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온다고 눈, 그리고 간다고 눈입니다.

149 계자를 시작하며 눈 날리는 대해리를 들어온 아이들이

다시 흩뿌리는 눈을 보며 떠납니다.

가는 길 편하라고 버스에 오를 때 멎은 눈,

늘 고마운 하늘입니다.

 

해건지기는 방마다 이불을 터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느긋하게 마지막 아침을 먹었고,

왔을 때 누군가가 준비해준 공간처럼

다음에 이곳을 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마음내고 움직입니다.

우리가 잘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다른 이를 위한 마음을 보태어서 말이지요.

 

다섯 살에 밥바라지 오는 엄마를 따라왔던 성빈이가

계절마다 이곳에서 머물렀지요.

아홉 살 되었습니다.

그 사이 동생 세현이가 태어나고.

야문 민교가 이웃 하원이와 재원이랑 와서 같이 잘 즐겼습니다.

지난 여름 처음 다녀간 태희는 누나 희정이를 데려왔지요.

많이 따랐고, 많이 누렸습니다.

96년 품앗이일꾼으로 의료담당이었던 정민샘이

어느새 짝을 맺고 아이들을 키워

그 아이들 여기서 만났습니다.

긴 인연이 퍽 소중하다마다요.

형찬이가 이웃 지성이와 함께 왔습니다.

넓어지는 인연 또한 고맙습니다.

진주 진희가 처음으로 걸음 했습니다.

물꼬를 마음에 들어(?) 했지요.

지난 여름 물 때문에 고생했던 현진이,

돌아가고 통화도 못하고 지나며 내내 마음 쓰이더니

다시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 고마웠습니다.

오래 만나고픈 친구입니다.

찾던 목도리를 결국 챙겨주지 못해 미안했지요.

챙겨 보내겠습니다.

영동 읍내에서 온 효경이는 아무래도 마음 더 각별했습니다.

정작 이 지역 아이들이 오는 경우는

교사들 자녀 말고는 처음이었지 싶습니다.

규범이와 규한이, 정말 물꼬를 사랑하는 친구들이지요.

7학년 민성이와 류옥하다가 새끼일꾼처럼 움직여주었습니다.

곧 될 새끼일꾼을 잘 연습하였지요.

적으나 꽉 찬 느낌의 계자였더랍니다.

 

참, 요구르트! 미안했습니다.

농협마트에 부탁해서 들여온 것인데,

그날 먹는 줄 알고 유효기간을 신경 쓰지 않고 보냈고,

여기서도 꺼내고서야 알았는데,

괜찮기에, 겨울이기도 해서 그냥 먹었습니다.

미안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다며 잘 먹는 아이들도 기특(?)했고,

마시고 탈 없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유진샘 진주샘 태우샘 그리고 경이형님은 다음 계자도 함께 꾸립니다.

교원대에서 처음으로 성호샘 수환샘 한별샘 와서

마치 오랜 품앗이들처럼 잘 움직여주었습니다.

좋은 연 되었지요.

동진이가 와 봤다고 이제 어른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하는 새끼일꾼 역을

잘해 주었습니다.

새끼일꾼으로 처음 입성한 해인이와 민재는 계자 전체 움직임을 익혔습니다.

잘 쓰일 테지요.

사람을 키우는 일이 느껍습니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밥바라지 선정샘 얘기를 건너뛸 수가 없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마음씀에 대해

우리를 온몸으로 가르쳐준 분이셨습니다.

젊은 친구들에게 좋은 스승이었고,

특히 제겐 이 지독한 겨울 속 계자를 밀고 가게 해주는 큰 힘이셨지요.

고맙습니다.

 

마지막 아이를 기차에 태우고, 샘들 갈무리,

다음 계자를 계속하는 성빈 규범 규한이도 함께.

우리들의 시간을 돌아봅니다.

아이들이 적어서도 그러하였지만

청소하며 창문을 열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교육을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지,

정말 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새끼일꾼 만남이 신선했어요.

찾아서 하고 알아서 하고 존중해주고 배려해주고...

어디 가서 이런 애들을 만나나, 여기서 많이 배웠습니다.”

한별샘이 그랬답니다.

모다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새끼일꾼 한 어머니가 후원회비를 보내주셨습니다.

다음 계자로 건너가며 샘들 고기라도 사드시라 했습니다.

다른 한 어머니는 계자 오는 아이들처럼 참가비를 보내오셨지요.

새끼일꾼들이 자원봉사로 온다지만

아직 어리므로 샘들에겐 여전히 돌보아야할 아이일 거라며

해주신 배려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두루 헤아리고 살펴주신 마음들로 물꼬가 굴러갑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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