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9.불날. 맑음

조회 수 257 추천 수 0 2023.06.13 11:10:27


07:30 땅을 파기 시작하다.

구두목골 작업실’(*) 작업 이틀째.

컨테이너 두 대를(농기구실, 목공 자재실) 사이를 벌여

지붕을 이고 목공 작업실을 만들려는 계획.

구두목골은 달골 위쪽 골짝의 옛 이름이다.

어제는

오전에 자재가 들어왔고, 오후에 경사지 위 울타리로 심은 철쭉을 패 내

사이집 서쪽 경사지로 돌아가며 옮겨 심었더랬다.

 

오늘은 기초 작업.

경사지를 이용해 기둥을 세울.

경사지 아래 주춧돌 여덟을 놓다(아직 대여섯 개 더 놓을).

바위가 있는 바람에 주춧돌 하나 덜 놓아도 되게 되었네.

주춧돌을 놓기 전에 밑에 몰탈로 채우고.

각관 수평잡고, 용접하고, 기본틀을 세우다.

경사지 기울기가 심해서 작업에 어려움이 컸더라.

 

어제 일하며 패 놓은 곳들의 잔돌을 줍다.

달골 땅은 파도 파도 줄기타고 나오는 고구마 감자처럼 돌들이 많이도 달려 나오는 땅.

작업지 둘레 허드렛땅도 두루 살피다.

이런! 새 벌통이 둘 놓였다.

다행히 아직 벌이 들진 않았다.

자리 잡으면 옮겨 달라 하기 어려울.

주인을 찾아 여러 곳에 전화를 넣고, 마침내 찾다.

오는 흙날 들어와 옮기겠다고.

마침 흙날에 올 굴착기 기사도 사전 방문.

작업 상황을 안내하다.

 

요새는 사람들에게 물꼬 오라고 잘 안한다.

놀러오고 싶다고들 하지. 예전에야 그러시지요.”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는다.

노는 건 어디 좋은 데 가서 하시라고,

물꼬는 수행하러 공부하러 일하러 오십사 한다.

여러 차례 불쑥, 그것도 사람들을 우르르 이끌고 다녀간 이가 있었다.

급기야 달골 대문 안으로도 사람 둘을 앞세우고 거리낌 없이 들어서서 온 데를 돌아다닌.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가까울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부녀회 신입회원으로 들어오셨네.

몇 차례 얼굴 보고, 같이 일하기도 했으나

옛적 이야기를 혹은 사적인 얘기들을 나눌 틈은 없었다.

어제 어버이날 행사 준비하러 오시면서 손수건을 선물하셨기

오늘 인사 넣었고, 잠시 차를 달여 같이 마셨다.

다시 만날 지점이 된.

고맙다. 그런 사람이려니 여긴 채 오래 외면하고 살았을 것을...

지금의 내가 어제의 내가 아니고,

어제의 그가 지금의 그가 아닐지라.

나는 또 삶의 모든 인연들에 대해 만들어진 생각을 흔드나니.

 

(*) 물꼬가 구두목골을 달골이라 부를 땐 옛 지명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더랬네.

작업실을 그리 칭하게 됨은

이 언저리의 옛 이름을 살리기 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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