주었는데

식탁이 좁은 덕에 주요리 중심에 두어 반찬만 놓아서도 일이 수월타, 하하.

시카고 살 적 그렇게 세 식구가 먹고 살았던 날들처럼.

아침 7시가 되기 전 아침밥상을 물리고 출근하는 기락샘은

번번이 밥상 차리는 일이 힘들겠다고 하지 말라는데,

이 겨울에 이런 따순 공간에서, 그것도 멀리 있는 부엌도 아니고 바로 곁에,

따뜻한 물도 손쉽고, 등도 시리지 않는데, 무에 힘이 들 게 있는지.

일찍 일어나는 게 안타깝다지만 그 시간 일을 나서서 집안을 건사하는 이도 있는 걸.

식구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재미이기도 하지, 살림하는 이는.

먹을 게 넘치는 세상이나 물꼬에서 밥을 하는 뿌듯함도 그런 것. 

"수행하고 하는 밥이다, 이 밥 먹고 세상으로 나가 한 걸음만 걸어가 다고!"

어른의 학교로서 또한 아이들의 학교로서 그 밑절미에

우리를 둘러친 산과 들, 기꺼이 자신이 쓰이려 달려온 일꾼, 더하여 건강한 밥이 있다. 

 

오후에는 교육청에서 폐교 관리 담당자가 다녀갔다 한다.

봄가을에 있는 일정.

책방과 고래방 구석 마룻바닥이 꺼진 문제는

겨울이 지나며 협의를 하려 한다.

대체로 임차인이 고쳐가며 지내왔는데,

이건 제법 큰 규모의 공사라 아무래도 교육청에서 예산을 세우십사 요청하려.

이미 가을로 접어들면 새로 예산을 배정하기 어렵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라

겨울을 기다려왔던.

하지만 2월 말에 인사이동이 있으니 2월 초에 공문을 보내기로.

그렇다고 3월로 보내면 1학기에 공사일정을 받기 어려울 것이니.

지면으로부터 마루가 그리 높지 않은 그 바닥을 모르지 않으나

위험도가 높지 않을지라도 모르고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안전줄을 쳐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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