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엄마, 엄마!”
지난 주 어느 아침에도 평상에 내린 서리를 긁어
아이는 눈사람을 만들어놓고 에미를 불렀습니다.
올해 첫 눈사람이었지요.
콩까투리며 곁에서 주워 올린 것들이
눈도 되고 입도 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이른 아침,
서리는 아이들의 좋은 찰흙이었답니다.

나무를 좀 보러 갔습니다.
이재영 할아버지댁 산에 갔지요.
윤상언 할아버지도 걸음을 같이 해주셨습니다.
나뭇짐, 겨울이면 큰 일이지요.
연탄은 필요한 만큼 재워두었고,
기름이야 연락만 하면 쉬 다녀가는데,
나무는 가을께부터 차곡차곡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요새는 화목보일러가 늘어 구하기 어렵기 더하지요.
예전 밭이었던 산기슭은
묵혀두었던 세월 동안 숲이 되었고,
필요한 만치 베다는 쓰라시는데,
길이 영...
“그래도 고맙습니다.
때다 때다 모자라면 말씀 드리고 베어낼게요.”

‘지서한훤(只敍寒暄)이라던가요.
‘날씨 이야기만 나누다’ 라는 뜻입니다.

“마을 사람 가운데 선한 자와는 반드시 가깝게 따뜻한 마음을 나눠야 한다. 선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헐뜯는 말로 그의 추한 행실을 드러내서는 안 되니, 다만 덤덤히 대하고 서로 오가지
않는다. 만약 지난 날 서로 아는 자라면, 만나서 날씨 이야기만 나누고 다른 말을 주고받진 않는다.
그러면 저절로 점차 멀어지고 미워하거나 화낼 일도 없으리라.”
; 이이의 <격몽요결> 제 9장 접인

관직을 떠난 다음해 황해도 해주 석담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쓴 것이 ‘격몽요결’입니다.
몽매함을 쳐내는 중요한 비결이란 말이지요.
모두 10장 가운데
집 밖의 마을 사람들을 대하는 예법이 9장에 실렸습니다.

“더불어 말할 만한 사람인데도 그와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게 되고, 더불어 말을 해서는
안 될 사람인데도 그와 말을 하면 실언을 하게 된다.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잃지도 않고,
또 실언을 하지 않는다.”

<논어>의 위령공편과 함께
산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지침 하나 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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