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8.쇠날. 맑음

조회 수 291 추천 수 0 2023.09.28 12:00:50


볕 좋다.

빨래 건조대를 꺼내 먼지를 털고 행주며 걸레며 수세미들이며를 널었다.

담양의 한 한옥에서 맞은 아침이었다.

찻방을 치워내고 마당의 수반에 물을 채웠다.

차를 달였다.

소리꾼들이 왔다.

한 분은 모임 때마다 번번이 김치며 반찬을 챙겨온다.

여름 끝물의 고구마순이며 열무며 깻잎이며들이 맛나다.

그리고 또 남도의 김치를 얻어온다.

그곳 말로 징허게 개미지다(게미지다?)’는 김치.

맛나다라는 의미로는 모자란다.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긴다? 맛이 깊다?

 

볕 좋은 마루에서 소리 연습을 하고,

차를 달여 마시고,

밥을 해서 먹고 돌아왔다.

고속도로에서 두 차례나 사고를 목격했다.

한 번은 그 현장이 채 치워지지 않아 차량 세 대가 찌그러진 걸 보기도.

사람의 일이란, 별일 없음이 자주 고마운.

그대, 안전하시라.

 

오는 길에 속리산 아래 들렀다.

벗이 저녁밥을 내놓았다. 식당이었다.

산채비빔밥을 먹는데, , 병의 뚜껑이 열리며 고추장이 쏟아졌다.

몇 걸음 곁에서 그걸 보았던 일하는 친구가 다가왔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가져다 드릴게요.” 했다.

몸에 밴 친절이었다.

그냥 먹겠다 했다. 밥을 한 공기 더 가져다주었다, “짤 텐데...” 하며.

다시 그곳을 갈 일 있다면 그 식당을 가지 싶다.

기분 좋은 친절이었다.(하기야 친절이란 게 대체로 기분 좋음을 불러일으키네)

다시 찾을 만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476 5월 20일, 북한 룡천에 보낸 돈 옥영경 2004-05-26 1702
6475 5월 20-21일, 색놀이에 빠진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720
6474 5월 21일 쇠날, <오늘의 한국> 취재 옥영경 2004-05-26 1582
6473 5월 22일 흙날, 대구출장 옥영경 2004-05-26 1858
6472 5월 23일, 모내기와 아이들이 차린 가게 옥영경 2004-05-26 1641
6471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20
6470 5월 26일, 부처님 오신 날 옥영경 2004-05-31 1735
6469 5월 27일, 손말 갈무리 옥영경 2004-05-31 1568
6468 5월 28일, 봄학기 마지막 날 옥영경 2004-05-31 1475
6467 5월 29일-6월 6일, 찔레꽃 방학 옥영경 2004-05-31 1611
6466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34
6465 5월, 부엌에서 옥영경 2004-06-04 1527
6464 5월 31일주, 들에서 옥영경 2004-06-04 1535
6463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113
6462 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6-04 1850
6461 "계자 94"를 마치고 - 하나 옥영경 2004-06-07 1891
6460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35
6459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1986
6458 6-8월 여름방학동안은 옥영경 2004-06-11 1608
6457 6월 7일, 조릿대집으로 재입주 옥영경 2004-06-11 145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