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닫는 날, 2008. 5.17.흙날. 맑음

조회 수 1862 추천 수 0 2008.05.23 18:00:00

봄날 닫는 날, 2008. 5.17.흙날. 맑음


대해리 상수원지 쪽은 길을 넓혀놓아 걷기 좋습니다.
인적도 없어 티벳길 못잖은 명상길이지요.
올해 한 번도 못 가봤는데,
이번 참에도 아이들만 보냈네요.
희중샘과 지윤형님 편에 아이들을 맡겨 보냅니다.
하다 있는 병원에 들어가면
얼마를 달골을 비우게 될지 모르니
이것저것 짐을 꾸리고 치우며 해건지기 시간을 보냈지요.
오줌도 받아주고 있다 하니
잠시 대해리 다녀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겝니다.

아이들은 아침을 먹고 짐을 꾸리고
그리고 청소를 나눠합니다,
우리가 왔을 때 누군가 우리를 위해 준비해주었듯
다음에 이 공간을 쓸 이를 위해,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기쁨으로,
그리고 나를 쓰는 기쁨으로,
무엇보다 내가 썼던 곳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모두 앉아 갈무리 글을 씁니다.
못다 한 얘기도 슬쩍 더하지요.
하다 건에 대해 당일 그 직후 말고는
말을 않아왔습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마음이 강건하며 다 견뎌낸다.
늘 하늘이 돕는 물꼬다, 참 다행이다.
좋은 경험이었다,
장난도 지나쳐 마음이 상하면 폭력이다,
몸이 상하는 것도 물론 폭력이다,
적당히 할 줄 알아야겠다,
그리고 혼자 남고 문이 잠길 때
안에 갇히든 밖에 남겨지든 마음이 크게 상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될 수 있으니 잘 살피자,
그런 얘기들이었지요.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버스에 오릅니다.
할머니도 전주로 돌아가셨지요.
“저는 여기가 좋은데...”
제 살던 곳이 나은 법입니다.
할머니는 아이들보다 더 좋아라 하셨지요.
학교에 남아있을 이들을 위해 이것저것 챙겨두고
짐을 꾸려 역으로 나갑니다.
재우네와 유나네 어머님들을 뵙고
정리하는 것이 잘 안 되는 아쉬움에 대해
(결국 ‘책임’지는 행동과 다르지 않음이겠지요),
신나게 보냈던 시간들에 대해,
그리고 작은 사고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었지요.
현진이가 서울 가는 아이들과 같은 편에 가게 되어 입석으로 올랐고,
동휘가 차에 오르기 직전 표를 잃어버려
역시 입석을 사서 기차에 태웠습니다.
알아서들 가거라 하였지요.
4학년이 넘는 무리들이니 어떻게든 갈 테지요.

아이들이 갔습니다.
늘 그렇지만,
아이들이 있어 고마웠고, 보내준 부모님들이 고마웠고,
도와준 하늘이 고마웠습니다.
좋데요, 참 좋데요.
6월에도 한 주 만들어달라던 재원이네를 비롯한 몇 분들의 간곡한 부탁 아니어도
슬슬 마음이 그리 기웁니다요.

다음은 아이들이 남긴 글입니다.
언제나처럼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아이들 글 그대로 옮기고
의미 전달을 위해 띄어쓰기는 고쳤습니다.
아이들이 제(자기) 글에서 쓴 줄임표는 ‘......’로 표기했고
제가 옮기며 줄임이나 생략을 위해선 ‘...’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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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지인:
나는 지금까지 캠프로는 10번 정도 왔는데 봄에 온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올 때 기차 안에서는 되게 두근두근거렸는데 막상 오니까 남자 애들은 개구리를 잡고 놀아서 싫었다. 하지만 그래도 물날 밤에 놀러 오라고 했을 때 감동 먹었다.
또 불날에는 대금 독주회를 보려고 영동 어딘가에 다녀왔다.
그리고 어제는 장작놀이를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국선도 수련장에서는 아침마다 하는 국선도를 했다.
그래도 난 여름, 겨울보다도 봄이 더 좋다. 왜냐하면 아이들 수가 적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이 너무 많으면 빨리 어울리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외식 때는 짜장면을 먹었는데 서울꺼보다는 맛이 별로였다.
올해 옥샘이 연세가 61세인데도 정말 젊어 보이시고 노래도 잘하신다.
난 밤낚시를 못 가서 아쉬었지만 수영장이라도 가서 좋았다.
여름에 3번 다 있고 싶은데 엄마가 허락해줄지 걱정된다.
난 여기가 그냥 우리학교보다도 좋은 것 같다.(하지만 우리 집보다는 아님.)

4년 현진:
처음에 계자와 다른 안내를 받고 맛있게 삼겹살을 먹었다. 그리고 달골로 가는 길을 타서 햇발동 옆에 있는 창고동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재미있게 하다 잤다...
...빛그림 스쿨버스를 보았고 점심 때건지기를 하고 노는데 하다가 다쳐서 그것을 목격한 사람(유나, 나, 윤준이 형)은 다 울었다...
...화요일에는 밤에 짜장면 곱빼기 먹고 대금독주회 때 김정훈이란 분(대금분 분)께 싸인까지 받았다...
...나무날에 해건지기, 밥 먹고, 손풀기하고, 인형극도 보았다. 희중샘이 인형극 조명을 밝혔다. 그리고 수영장 가서 재미있게 놀고, 사우나도 가서 10분 동안 앉아있었다.
...쇠날에는 해건지기, 밥, 손풀고, 외대에서 온 누나들과 같이 산더덕을 캤다. 처음에 못 캐가지고 안절부절 못했는데 옆 구석에 보니 산더덕이 있어서 외대 샘 한 분이랑 같이 캐서 8개나 캤다....

4년 재우:
내가 물꼬학교에 갔다. 끼리낄낄도 했고 우리말글, 역사, 밥, 일하기, 더덕캐기, 보글보글, 한껏맘껐, 빛그림, 손풀기, 해건지기, 외식, 국선도수련장도 갔다. 내가 ‘재일 재미’있는 것은 장작놀이다. 지금은 집에 간다. 수영도 했다. 재미있었다.
끼리낄낄시간에 많이 놀았고 우리말글 시간엔 백과사전을 많들었고 역사시간엔 교려왕을 배웠고 스스로공부시간에는 책을 읽었고 밤낙시 대신 수영장을 갔다. 외식은 짜장면. 내가 재일 재밋게 본 게 영화이다. 재미있었다.

4년 동휘:
이번은 다른 때에 물꼬에 온 것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먼저 달날에 하다가 다친 것이 참 유감스럽고 무서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빈다.
불날에는 국화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는 외부에서 오신 선생님께 꽃 그리는 법을 배웠다. 국화시간이 끝난 후 우리는 시내에서 짜장면을 먹고 대금 독주회에 갔는데 참 환상적인 연주였다.
물날에는 매일 아침마다 수련한 국선도를 국선도 수련장에 가서 하였는데 국선도를 함으로써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나무날에는 수영장에서 가서 신나게 놀았고 외대 학생들이 와서 우리들의 생활을 사진에 담았다. 쇠날에는 산에 가서 산더덕을 캔 후 풍물놀이와 판소리를 했다. 그후 희중샘이 와서 실컷 놀았다. 재미있는 1주일이었던 것 같다.

4년 유나:
난 2번 왔다.
난 물꼬의 선택받은 아이다.
한 물꼬에 온 애들 중 나까지 해서 7명이 뽑했다.
우리는 이런이런 사람들과 생활했다. 젊은 할아버지, 그리고 지인, 지윤언니, 동휘, 현진, 윤준오빠, 소심 많은 재우, 경이언니, 그리고 하다, 이렇게 말이다. 난 일요일(해) 3시 20분쯤 가서 언니들, 오빠들, 친구들이랑 함께 영동시내버스를 탔다. 거의 서울이나 인천에서 왔는데... 아무튼 이렇게 출발이 돼었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하다가 마중 나와 있었다. 우리는 그날 밤 달골에 가서 아주 신나게 놀았다.
<재미있던 것>
빛그림: 되게 재미있었다.
일: 힘들었지만 일에 대한 중요한과 깨달음을 뉘우쳤다.
불날점심: 볶음밥을 내가 직접 만든다는 게 재미있었다.
책이랑: 내가 하고 싶은 책도 보고 평화롭고 조화로와서 좋았다.
대금독주회: 대금......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악기인데...... 그때는 대금의 소리를 들었다. 평화롭게.
한껏맘껏: 재미있는 철사놀이(*철사를 축으로 해서 실감기)를 했다.
한땀두땀: 재미있는 한땀두땀 인형을 만들었는데... 아직 얼굴 밖에
...
인형극: 희중쌤 민화쌤이 있어서 더욱 웃기고 재미있었다.
도서관: 내가 모르는 책도 있었다.
나물이랑: 가시에 밖이고 피가 나고 그래도 더덕을 5개라도 깨서 마음이 후련했다.
...
풍물: 풍물은 옥샘이 아닌 다른 쌤이 시내에서 해대리 까지 와서 가르켰다. 그리고 우리 매트 깔고 앉아서 사물놀이를 했다. 징, 북, 장구 꽹까리.
판소리: 판소리는 어떤 꼬마 어린이랑 함께 했다. 뱃노래, 진도아리랑.

5년 윤준:
오늘은 대해리의 봄날의 마지막날이다. 나는 이번에 당선된 게 정말 좋다. 이번 봄날은 계자에 비해 무척 달랐다. 고기를 먹지, 외식을 하지, 수영장을 하는 것 외에 아주 많은 것이 달랐다. 이번에 당선된 것이 너무 좋다. 하지만 밤낚시를 못해서 아쉽다. 그리고 하다가 다쳐서 좀 안 좋았다. 하지만 아주 잘 지냈다. 나는 특히 수영을 해서 정말 좋았다. 마지막 밤에 라면을 먹고 정말 좋았다. 그 덕분에 오늘 얼굴이 통통 부었지만. 그리고 대금독주회를 보았는데 그곳에서 연주하는 사람은 정말 잘 불렀다. 그리고 싸인도 받았다. 그리고 국선도 수련장에 갔었는데 그곳의 사부님은 정말 대단했다. 어떻게 물구나무서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다. 스스로 공부 때 나는 피리를 만들었는데 잃어버렸다. 김치볶음밥을 만들 때 양파를 썰 때 눈물도 흘렸다. 이번은 정말 재밌었다.

5년 경이:
... 맛있는 밥을 먹고서...... 달골에서 잔다~~!!!! 너무 너무 좋다는 것! 금방 아이들이랑 친해졌고 또 옥쌤, 하다, 종대쌤, 종대어머니쌤이 있었다. 그리고서 정말 정말 넓은 창고방에서 뛰어놀았다! 첫날이여서인지 밤샜다..... 우리말글에서는 친구들과 같이 원하는 낱자를 골라서 새우리말국어사전을 만드는 것이였다... 이번에는 할머니가(종대쌤엄마) 취나물 케시는 것 도와드리고 풀도 호미도 뽑았다... 스스로공부 시간에는 식물조사를 하고 발표를 했다... 그후에 우리가 옥쌤과 속틀을 바꾸어서 오늘 점심을 보글보글로 햇다. 주제는 김치볶음밥. 처음엔 맛이 없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그 다음에 한땀두땀을 하여서 뼈다귀모양쿠션을 했다. 좀 후에 국선도수련장을 가서 운동도 하고 너무 재밌었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청소하고 하다의 병원을 들리고 도서관에서 책보고 재미있는 수영장을 갔다! 와! ~ 짱이야! 와서 미나리 찾아나섰다! 밤낚시대신에 영화를 보았다. 많이 슬프진 않았지만 감동이 왔다. 다음날에 산더덕을 캐러갔는데 다 긁혔다. 풍물 할 때 하다선생님이 오셔서 가르켜주시고 풀 뽑고 판소리 배우러 채민이 왔다. 밤에 장작놀이도 너무 재밌게 하고 놀고 잤다. 가방정리하고 너무 슬프게도 몇 시간 후면 떠난다. 물꼬 안녕! 모두 안녕. 너무 즐거운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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