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골살이 더없이 풍요로운 하루가 간다.

마을 건너 산허리를 홀로 어둠을 가르며 걸어왔다.

저녁 8시 마을회관에서 내일 있을 대동회 준비가 있었다.

덮힌 눈으로 마을에서 걸어 오르내리는 달골인데,

다시 내려갔던.

남은 일이라고는 채소 두어 가지 다듬는 게 다였다.

마을 형님들이 장도 봐오고 재료도 거개 다듬어놓고

그저 자리 함께하자고 부른 셈.

몇이 둘러앉은 자리에 껴 곡주도 기울이며 마을 소식도 듣고.

멧골의 겨울밤 마을 사람들과 모여 담소를 나누는 풍경,

그리 살고 싶었는데, 오래 깃들어 사니 그런 날이 왔더라.

 

밤을 새고 새벽녘에야 출판사에 확인한 원고 파일을 보냈더랬다.

제습이 이른 밥을 멕이고야 눈을 붙였고,

늦은 수행을 했다.

정오께 눈을 쓸었네.

달골 대문에서 시작해 첫 번째 전봇대까지 길을 다 밀고,

두 번째 전봇대까지는 한 쪽만 밀고,

가다가 잠깐 있는 아스팔트 미끄러운 위험구간은 다 밀고,

나머지는 자동차 바퀴 지날 두 줄만 내다.

 

선생님, 끝까지 질문이 생기네요.

인용문, 발췌문이 들어가는 책이다 보니, 신경이 더 쓰여서요...’

출판사에서 교정내용을 확인해달라는 여러 차례의 문자와 통화가 있었다.

올해 내는 책은 계약에서부터 퍽 장기전이었고,

교정 과정도 길다.

정작 원고의 양은 전체에서 툭 절반으로 줄였던.

책이 얇아지는 추세이기도 하고,

대상이 2,30대라 더 가볍게 읽었으면 한다는 출판사의 결정이었다.

제목도 논의가 길었더랬다.

23시까지도 원고를 들고 있던 편집자가 이 새벽엔 눈을 붙이고 있을지.

내일(오늘이네) 드디어 인쇄소로 넘어간다.

 

성탄에 산타가 어른들한테는 왜 선물을 주지 않을까?

일곱 살 윤진이가 알려주었다.

친구한테 들었다고 했다.

어른들이 쓸 데 없는 짓을 많이 하고 못돼 처먹어서...”

, 산타도 포기한 어른들이었구나.

일곱 살들 눈에 보이는 우리 어른들이 그랬다.

듣고 있던 엄마 윤실샘이 딸 윤진에게 물었다.

그럼 옥샘은 왜 못 받아?”

방으로 들어간 윤진이가 한참 있다 나와서 대답했단다.

산타가 옥샘만 선물 받으면 다른 어른들이 속상해하니까 다 안주게 된 거야.”

그래도 나는 구원 받았다 기뻐해야 하나...

 

골반통증이다. 점액낭염이니 근막통증증후군이니까지는 아닌 것 같고(아니기로 하고!)

생활을 돌아보니

온실돔 바닥에 흙을 채우던 그날부터 눈을 쓸고 또 쓸고,

그러다 원고 때문에 날밤까지 새고, 무리가 갈 만.

앞으로 뒤로 골반 스트레칭을 하는 밤.

잘 다스려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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