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6.쇠날. 맑음 / '1001'

조회 수 131 추천 수 0 2024.02.08 00:57:18


겨울90일수행 중에도

앉았을 땐 앉았고, 나갈 때는 또 나가고.

어디 있으나 수행으로 시작하는 아침.

 

영화 <A Thousand and One>(A.V.록웰 감독).

거칠고, 아름답고, 진솔하고, 가슴이 벅찰만큼 희망적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평을 보고

보기로.

꼭 그랬다.

거장의 영화인 줄 알았다.

보고서야 감독을 찾아보니 와, 감독의 첫 장편이었다!

제목은 무슨 뜻이려나, ‘수많은’?

역시 영화가 끝나고서야 알게 된다.

한 가족의 삶이 구성되는 공간, 그들의 아파트 번지였다. 그것도 가운데 슬러시가 빠져버린.

‘10-01’‘1001’로 읽히는.

1990년대 뉴욕 할렘가,

정치인들은 더 나은 뉴욕을 외치고,

할렘 집중단속 정책 속에 흑인들에 대한 불심검문의 일상이다.

내몰려도 사람은 살고, 그곳에도 온기는 있다.

거기 엄마 이네스와 아빠 러키와 사내아이 테리가 한 깃든다.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이네스가 위탁 가정에서 아들 테리를 데려온 후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분투하고, 거기 러키가 합류하며 망가진 도시에 대항하는 가족이 만들어진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고,

아이도 기대에 부응해 곧잘 공부를 하고 과학고 진학을 눈앞에 두는데...

마지막 반전이 기다린다. 보여졌던 관계가 아닌 다른 관계의 끈이 있었단 말이지.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놀랍고,

잘 짜인 서사구조도 또 한 번 놀란다.

배우들도 반짝반짝해서, 좋은 영화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영화였다.

 

책도 그렇듯, 어떤 일정이 그러하듯, 영화도 강렬한 한두 장면으로 오래 기억되고는 한다.

집을 떠나 있던 아비 러키가 돌아와 길에서 아들 테리를 만나 걸을 때

러키는 테리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길 바깥쪽으로 자신이 간다.

자란 테리가 여자 친구를 만나 길을 걸을 때

아비 러키가 했던 것처럼 그 역시 여자 친구를 안쪽으로 걷게 한다.

, 아이들은 보고 배운다!

 

아이들에게는 집이 필요하다. 물론 어른도 그렇다.

김종우 감독의 첫 장편 <Home> 역시 가족을 다룬다.

피로 이어지지 않아도 가족의 사랑은 흐를 수 있다.

록웰의 영화 역시 그러했다.

이네스도 러키도 일찍 부모를 떠나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마냥 서툴지만

그러나 사랑은 흐른다. 사랑은 마침내 전해진다.

어떻게 사랑하느냐가 중요할 테지만

역시 출발은 사랑 아닌가.

 

 

면소재지 나가 고기를 좀 사왔다.

88시간씩 노동하는 아들이 엄마 보고 싶단다.

못 오니 하는 말이겠다.

음식을 좀 해서 위문을 간다 했다.

내일 다녀오려.

세상 아들딸들 다 챙기는데, 정작 아들은 저 혼자 자랐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자식이라.

아이 키우며 그의 사랑으로 살았으니

이제 자식에게 잘해야 할 시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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