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23.흙날. 높은 하늘

조회 수 1170 추천 수 0 2006.09.26 09:33:00

2006. 9.23.흙날. 높은 하늘


“저것 좀 봐!”
대해골짝 들머리 흘목을 지키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꼭대기와 동남쪽 끝에서부터 타기 시작하고 있었답니다.
가을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이곳입니다.

산골살이에 전화가 늘 먼 일인 데다가
짬이 날만한 저녁이 있다 해도 달골에는 아직 전화가 없고
교무실에 들어가는 시간도 요새는 거의 없어
전화를 붙잡을 일이라곤 찾아보기 어렵지요.
그런데 며칠 사이 두 통의 전화를 했습니다.
두 가정 다 입학절차를 밟았던 이들인데
한 마을에 같이 살지 않아도 좋은 이웃이 될 분들이셨습니다.
물꼬가 지난 봄 시끄러운 날들을 보내는 속에
마음에 내내 머물던 이들이었지요.
세상인심이 그러하듯 귀 얇고 마음 얕은 이들이 돌아설 때
우직하게 바라봐주던 분들이셨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반대로 수원에 계신 한 분으로부터 더는 소식을 듣게 되지 못한 안타까움에
그분들이 더욱 빛이 났더이다.
잘 지내시냐, 가족들 건강하냐, 안부만 물었지요,
그래도 이 마음 아실 겝니다.
가족들과 좋은 가을볕에 나들이 하십사 전하였지요.

지난 봄부터 그토록 하고팠던 축구특강이
드디어 오늘 있었습니다.
달마다 한 차례이상 하기로 했지요.
영동초등에서 14년여를 계시다 용화초등으로 올해 자리를 옮기신
김영재감독님이 두 아드님 대헌이와 대윤이를 데리고 찾아와주셨답니다.
“축구의 3대요소가 뭐라구요?”
“주위를 둘러보라!
패스하고 움직여라!
볼을 기다리지마라!”
아이들 목소리가 어찌나 높던지요.
기본 동작과 공 다루기를 마친 뒤
두 패로 나뉘어 겨루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승부차기를 배울 참인데
마침 비겨서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가게 됐지요.
아이들은 멀쩡히 잘도 뛰어댕기는데
정작 몸이 안 되는 제가 그만 뒹굴어 온 얼굴에 흙범벅이 되고
손바닥이고 무릎이고 까이고 되었네요.
“괜찮으세요?”
정 많은 종훈이는 누구보다 먼저 그리 묻는답니다.
샘이 떠나신 뒤 아이들 곁에서 물었지요.
“패스의 4대원칙이 뭐라고?”
“정확, 강약, 타이밍, 각도!”
또이또이하기도 하지요.

아이들에게 수영을 오래 가르쳐주시고 다른 곳을 옮긴 병준샘이랑
늘 물꼬 아이들 수영을 위해 애써주시는 림부장님이랑 저녁을 먹었습니다.
“나도 밥 좀 사보자.”한사코 사양하셨더랍니다.
“항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 2006. 9.23.흙날. 높은 하늘 옥영경 2006-09-26 1170
1875 2007.2.21.물날. 맑음 옥영경 2007-03-04 1171
1874 2007. 3.15.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7-04-02 1171
1873 2008. 3.15.흙날. 맑음 옥영경 2008-04-03 1171
1872 2008.11.20.나무날. 진눈깨비 옥영경 2008-12-06 1171
1871 2008.12. 1.달날. 맑음 옥영경 2008-12-21 1171
1870 2010. 2. 8.달날. 비에 젖다 옥영경 2010-02-22 1171
1869 2010. 5.13.나무날. 맑음 / 영동초 특수학급의 물꼬 방문 옥영경 2010-05-27 1171
1868 139 계자 사흗날, 2010. 8. 3.불날. 흐리다 비 내리다 개다 옥영경 2010-08-18 1171
1867 가을 몽당계자 닫는 날, 2010.10.24.해날. 비 내리다 개다 옥영경 2010-11-06 1171
1866 2012. 7.26.나무날. 나흘째 불더위 옥영경 2012-07-30 1171
1865 2016 여름, 162 계자(8.7~12) 갈무리글 옥영경 2016-08-19 1171
1864 7월 24일 해날 구름 옥영경 2005-07-31 1172
1863 2009. 5. 5.불날. 덥더니 저녁답 소나기 뿌리다 옥영경 2009-05-13 1172
1862 144 계자(봄 몽당계자) 닫는 날, 2011. 4.24.해날. 비 두어 방울 옥영경 2011-05-05 1172
1861 2012. 3.29.나무날. 상쾌한 바람 뒤 저녁 비 / 류옥하다 옥영경 2012-04-07 1172
1860 7월 10일 해날 흐림 옥영경 2005-07-20 1173
1859 2005.11.21.달날.흐리다 진눈깨비 / '나눔'이 '있다'고 되던가 옥영경 2005-11-23 1173
1858 2006.4.28.쇠날. 맑음 옥영경 2006-05-09 1173
1857 2006.5.6.흙날. 비 / 미용교실 옥영경 2006-05-11 117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