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23.달날. 흐리고 바람

조회 수 1165 추천 수 0 2012.04.30 15:09:53

 

 

 

대배를 해건지기로 하는 아침,

수행을 하면 역시 힘이 생깁니다.

그런 매력 때문이라도 사람들은 수행을 하는 것일 게고.

아이도 함께 수행방에 들었습니다.

 

소사아저씨는 포도나무 아래 풀들을 정리하더니

점심 먹고 책방에 들어 독서중입니다.

들에 나갔다가 돌아와 책을 보고,

우리가 바라는 삶이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지요.

그 여유가 얼마나 좋아 보이던지요.

 

여기는 양양.

못 다한 일들을 몰아치며 하느라

길 위에 있는 날들이 많은 4월입니다.

음성을 지나며 한 벗에게 메일을 썼습니다.

작년 11월 25일 받은 메일을 밀어놓고 있다가 이제 쓰는 답장.

그가 사는 동네를 지나면서

숙제 같은 메일을 휴게소에서 쓴 것이지요.

그리고 문자 한 통, 잘 있느냐 물었습니다.

그런데, 곧 온 답 문자,

“쌤 저도 보고 싶어요. 근데 저 이제 태국에서 살아요.”

제가 다 좋았습니다.

친모가 태국인 그네 아이였습니다.

친모가 떠난 아이를 이모처럼 키우고파하며 마음만 아리더니,

아, 잘 갔습니다, 어미 그늘 가까운 곳으로.

‘저는 여기 있겠습니다, 언제고 오시라.’

그리 글월 보내리라 합니다.

 

사랑하는 벗의 편지도 닿았습니다.

‘...샘은 너무나 훌륭하세요.

이미 완성되었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왔으니까요.’

그래, 지금까지 왔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로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리 가주세요, 로도 읽었습니다.

아암, 그리 갈 겝니다.

때로 우리는 그런 말도 하지요,

당신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 거야, 하는.

원고 마감일, 부지런히 써서 가뿐히 송고합니다.

 

양양 구들연구소 무운샘 댁 손님을 위한 토굴입니다.

바람 많은 양양,

밤새 대숲에 길을 내는 바람소리 듣습니다.

옥선생 지낼 움막 한 칸은 내가 꼭 구들 놓겠다,

그 약속 내년 봄에 지키신다시지요.

몇 가지 물꼬의 변화에 대해 의논했고,

마침 그걸 위해서도 제가 거처할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여태 집 한 칸 없던 삶입니다.

선생님 방은 밤새 불이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말 나온 김에 도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체 작업일정까지 내놓으실 당신 성품이시지요.

서너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따를 수 없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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