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9.물날. 맑음

조회 수 270 추천 수 0 2022.11.11 13:06:24


낙엽을 쓰는 일이 하루 일과 가운데 제법 긴 시간을 차지하는 이즈음.

 

낮엔 잠깐 이웃에 건너가 밥을 먹다.

밥으로 돈을 사는 식당이나 이웃사람으로 밥상을 받은.

시래기가 없다 했더랬기 우리 아직 남은 게 있어 오늘 나누다.

 

기술교육 있는 날.

오늘은 용접 잠깐.

용접봉을 ‘부드럽게대는 걸 이해하게 되었네.

보호용 마스크를 벗고 고개를 돌려가며 하는 작업도 시도.

그건 두려움을 벗어났다는 말인데,

문제는 가끔 하는 일이어 아직 몸에 붙기 어렵다는 것.

자꾸 해보는 수밖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고 간다.

최근 걸음이 뜸했던 바깥 식구 하나를 저녁에 만나다.

그가 이제 와서야 말하다.

당신은 물꼬에 손 거들어주는 정도, 사람들한테 지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자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해야 하더라고.

힘들었단다. 그랬을 테다.

2018년 바르셀로나행 1년을 기점으로 이곳은 구조가 좀 달라진.

샘들 일 좀 안 시키고 싶어.”

이제 샘들 고생 좀 덜 시키자 했고, 그리 해온 몇 해였다.

다들 제 일상이 있고, 그것을 살아내는 데만도 힘겨울 텐데

물꼬 일까지 그리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았던.

교육일정이 있을 때만 도와도 충분하고 넘치는 도움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그것을 통해 우리가 견고해지므로

일정 정도의 일만 공유하고 있었던.

대신 가까이 있는 그 샘이 거의 상주자로서 고생을 해온.

샘들 고생 안 시키겠다는 말이 샘이 고생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었다마다요!”

서운도 하고 힘도 들었을 그를 헤아리다.

더 일찍 더 많이 그를 살피지 못한 미안함도 전하다.

 

그간 그랑 일하면서 내가 가졌던 마음도 살펴보다.

품앗이샘들에 대한 생각처럼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와서 늘 너무 고생하니

교육일정 안에서도 일의 규모를 줄였다.

이곳은 와서 머무는 것만도 고생이니. 특히 한여름과 한겨울.

그런데 그 샘은 같이 작업하면서 오는 이들의 손발을 더 쓰게 할 것을 요구해왔다.

손이 필요했으니까.

그때 나는 당신 가족들은 손끝도 까딱 안하게 하면서

그가 여기 오는 친구들에게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여 불편했더랬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이런 상황이 관계가 소원한 전부는 아니겠고,

내용 역시 굴절될 수 있겠으나

대략 분위기는 그런 거였다.

결론은, 개인사에서 사업으로도 힘들었을 그의 시간을

더 헤아리고 살피지 못한 자신을 탓하다.

고맙고, 미안하다...

고마움을 잊지 말 것. 그것으로 혹여 있었을 서운함이라든지는 다 덮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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